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김정호 개인전 '자연의 숨결'전이 종로구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한국미술신문]
서양화가 김정호가 10월 30일부터 11월 4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3층 5관에서 개인전 '자연의 숨결'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랜 기간 탐구해 온 한국 산하의 계절적 변주를 캔버스 표면의 물질적 텍스처로 집약한 신작들을 선보인다.
출품작들은 풍경을 시각적으로 모사하는 재현 회화의 규범에서 벗어나, 유화 안료의 물리적 밀도와 나이프(Painting Knife)를 활용한 입체적 마티에르(matière) 축조 기법에 집중한다.
대표작 '봄의 소리'(91.0×116.8cm, 50호F)는 캔버스 위에 젯소 베이스를 불규칙하게 도포한 뒤, 유화 물감을 묽게 바르지 않고 점성이 높은 상태 그대로 나이프로 밀어 올리는 임파스토(Impasto) 기법을 전면에 배치했다. 작가는 붓질을 통한 명암 조절 대신, 나이프 날의 각도와 누르는 압력에 따라 안료가 밀려나며 생기는 물리적 융기를 산등성이와 숲의 윤곽선으로 전환했다. 나이프가 지나간 자리마다 물감의 두께 차이로 인해 미세한 음영이 형성되어 화면 전체에 요철에 의한 자연광 난반사를 유도한다.
소품 연작인 '숲의 정취'(40.9×31.8cm, 6호F) 및 '계류(溪流)'(53.0×45.5cm, 10호F)에서는 스그라피토(Sgraffito) 기법의 변용이 관찰된다. 작가는 두텁게 안착된 하층부 안료가 반건조된 상태에서 나이프 끝과 단단한 헤라로 표면을 긁어내거나 깎아내며 하부의 숨은 색조를 표면 위로 노출시켰다. 이로 인해 계곡 바위의 거친 결이나 나뭇가지의 선형 구조가 인위적인 선묘가 아닌 안료의 박리와 층위 중첩이라는 물리적 사건을 통해 드러난다.
색채 운용에 있어서는 원색의 직접 배합을 배제하고, 팔레트에서 완전히 섞이지 않은 다색의 물감을 나이프 면에 동시에 묻혀 한 번의 호흡으로 캔버스에 얹어내는 방식을 취했다. 캔버스 위에서 물리적으로 혼합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우연적 마블링 효과는 계절에 따라 변모하는 대기의 습도와 공기의 흐름을 촉각적으로 환기시킨다.
작가는 회화의 본질을 2차원 평면의 착시가 아닌 '안료가 굳어 축적된 3차원 부조적 층위'로 다룬 작업으로 보여준다. 나이프라는 도구를 통해 물감의 물성을 극한까지 밀어붙여, 자연 풍경을 정적인 시각 이미지가 아닌 단단하게 응고된 대지의 촉각적 실체로 확장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