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의 찰나와 오색찬란한 영원의 극명한 대비…
영겁의 시간을 품은 수정의 색채와 인간의 유한함을 담은 흑백 사진의 만남
사진작가이자 수필가로 활동 중인 이성훈 작가가 2026년 3월 11일 부터 16일까지 조형갤러리에서 개인전 ‘수정과 여인’을 개최하며 관객들 곁으로 돌아온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수백 년에서 길게는 지구의 기원만큼이나 긴 세월을 견뎌낸 광물인 ‘수정(석영)’을 매개로, 인간 삶의 유한함과 소멸에 대한 애상적인 정서를 깊이 있게 조명한다.
이산화규소로 이루어진 수정은 지구 지각에서 가장 풍부하게 발견되는 광물로, 각기 다른 모양과 다채로운 색채를 띠며 저마다의 의미와 효능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발굴된 국가의 지형적 특성을 그대로 닮아있는 점이 경이롭다. 도미니카 공화국에서만 발견되는 라리마(Larimar) 원석은 카리브해의 천혜 자연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듯한 푸른 바다 빛을 품고 있다.
반면 캐나다 세인트폴섬에서 처음 발견된 래브라도라이트(Labradorite) 원석은 흑청색을 띠고 있으나, 빛이 비추는 각도에 따라 밤하늘의 오로라를 연상케 하는 영롱한 푸른빛을 발산한다. 인류는 이처럼 숲과 호수, 때로는 우주를 품은 듯한 수정의 신비로움에 매료되어 오래전부터 이를 장신구로 사용해 왔으며, 우리나라 역시 금령총에서 발굴된 신라시대의 견고한 수정 목걸이가 그 역사를 증명하고 있다.
이성훈 작가는 이러한 수정의 영롱함과 투명함, 은은하고 다양한 색채가 뿜어내는 아름다움이 여인을 닮아있다고 말한다. 전설 속 인어의 눈물이 배어있을 법한 판타지적 상상력과 여성 특유의 순결함, 수줍음이 수정의 물성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작가가 오색찬란하고 영원불멸한 수정의 빛깔을 흑백의 사진 예술과 극명하게 대비시켰다는 점이다. 수억 년의 세월 동안 자신만의 색을 응축해 온 수정과 달리, 인간의 삶은 수정처럼 무한하지 않으며 세월이 흐를수록 그 젊음과 아름다움은 퇴색되어 간다. 작가는 화려한 색채를 덜어낸 모노톤의 흑백 사진을 통해 사라져가는 인간의 필멸성과 고독을 한층 더 날카롭게 포착해 낸다. 영원을 상징하는 수정의 화려한 천연색과, 찰나를 살다 가는 인간의 모습을 담은 흑백의 명암이 한 공간에서 충돌하며 빚어내는 시각적, 철학적 대비는 관객들에게 깊은 잔상을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