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이 시작되는 문턱이다. 주말 나들이 장소를 찾는다면 청남대는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다. 대청호를 끼고 이어지는 숲길과 잘 가꿔진 정원, 물빛을 머금은 공기까지. 천천히 걷기 좋은 계절이다.
숲길을 걷고 내려온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한동안 붙잡는 공간이 있다. 청남대 대통령기념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엄미영(GREENI) 작가의 첫 개인초대전 《당신은 어떤 기호입니까?》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관람객에게 질문 하나가 건네진다. “당신은 어떤 기호입니까?”
작가는 느낌표, 물음표, 세미콜론 등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기호’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과 이야기를 끌어낸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작품을 감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관람객이 직접 기호를 선택하고 자신의 생각을 남기도록 했다.

지난 9월 1일 전시가 시작됐을 당시 비어 있던 전시장 한쪽 벽면은 노란색과 하늘색 말풍선으로 채워졌다. 전시를 찾은 관람객들이 지난 3주 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씩 남긴 결과다.
“나의 기호는 70”…기호 하나에 담긴 각자의 이야기
벽면에 붙은 답변은 관람객의 연령과 경험만큼이나 다채롭다. 한 관람객은 하늘색 종이에 “나의 기호는 70. 초로의 나이지만 100세 시대에 아직 청춘. 이제부터 시작이야!”라고 적고 자신의 서명까지 남겼다. 또 다른 관람객은 “인생은 물음표(?)의 연속!”, “숨표가 필요ㅎㅎ”, “그리고… 느끼다(and)”라고 적었다.

물음표와 느낌표를 등호로 연결해 “? = !"이라고 표현한 관람객도 있다. “단답형 문자 금지! ‘ㄱ, ㄴ’ 하지 말자”는 문장에서는 점점 짧아지는 우리의 대화 방식에 대한 생각도 엿보인다.
글자를 모르는 어린아이들은 색종이에 그림을 그려 자신의 기호를 표현했다.
누군가에게는 물음표가, 누군가에게는 느낌표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쉼표와 같은 숨표가 자신의 현재를 설명하는 기호가 된 것이다.

작품을 보는 것에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으로
엄미영 작가는 버려지는 은사시나무 톱밥을 활용해 느낌표, 물음표, 세미콜론 등 다양한 기호를 작품으로 만들어왔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작가가 바라보던 ‘기호’를 관람객의 삶으로 확장한다. 작품이 관람객에게 질문을 던지고, 관람객은 자신의 기호로 다시 작품에 답한다. 그렇게 전시장 벽은 작가 혼자 완성하는 공간이 아니라 관람객의 이야기가 더해지며 완성되는 공간이 된다.

전시장에서 만난 엄미영 작가는 관람객들의 참여 모습을 지켜보면서 흥미로운 차이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나 젊은 관람객은 망설임이 없어요. 설명을 듣기도 전에 펜을 듭니다. 그런데 어른들은 설명을 끝까지 듣고, 한번 해보시라고 권해드려도 웃기만 하세요. 용기를 내시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