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하반기 국내 미술 시장이 장기적인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갤러리와 국공립 미술관들은 10월 말 대형 기획전과 개인전을 잇달아 개막하며 시장의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고가 미술품 거래가 위축된 경매 시장의 빈자리를, 동시대 기술과 매체 확장을 다루는 굵직한 전시들이 채우는 양상이다.
29일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KAAAI)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카이인스티튜트 EMI 연구소가 발표한 '2026년 3분기 미술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요 경매사 7곳의 3분기 낙찰총액은 279억 6768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0.82% 감소한 수치다. 출품작 수는 전년보다 7.8% 증가했으나 실제 낙찰작은 오히려 1.4% 줄어들며 전체 낙찰률은 4.7%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초고가 미술품 거래의 실종이 전체 시장 규모 축소로 직결됐다. 올해 3분기 분기 최고가 낙찰액은 7억 8000만 원에 그치며, 35억 2000만 원을 기록했던 전년 동기 대비 대폭 하락했다. 양대 경매사인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의 합산 시장 점유율은 86.6%로 여전히 압도적인 쏠림 현상을 보이고 있으나, 신규 수요 유입이나 중간 가격대 거래 회복 같은 자생적인 시장 회복 동력은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거래 시장의 위축과 대조적으로 10월 말 주요 전시 공간들은 무게감 있는 기획을 선보이며 관람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갤러리현대는 29일부터 12월 20일까지 이명호 작가의 개인전 《(no)thing》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여 년간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탐구해 온 작가의 매체 실험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며 하반기 1차 미술 시장의 주요 지표가 될 전망이다.
국공립 미술관 역시 굵직한 전시로 대응하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은 아시아 최초로 미국 미디어아티스트 린 허쉬만 리슨의 개인전 《나의 [나]들》을 이달 개막해 내년 2월 21일까지 진행한다. 60여 년간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 감시 사회를 다뤄온 작가의 궤적을 짚는 전시로 데이터와 기술이 결합한 동시대 미술의 현주소를 제시한다. 아울러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40주년 기념 프로젝트 "빛의 상상들"은 이달 31일 폐막을 앞두고 막바지 관람객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2026년 10월 말 현재 국내 미술계는 2차 시장(경매)의 뚜렷한 실적 하락세와 1차 시장 및 주요 기관의 공격적인 전시 기획이 엇갈리는 구조적 양극화를 겪고 있다. 단기적인 초고가 작품 낙찰에 의존하던 기존의 구조를 탈피하고, 양질의 전시를 통해 유입된 새로운 관람객 층을 실질적인 시장 수요로 전환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