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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이종서 개인전 '시간의 결', 주철(鑄鐵)과 옻칠의 중첩으로 빚어낸 촉각적 기념비

구글 선호 매체로 추가

10월 31일부터 11월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토포하우스

이종서 작가 작품
이종서 작가 작품

조각가 이종서가 10월 31일부터 11월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토포하우스 1·2관에서 개인전 《시간의 결(Grain of Time)》을 개최한다. 작가가 최근 3년간 천착해 온 금속 주조와 전통 옻칠의 결합 방식을 집약한 조각 신작 20여 점을 선보인다.

출품작들은 차갑고 산업적인 금속 매체와 유기적인 천연 수액의 물질적 충돌을 조형의 핵심 언어로 삼는다. 작가는 주철(Cast Iron) 특유의 거친 표면 물성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동시에, 그 위에 수십 차례 옻칠(Chil)을 덧바르고 건조하는 시간 집약적 중첩 기법을 적용했다.

대표작 '시간의 결 #01'(120×45×40cm, 2026)은 사형 주조(Sand casting) 방식으로 제작됐다. 모래 몰드(Mold)의 불규칙한 입자가 쇳물과 맞닿으며 형성한 표면 기포와 요철을 인위적으로 연마하지 않고 원형 그대로 보존했다. 작가는 응고된 철제 표면 위에 흑칠(黑漆)과 투명칠을 교차 도포한 뒤 삼베와 숯가루로 표면을 연마하는 전통 칠예 기법을 차용했다. 이로 인해 금속의 육중한 체적 위로 깊이감 있는 칠의 피막이 안착되며, 차가운 쇠의 성질과 따뜻한 유기적 질감이 공존하는 표면 마티에르(matière)를 완성했다.

소형 입체 연작인 '응결(Condensation)'(30×25×15cm, 2026)에서는 브론즈와 철의 이종(異種) 금속 접합 및 산화 기법이 두드러진다. 작가는 금속 간 열팽창 계수의 차이로 인해 냉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균열을 조형적 요소로 수용했다. 균열 틈새로 천연 안료를 주입하고 열풍기로 경화시키는 공정을 거쳐, 시간이 흐름에 따라 풍화되고 침식되는 지질학적 단면을 축소된 조각 안에 응축시켰다.

작가는 공업용 재료의 규격화된 물성을 전통 수공예적 노동으로 해체한 시도를 선보인다. 기계적 정밀함 대신 쇳물의 응고와 옻칠의 산화라는 자연적 화학 반응을 엄격한 조형적 통제 안으로 포섭함으로써, 동시대 조각이 시간성과 촉각성을 물질로 환원하는 탁월한 방법론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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