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외’와 ‘지층’을 키워드로 도시의 보이지 않는 층위를 탐구하는 실험적 전시
- 한국과 북아일랜드,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 속에서 발견한 ‘기억의 층위’ 시각화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다원예술 창작주체' 지원 선정 프로젝트
복합문화예술공간 openARTs spaceMERGE?(대표 성백)는 오는 5월 9일부터 5월 18일까지 글로컬 openARTs 실험실의 기획전시 《Topographia Coreana(토포그라피아 코레아나)》를 개최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다원예술 창작주체' 지원 선정 프로젝트로 기획되어, 더욱 깊이 있는 예술적 실험과 담론을 선보인다. 전시에는 한국의 일러스트 작가 김유희와 북아일랜드 출신의 사진작가 나일 러디(Niall Ruddy)가 참여하여,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 속에서 공통으로 발견한 ‘소외’와 ‘기억의 층위’를 시각 예술로 풀어낸다.
■ 역사와 기억의 ‘지층’에서 만나는 두 개의 시선
이번 전시는 한국과 북아일랜드라는 물리적으로 이격된 두 공간이 공유하는 ‘역사적 상처’와 ‘정체성의 혼란’을 예술적 고고학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며, 작가들은 단순히 도시의 외형을 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표면적인 풍경 너머 그 아래 겹겹이 퇴적된 보이지 않는 시간의 지층(Layer)을 탐구함으로써 관객에게 깊은 미학적 공명을 선사한다.
미학적으로 '지층'은 수평적 공간의 인식을 수직적 시간의 축으로 전환하는 매개체가 되며, 김유희 작가가 선보이는 투명한 레이어의 겹침과 나일 러디가 포착한 풍경 속의 보이지 않는 균열은 현재의 평온한 도시 외피가 사실은 과거의 격동과 소외가 압축된 결과물임을 시각적으로 증명해낸다.
특히 서로 다른 위도에 위치한 두 장소가 '분단'과 '식민'이라는 공통된 상처를 통해 하나의 프레임 안에서 만나게 되는 지점은 낯선 풍경 속에서 기이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키는 언캐니(Uncanny)한 미학을 형성하며, 이는 특정 지역의 서사를 인류 보편적인 생존과 저항의 서사로 확장시킨다.
결국 예술가는 매끄럽게 포장된 현대 도시의 외피를 거칠게 벗겨내어 그 속에 은폐된 유령 같은 기억들을 출현시키는 목격자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며, 관객은 이 켜켜이 쌓인 층위 사이를 거닐며 망각에 저항하는 예술의 힘과 그 속에 묻힌 땅의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깊이 있는 성찰의 시간을 경험하게 된다.
■ 작가별 주요 작업 세계
김유희 작가는 그동안 고수해온 흑연의 불투명성을 넘어 새로운 시각적 실험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공개하는 디지털 레이어 작업은 나일 러디의 실크스크린 작품 위에 자신의 드로잉을 OHP 필름으로 겹쳐 빛의 투과를 통해 평면적인 선들에 입체적인 생명력을 부여한 결과물이다. 또한 레지던시 기간 중 온천천의 철새에게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아날로그 채집 연작에서는 젤 미디엄을 이용해 벽화를 통째로 떼어내는 ‘리프팅(Lifting)’ 기법을 시도함으로써 현실의 벽을 뚫고 나오는 거친 ‘결’의 질감을 생생하게 표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