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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 구례 천은사 금동불감 국보 승격 예고

구글 선호 매체로 추가

고려 말 타출·단조 공예 정수와 목조 건축 양식의 금속 환원

구례 천은사 금동불감 [사진=국가유산청]
구례 천은사 금동불감 [사진=국가유산청]

국가유산청(청장)이 30일 보물 제1546호 '구례 천은사 금동불감(求禮 泉隱寺 金銅佛龕)'을 국가지정유산 국보로 승격 예고했다. 14세기 후반 고려 말 제작된 이동식 개인 불단인 이 불감은 고려 금속 공예의 최고 난도 기술과 당시 다포식(多包式) 목조 건축의 정밀한 가구(架構) 기법이 결합된 최고 수준의 문화유산으로 평가받는다.

전남 구례군 지리산 자락 천은사에 봉안되어 온 이 금동불감은 높이 43.5cm, 너비 28.5cm, 깊이 20.8cm 크기의 포터블(Portable) 예배용 소형 건축 구조물이다. 지붕 모양의 뚜껑과 문짝, 내부 불단 및 불좌(佛座)로 구성되어 있으며, 휴대용 불감 중 현존하는 목조 건축 양식을 온전히 갖춘 희귀 유물이다.

조형 및 제작 기법 측면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구리 판재를 두드려 입체적 형태를 빚어낸 타출(打出, Repoussé) 기법과 정교한 조각 칼로 금속 표면을 파내어 문양을 완성한 조이(彫刻, Chasing) 기법의 완벽한 융합이다. 장인은 두께 1~2mm 내외의 동판 뒷면에서 망치질을 가해 불감 외벽의 공포(栱包)와 지붕 기와골의 굴곡을 양각(陽刻)으로 밀어 올린 뒤, 앞면에서 세부를 섬세하게 다듬는 단조(鍛造) 공정을 거쳤다. 그 결과 금속 판재임에도 불구하고 목재로 깎아 맞춘 듯한 유기적 입체감을 획득했다.

불감 내부를 여는 여닫이 문짝 안쪽 표면에는 금수(禽獸) 및 천인상(天人像) 등이 선각(線刻)으로 정밀하게 새겨졌다. 날카로운 정(Chisel)을 일정한 각도로 쳐내며 금속 표면을 긁어내듯 홈을 파는 축조선(彫刻線) 기법을 구사해, 선의 굵기와 깊이만으로 명암과 유려한 곡선의 동세를 완성했다.

도금 기법에서는 수은 아말감(Amalgam gilding) 도금술이 전면에 적용됐다. 금과 수은의 합금을 금속 표면에 도포한 뒤 고온의 열을 가해 수은을 휘발시키는 방식으로, 얇고 견고한 순금 피막을 동판 요철 전반에 균일하게 밀착시켰다. 600여 년의 세월이 흐른 현재까지도 금빛의 반사광과 기저 동판의 붉은빛이 빚어내는 깊은 층위의 마티에르(matière)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구조적으로는 포작(包作)과 처마 서까래, 여닫이문의 힌지(Hinge) 철물 구조에 이르기까지 당대 다포계 맞배지붕 건축 양식을 1:1에 가까운 정밀 축척으로 축소 모형화했다. 이는 평면 공예에 머물지 않고 당대 최상위 목수와 금속 주조 장인이 협업해 건축적 구조 역학을 금속 판재로 번역해 낸 기념비적 성과다.

이번 국보 승격 예고는 불감 내부의 불상 배치 방식과 외부 건축 양식의 완벽한 조화, 고려 말 원나라 라마교(티베트 불교) 양식과 전통 고려 불교 양식의 절묘한 융합을 공인한 조치다. 금속이라는 차갑고 단단한 매체를 극도의 타출과 조이 기술로 제어해 목조 건축의 유연성을 이끌어낸 고려 금속 공예의 기술적 분기점을 보여준다.

한편 국가유산청은 30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구례 천은사 금동불감의 국보 지정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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