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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사진가 한금선 개인전 '붉은 흙'...갤러리 류가헌

구글 선호 매체로 추가

아날로그 은염 인화와 다중 노출로 드러낸 땅의 수난사

한금선 작가 작품 '오키나와 미군기지' 중 [사진=류가헌]
한금선 작가 작품 '오키나와 미군기지' 중 [사진=류가헌]

다큐멘터리 사진가 한금선이 10월 31일부터 11월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에 위치한 사진위주공간 갤러리 류가헌 전시2관에서 개인전 《붉은 흙》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역사적 비극과 산업화의 상흔이 덧씌워진 지역의 지층을 아날로그 은염 흑백 사진의 물성으로 추적한 신작 연작을 선보인다.

출품작들은 디지털 매체의 기계적 선명도를 지양하고, 젤라틴 실버 프린트(Gelatin Silver Print) 기반의 암실 수작업 인화 방식을 고수하며 피사체의 시간성을 인화지 표면에 정착시킨다.

대형 흑백 인화작 '붉은 흙 #01'(100×150cm, 2026)은 중형 필름 카메라의 얕은 피사계 심도를 활용해 황폐화된 토양의 균열을 화면 전면에 밀도 높게 배치했다. 작가는 암실 인화 과정에서 노광 시간을 국소적으로 달리 조율하는 닷징(Dodging)과 버닝(Burning) 기법을 엄격히 통제했다. 흙의 미세한 입자와 건조된 표면의 질감을 높은 콘트라스트의 은(Silver) 입자로 치환함으로써, 단순한 흑백의 대조를 넘어 토양이 품은 물리적 압력과 건조함을 촉각적 입자감으로 재현했다.

또 다른 출품작인 '궤적'(60×90cm, 2026) 연작에서는 필름의 다중 노출(Multiple Exposure) 기법이 핵심 조형 언어로 작동한다. 한 프레임 안에 토지의 단면과 그 위에 남아 있는 산업 폐기물의 잔해를 중첩 촬영하여, 시간적 간극을 지닌 두 개의 사건을 단일한 필름 면 위에서 충돌시켰다. 이로 인해 피사체 간의 경계는 흐려지고, 겹쳐진 이미지 사이로 은염 입자의 입상성(Grain)이 강조되며 사진 표면에 부유하는 듯한 시각적 잔상을 형성한다.

인화지의 물질적 마티에르 또한 눈에 띈다. 작가는 바리타(Baryta) 인화지를 사용해 암부(Shadow)의 농도를 평면적으로 가라앉히지 않고, 황산바륨 층의 은은한 광택을 통해 깊은 심도를 이끌어냈다. 흑백의 계조(Gradation)를 극단적으로 세분화하여 토양 속 돌과 모래, 잡초 뿌리의 얽힘을 세밀하게 기록함으로써, 기록성과 회화적 조형성을 단일 평면 안에 병치시켰다.

작가는 사진을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는 스냅숏의 차원에 머물게 하지 않고, 빛과 화학 약품, 은 입자가 반응하는 물리적 시간의 퇴적물로 다룬 작업을 보여준다. 흑백의 엄격한 계조 통제와 은염 인화 특유의 입자성을 통해 역사의 상흔이 깃든 대지의 상처를 무겁고 단단한 조형적 실체로 환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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