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서거 20주기, ‘AI 로봇오페라’로 다시 만나다
백남준아트센터는 백남준 서거 20주기를 맞아 오는 2026년 1월 28일과 29일, 특별 행사 《AI 로봇오페라》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백남준이 평생에 걸쳐 탐구해온 미디어 예술의 실험정신을 오늘의 기술 환경 속에서 다시 호출하고, 동시대적 의미로 확장하는 자리로 기획됐다.
백남준은 생전 기술을 단순한 도구가 아닌, 인간 사고와 감각을 재구성하는 예술적 매개로 다뤄왔다. 이번 행사는 이러한 그의 문제의식을 인공지능(AI)이라는 동시대 기술 맥락 속에서 재조명하며, 기술과 인간, 예술의 관계를 다시 묻는다.
행사의 중심에는 백남준의 대표작 로봇 K-456이 자리한다. 로봇 K-456은 1964년 제작된 작품으로, 백남준의 로봇 작업을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다. 이후 1996년 재제작된 이 작품은 걷기, 인사, 발화 등 주요 기능이 복원된 상태로 이번 행사에서 대중에게 공개된다. 백남준의 로봇 작업 가운데 실제 기능 복원이 이루어진 사례는 드물어, 이번 공개는 작품사적 의미에서도 주목된다.
로봇 K-456은 기술적 완성도를 과시하는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불완전하고 어딘가 어설픈 동작을 통해, 기술이 인간을 닮아가거나 인간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과 함께 실패하고 흔들리는 존재임을 드러낸다. 이러한 로봇의 모습은 기술과 인간, 예술의 관계를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사유하게 한다.
이번 행사는 백남준이 1965년 발표한 역사적 퍼포먼스 〈로봇 오페라〉에서 출발한 예술적 실험을 동시대 AI 기술 환경 속에서 확장·재해석한다. 〈로봇 오페라〉는 음악, 퍼포먼스, 기계 장치를 결합한 백남준 초기 실험의 결정체로,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였다. 《AI 로봇오페라》는 이러한 개념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의 기술 조건 속에서 다시 질문한다.
특히 이번 행사는 단순한 회고 행사에 머물지 않는다. 백남준의 실험이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 진행형의 질문임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둔다. 기술은 어디까지 인간의 감각과 사고를 확장할 수 있는가, 그리고 예술은 그 변화 속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가라는 질문은 AI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프로그램으로는 동시대 미디어 아티스트 권병준의 로봇극 〈유령극단 × 로봇 K-456: 다시 켜진 회로〉(2026)가 선보인다. 이 작품은 로봇을 완전한 기술적 존재로 제시하지 않고, 오류와 취약성을 지닌 존재로 무대 위에 소환한다. 이를 통해 기술과 인간이 만들어내는 불완전한 공존의 풍경을 극적 형식으로 풀어낸다.
또한 작곡가 김은준의 사운드 퍼포먼스 〈시퀀셜〉(2026)이 함께 진행된다. 이 작품은 백남준이 로봇 K-456의 명명에 착안했던 음악적 맥락에서 출발해, 사운드와 기술, 시간의 관계를 탐구한다. 반복과 변주, 기계적 리듬과 인간적 감각이 교차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백남준의 사유를 동시대적으로 확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