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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르포] 266인의 예술혼, 대전의 봄을 물들이… '2026 대전미술제' 그 9일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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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예술은 도시의 여백을 어떻게 채우는가. 단순한 지자체 행사를 넘어, 지역 미술의 생태계를 진단하는 '2026 대전미술제'가 9일간의 여정을 마쳤다.

본지 취재진은 지난 오픈일3월 13일과 마지막인 21일, 266명의 작가가 쏟아낸 열정의 현장을 찾았다. 대흥의 빌딩 숲 사이, 예술의 섬처럼 자리 잡은 '대전예술가의 집'에서 마주한 것은 숫자 너머에 존재하는 대전 미술의 생생한 생명력이었다.


◆ 14:00, 266개의 세계가 모인 ‘예술의 섬’에 들어서다

대전 서구 대흥동, 행정기관과 고층 빌딩이 밀집한 이곳의 공기는 늘 건조하다. 하지만 '대전예술가의 집' 3층 전시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공기의 밀도는 확연히 달라졌다. 은은한 유화 물감 냄새와 나직한 관람객들의 웅성거림, 그리고 전시장 곳곳에서 카메라 셔터소리와 대전의 1관부터 8관까지의 끝없이 이어지는 작품들을 보기위한 관심있는 수많은 인파들로 활기를 띠고 있었다.

지난 13일부터 9일간 대전 예술의 심장부 역할을 했던 ‘2026 대전미술제’의 날이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기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이번 전시에 참여한 '266명'의 이름이 빼곡히 적힌 월(Wall)이었다. 대전미술협회 소속 작가들이 총출동한 이번 미술제는 규모 면에서 이미 역대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개막식 컷팅식 및 전시 오프닝 현장 ⓒ엄미영 기자
개막식 컷팅식 및 전시 오프닝 현장 ⓒ엄미영 기자

지난 13일부터 9일간 대전 예술의 심장부 역할을 했던 ‘2026 대전미술제’. ‘대전미술 스며들다’라는 주제가 적힌 대형 포스터가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이했다.

2026 대전미술제 전시 포스터 ⓒ엄미영 기자
2026 대전미술제 전시 포스터 ⓒ엄미영 기자


◆ 15:30, 8개 전시실을 가득 채운 ‘266개의 시선’

1관부터 8관까지 이어지는 전시 동선은 마치 대전 미술의 어제와 오늘을 잇는 거대한 타임라인 같았다. 266명의 작가가 참여한 만큼, 작품의 스펙트럼은 상상을 초월했다. 

원로와 청년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작품을 나란히 배치한 이번 전시는 같은 장르 안에서도 세대에 따른 시선의 차이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원로 작가들의 작업이 오랜 시간 축적된 사유와 절제된 표현을 바탕으로 묵직한 품격을 형성한다면, 청년 작가들의 작품은 동일한 장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보다 자유롭고 실험적인 감각으로 확장되고 있었다. 같은 재료와 형식에서 출발했지만, 서로 다른 시간과 경험을 통과한 작품들은 결국 전혀 다른 언어로 읽히며, 전시는 그 차이를 대비가 아닌 공존의 방식으로 보여준다.

현장에서 만난 신진 작가는 "266명이라는 방대한 작가진 속에 내 이름이 포함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묘한 긴장과 배움을 느낀다"며 "원로 선생님들의 관록과 우리 세대의 실험 정신이 한 공간에서 부딪히며 공명하는 경험은 대전 미술의 계보가 단절되지 않고 흐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고백했다.

전시 기간 내내 266인의 작품을 감상하려는 관람객들로 전시장 내부가 활기를 띠고 있다. ⓒ엄미영 기자
전시 기간 내내 266인의 작품을 감상하려는 관람객들로 전시장 내부가 활기를 띠고 있다. ⓒ엄미영 기자

 각 섹션은 장르별 특성과 작가 개개인의 조형 언어가 드러나도록 배치되어, 관람객이 이동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작품을 접할 수 있도록 했다. 공간의 흐름에 따라 서로 다른 작업들이 이어지며 전시 전체의 맥락을 형성했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전시된 공간 구성 ⓒ엄미영 기자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전시된 공간 구성 ⓒ엄미영 기자

특히 이번 전시는 특정 세대나 경향에 치우치지 않고 신진 작가부터 중견·원로 작가까지 폭넓게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서로 다른 시선과 작업 방식이 한 공간 안에서 공존하며, 지역 미술이 지닌 다양성과 확장 가능성을 함께 보여주었다.

◆  16:20, 다양한 장르 예술의 결합

전시 중반부에서는 대전만의 색채가 드러나는 섹션이 이어졌다. 266명의 작가 중 일부는 지역의 문화적 기반과 환경을 바탕으로 다양한 조형 언어를 선보였다.

특히 전통적 회화와 더불어 입체조형, 공예 등 다양한 표현 방식이 공존하며 장르의 경계를 확장하는 흐름이 읽혔다.

캔버스를 넘어 입체와 공간으로 확장된 작업들은 대전 미술이 단순한 지역적 한계를 넘어 다양한 조형 가능성을 품고 있음을 보여준다.

작품을 중심으로 교류가 이루어지는 오프닝 현장 ⓒ엄미영 기자
작품을 중심으로 교류가 이루어지는 오프닝 현장 ⓒ엄미영 기자


◆ 17:30, 폐막의 아쉬움 속에 남겨진 ‘생태계의 과제’

21일 전시 종료 시간이 다가오자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9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주최 측 관계자의 얼굴에는 안도와 고민이 교차했다. "266명의 작가를 한자리에 모으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에너지 소모였지만, 그만큼 대전 미술의 저력을 확인한 계기가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숙제도 남았다. 이번 전시는 예술인 중심의 교류를 넘어 보다 폭넓은 관람층과의 접점을 확장해야 하는 과제도 함께 드러냈다. 특정 집단에 머무르지 않고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구조 속에서, 작품이 자연스럽게 유통과 연결되는 ‘아트마켓’ 기능의 강화가 요구된다. 

전시가 단순한 감상에 머무르지 않고 예술의 소비와 순환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관람객 참여와 시장 확장을 함께 고려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 18:00, 다시 빌딩 숲으로… 예술은 일상이 된다

이제 다시 건조한 빌딩 숲으로 걸어 나왔다. 하지만 조금 전 전시장에서 보았던 266개의 시선은 잔상처럼 남아 있었다. 예술은 멀리 있지 않았다. 캔버스와 조형물, 그리고 빛나는 스크린 위에 물든 대전의 봄은 이제 관람객들의 마음속에 스며들어 또 다른 일상을 버티게 할 힘이 될 것이다.

2026년의 봄, 대전은 그렇게 266인의 목소리를 통해 '유잼 예술 도시'로서의 가능성을 한 뼘 더 키워내고 있었다. 축제는 끝났지만, 266인의 예술가가 던진 질문은 대전 시민들의 일상 속에서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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