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인식하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이별 이후의 추모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사진과 영상, 3D 피규어 등으로 반려동물의 모습을 남기는 것을 넘어, 한 생명과 함께한 시간과 기억을 예술 작품으로 기록하려는 수요도 나타나고 있다.
이종서 화백은 반려동물의 외형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반려인과 동물이 함께한 시간과 관계의 의미를 회화로 표현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뒤 남겨진 이들의 기억과 감정을 작품에 담아내는 작업을 통해 ‘펫 메모리얼 아트’라는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 화백의 작업은 의뢰인이 제공하는 사진만을 바탕으로 초상화를 제작하는 방식과 차이가 있다. 작업에 앞서 반려동물의 이름과 성격, 좋아했던 음식과 장난감, 가족과 함께했던 시간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이를 작품의 주요 소재로 활용한다.
단순히 사진 속 모습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반려동물의 생애와 개성을 회화적으로 해석하는 방식이다. 같은 견종이나 같은 품종이라도 각각의 성격과 삶의 모습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 작품마다 다른 표현 방식을 적용한다는 것이 이 화백의 설명이다.
특히 눈은 작품 제작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꼽힌다. 반려동물의 표정과 눈빛이 반려인에게 가장 강한 기억으로 남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화백은 눈동자의 색과 빛, 표정의 미세한 차이를 표현하며 사진만으로는 담기 어려운 감정과 분위기를 캔버스에 구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종서 화백이 반려동물 회화 작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지인의 반려견을 그린 경험에서 비롯됐다. 반려견을 떠나보낸 뒤 힘든 시간을 보내던 지인이 그림을 통해 위로받는 모습을 보면서, 회화가 단순한 이미지 재현을 넘어 누군가의 기억과 감정을 담아내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후 이 화백은 반려동물 초상화 작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작업을 의뢰하는 사람 중에는 생전에 함께했던 반려동물의 모습을 남기려는 경우뿐 아니라 이미 세상을 떠난 반려동물을 추모하기 위해 작품 제작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반려동물을 잃은 뒤 경험하는 상실감은 개인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이 화백은 작품 제작 과정에서 반려인의 기억과 이야기를 충분히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림을 완성하는 과정 자체가 함께했던 시간을 돌아보고, 반려동물과의 관계를 다시 기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반려동물 회화가 단순한 주문 제작 상품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작품에는 반려동물의 모습뿐 아니라 가족과 함께한 시간, 성격, 추억 등 각기 다른 삶의 이야기가 담겨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작업은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반려동물을 단순히 기르는 동물이 아니라 삶을 함께하는 존재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별 이후에도 그 기억을 보존하고 추모하려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화백은 개인 작업을 넘어 동물 보호와 생명 존중에 대한 관심도 이어가고 있다. 유기동물과 동물 보호를 주제로 한 작품 활동과 기부 및 전시 등을 통해 예술을 활용한 생명 존중 문화 확산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가 추구하는 반려동물 회화의 핵심은 ‘닮은 그림’을 넘어 ‘기억되는 그림’을 만드는 데 있다. 사진이나 영상이 특정 순간을 기록한다면, 회화는 작가의 해석과 반려인의 기억을 통해 한 생명의 이야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종서 화백은 “반려동물과의 이별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함께했던 시간과 사랑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그림을 통해 반려인들이 아이와 함께했던 행복한 기억을 다시 떠올리고, 그 시간을 오래 간직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인구가 늘면서 반려동물 산업 역시 생애 전반을 아우르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 가운데 이종서 화백은 반려동물과의 관계와 기억을 회화로 기록하는 작업을 통해 펫 메모리얼 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과 영상으로 남겨진 한순간의 기록을 넘어, 한 생명과 함께했던 시간 전체를 예술로 기억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가운데 그의 작업이 반려동물 추모 문화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