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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통증을 형상으로 번역하다 , 김유정 작가의 견디는 몸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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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전경 (제공. 헤라스아트갤러리)
전시전경 (제공. 헤라스아트갤러리)
가려움-이, 몸2, 돌주먹2, 144*77cm, 77*144cm, 77*92cm, 한지에 먹, 2026. (제공. 헤라스아트갤러리)
가려움-이, 몸2, 돌주먹2, 144*77cm, 77*144cm, 77*92cm, 한지에 먹, 2026. (제공. 헤라스아트갤러리)

김유정 작가는 질병과 통증이라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해, 보이지 않는 몸의 감각을 먹과 한지의 형상으로 번역해왔다. 그의 화면에 등장하는 검은 덩어리와 흔들리는 신체의 형상은 특정한 장기를 재현하기보다, 몸 안에 축적된 감각과 통증의 흔적을 담아낸다.

작가에게 예술은 고통을 지워내는 일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고 견디는 하나의 방식이다. 최근 그가 이야기하는 ‘몸의 반려’ 역시 아픈 몸을 외면하거나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기보다,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개인의 질병 경험에서 시작된 그의 작업은 결국 우리 모두의 몸과 존재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김유정 작가를 만나, 통증이 어떻게 형상이 되고 예술이 어떻게 몸을 다시 세계와 연결하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춤추는 그림자, 설치, 2026. (제공. 헤라스아트갤러리)
춤추는 그림자, 설치, 2026. (제공. 헤라스아트갤러리)

작업의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이 있을까요?

지금까지 작업의 질문들을 모아 보면 인간의 취약성과 관련된 몸의 이해였습니다. 근래 집중하는 ‘몸의 반려’에 대한 생각 역시 취약한 몸을 견디는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인간의 마음이 그렇게 두렵고 부끄럽고 가난한 이유는 몸을 견디지 못한 혼란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몸은 인간이 견뎌야 할 모든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몸이 무엇과 충돌하고 무엇을 발생시키는가 질문합니다.

작업의 계기는 무엇인가요

그리는 과정, 행위가 주는 앎과 자유가 좋습니다. 세상을 향하기도 하고 결국엔 나를 향하는 표현과정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작업의 계기나 소재는 어떤 시기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식이었는데 살림과 육아를 하며 나도 모르는 감금상태 와 더 가늘어지는 정신을 붙잡으려는 표현들을 해왔습니다. 그런 중에 크게 병을 앓게 되었고 절망했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에서 표현을 통한 구체화의 중요성을 깊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상황에 대한 다채로운 감각수용과 표현들이 현실을 이해하는 통로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질병 통증을 소재로 그리게 된 계기입니다. 

현재 작업들은 어떤 의미인가요? 작업이 갖는 미덕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현재 작업들은 겪고있는 질병 과 일상의 사이에서 몸의 감각을 찾아내 조형 언어화하는 것입니다. 아름다움의 감각 중 에서도 리듬감을 좋아합니다. 통증 역시 이중적이면서 리듬이 있는 감각입니다. 몸 내부 로부터 전해지는 감각을 알아차리고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어두운 덩어리들이지만 제겐 안도감의 색이고 덩어리입니다. 모든 실재는 어둠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두 몸을 갖기에 작업의 형상은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작업이고 그것이 미덕이 아닐까...생각합니다. 보이지 않는 통증을 보이도록 시각화하면서 개인적인 정상성의 상상이나 모름의 불쾌로 부터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앓는 몸의 형상을 통해 몸을 다시보기 하고자 합니다.

돌주먹, 65*70cm, 한지에 먹, 2026. (제공.헤라스아트갤러리)
돌주먹, 65*70cm, 한지에 먹, 2026. (제공.헤라스아트갤러리)

왜 (작업)하는지, 작업시 힘든 것은 무엇인가요?

왜 사는가와 유사하게 느껴집니다. 누구나 발화하려는 에너지를 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느끼고 고민하는 것들을 나의 방식으로 드러내는 것은 나를 견뎌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업은 나를 소화시키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작업시 가장 고민은 몸의 한계로 인한 재료사용의 고민입니다. 표현에서 중점을 두는 것은 형상인데,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온 천막처럼 접으면 손안에 들어오고 펼치면 전체를 덮는 형상을 구현하고 싶습니다. 

영향을 받거나, 영감을 얻는 것이나, 표현의 촉매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표현적으로는 뭉크의 덩어리적 형상표현, 이인성의 고목사회(枯木死灰)와 같은 약한 생명력의 은유, 로트렉의 율동적 움직임, 서세옥, 이응로의 문인화적 표현에 애호가 있고 제 작업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주변에서 발견되는 형태에서 몸을 보고 감정을 갖게 됩니다. 감정이 생긴 형상을 드로잉으로 남기고 작업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작업합니다. 좋아하는 글에서도 많은 영감을 받습니다. 근래 기술철학책을 읽고 스터디하면서 의미장으로의 예술에 대한 지지와 형상화의 힘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얼굴, 망부석, 130*77cm, 140*50cm, 한지에 먹, 2026. (제공.헤라스아트갤러리)
얼굴, 망부석, 130*77cm, 140*50cm, 한지에 먹, 2026. (제공.헤라스아트갤러리)

작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번 전시에서는 몸이 견디고 있는 것들을 말하려고 했습니다. 그것은 검고, 덩어리이고, 움직이고, 얇고, 가볍습니다. 모순적이지만 가벼운 어둠, 흐물한 형태, 옅은 모양, 그러나 윤곽으로 그려내어 늘 주변과 경계에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기운, 소리, 움직임을 덩어리 형태로 전달하면서 다르게 실재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중입니다. 

미술계에서 자신의 그림을 평가한다면? 

지금은 생명에 대한 이해와 실재에 대한 인식을 수평적으로 논의하며 기술발전으로 인한 인간의 확장이 어디까지인지 성찰하려는 시대라고 봅니다. 몸은 늘 문제인데, 육체의 한계는 감지각과 세계의 한계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제 작업은 몸의 고통을 앎의 단계로 가져가고 싶은 과정입니다. 물질적으로 가볍게 드러내고자 했는데 아름다운 것을 무거운 가벼움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저의 작업은 개인적인 문제로부터 출발한 치유로의 그림이면서 몸의 문인화의 정서가 있는 그림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시에 대한 기대를 말해주신다면?

그림 그리는 것을 삶의 버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몸에 크나큰 재해가 왔을 때 지켜준 것 중에 그림의 자리는 컸습니다. 나를 넓게 바라볼 수 있었고 주의할 수 있게 한 활동입니다. 몸이 가까스로 가능하여 감사했고요.  작업은 늘 부족한 상태로 계속되고 있어서 부끄럽습니다. 그럼에도 나와 세계를 견디기 위해 몸이라는 주제를 계속 탐구하려고 합니다. 

전시전경 (제공. 헤라스아트갤러리)
전시전경 (제공. 헤라스아트갤러리)

몸을 통해 세계를 감각하고, 다시 그 감각을 예술로 건네는 김유정 작가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지금, 나의 몸과 얼마나 잘 함께 살아가고 있는가. 작가는 질병과 통증이라는 개인적인 경험을 넘어, 모든 인간이 가진 몸의 연약함과 감각, 그리고 ‘견디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김유정 초대개인전 《나는 나를 낳지 못하고, 가려움》은 2026년 6월 29일부터 7월 5일까지 서울 잠원동 헤라스아트갤러리에서 개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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