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대 타이포그래피 연구실 출신 전은선·서혜란·배영미 작가 3인전
- 8월 1일부터 7일까지… 풍경, 기후위기, 기억을 주제로 한 시각 조형 언어 선보여
- 8월 4일 오후 6시 작가와 직접 소통하는 ‘아티스트 토크’ 진행
일상에서 정보 전달의 수단으로 익숙하게 사용되는 ‘활자(Type)’를 새로운 시선으로 재해석하고, 문자의 한계를 넘어 시각 언어로서의 무한한 가능성을 탐색한 뜻깊은 전시가 부산에서 열렸다.
복합문화예술공간 MERGE?는 지난 8월 1일(토)부터 8월 7일(금)까지 부산대학교 디자인학과 타이포그래피 연구실 출신의 신진·중견 작가 3인(전은선, 서혜란, 배영미)이 참여한 그룹전 ‘Typography Oblique – 활자의 여름 展’을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학문의 공간에서 함께 고민하고 성장해 온 세 명의 작가가 각자의 시선과 감각으로 구축해 온 서로 다른 작업 세계를 한자리에서 선보인 첫 번째 협력 전시다. 작가들은 단순히 글자를 ‘읽는 대상’에 두지 않고, 형태와 색채, 시대의 상징, 나아가 감정을 품은 풍경으로 확장하며 타이포그래피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제시했다.
■ 3인 3색의 시각 언어: 풍경, 기후위기, 그리고 잔상
1. 전은선 작가: 고운선체로 그려낸 색과 결, 리듬의 풍경
전은선 작가는 경성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부산대학교 예술대학 디자인학과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부산대학교 출판문화원 편집디자이너와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도서출판 레전드의 대표로 활동 중인 그는, 글자 디자인과 회화를 접목한 독창적인 조형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전 작가는 자신이 직접 개발한 완성형 한글꼴인 ‘고운선체’를 바탕으로 디지털 출력과 회화적 기법을 겹겹이 쌓아 올린다. 화면 속 활자는 문장을 전달하는 기호를 넘어 색과 결, 리듬을 만드는 하나의 조형적 요소로 재탄생한다. <숨을 쉴 수 있을까>, <꽃이 될 수 있을까>, <빛을 기억할 수 있을까> 등의 연작을 통해 활자를 꽃과 빛, 바람이 머무는 자연의 풍경으로 확장하며 은은하고 따뜻한 감각을 전했다.
전은선 / 고운선_원도
2. 서혜란 작가: 녹아내리는 활자로 시각화한 기후위기의 경고
영국 런던 예술대학교(UAL)를 거쳐 부산대학교에서 디자인학 박사 학위를 받은 서혜란 작가는 현재 한글그라픽스 디자인팀 실장이자 국립부경대학교 외래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 작가는 동시대 인류가 직면한 가장 긴박한 이슈인 ‘기후위기와 폭염’을 타이포그래피라는 거칠고 강렬한 언어로 시각화한다. , <45℃> 등의 연작에서 라틴 알파벳은 압도적인 열기 속에 그을리고 녹아내리며 본래의 형태를 잃어버린다. 작가는 “단순히 빙하만 녹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구축해 온 도시와 언어, 삶의 질서마저 형태를 잃어가고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던지며, 해체되는 문자를 통해 무너져가는 자연환경과 흔들리는 현대 사회의 불안을 직관적으로 드러냈다.
서혜란 / London-Paris Heatwave / 30x40cm, Mixed media with acrylic, 2026
3. 배영미 작가: 파도와 연기의 흐름 속, 지워짐으로써 머무는 잔상
부산대학교 예술대학 디자인학과에서 석·박사를 마친 배영미 작가는 현재 부산대학교 출판문화원 출판과장 겸 아트디렉터로 활동하며 북디자인과 시각예술의 경계를 오가고 있다.
배 작가는 활자를 경험하는 이미지로 치환하는 실험적인 시도를 보여준다. <01 여름>, <02 파장>, <03 여운>으로 구성된 〈활자의 여름〉 연작에서는 바다의 흐름과 색의 리듬 속에 글자를 스며들게 하여 문자가 파도처럼 화면 위를 감싸도록 표현했다. 또한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연작에서는 문장을 완전히 해체하여 가독성보다는 리듬과 잔상이 먼저 남도록 유도한다. 피어오르는 연기의 흐름과 어우러진 활자는 의미가 지워진 순간에도 또 하나의 감성적인 계절과 기억의 시간을 만들어냈다.
배영미 /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3 / 50x50 cm, Digital Print, 2026
■ 아티스트 토크를 통해 대중들과 소통
전시를 주최한 복합문화예술공간 MERGE?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활자가 회화가 되고 환경이 되며, 계절과 감정을 담아내는 특별한 예술적 경험을 선사했다”라며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해 각자의 길을 걸어온 세 작가가 처음으로 함께 남긴 소중한 기록에 많은 이들이 관심과 호응을 보내주었다”라고 전했다.
전시 기간 중이었던 8월 4일(화) 오후 6시에는 관람객들이 작가들과 직접 만나 작품 세계와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아티스트 토크’가 열려 한층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전시명: Typography Oblique – 활자의 여름 展
일시: 2026년 8월 1일(토) ~ 8월 7일(금)
장소: 복합문화예술공간 MERGE? (부산광역시 금정구 부산대학로 50번길 4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