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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미영의 아트 & 힐링] 사라져서 더 아름다운 예술, 자연에 손을 거들 뿐 ‘야투(YA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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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다시 바라보는 작은 행동에서 시작된 기록. 인간이 아닌 자연이 만든 예술의 자리,그곳에 '야투'가 있다.

 

야투, 아직은 낯설지만 오래된 예술의 언어

'야투(YATOO)’라는 이름은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낯설게 들릴 것이다. 대지미술이나 환경미술과 비슷해 보이지만, 그 결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야투는 어느 범주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는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갖고 있다.

ⓒ이윤숙작가_존재의 회복을 위한 순환과 연결의 조형성, 2025 (전경)
ⓒ이윤숙작가_존재의 회복을 위한 순환과 연결의 조형성, 2025 (전경)

 금강의 모래 위에서, 숲의 나무 껍질 위에서, 바람과 빛과 그림자를 재료 삼아 조용히 자신만의 세계를 쌓아 온 이들의 예술은 자연을 빚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순리를 따라 손을 거드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윤숙작가_존재의 회복을 위한 순환과 연결의 조형성, 2025 (Detail)
ⓒ이윤숙작가_존재의 회복을 위한 순환과 연결의 조형성, 2025 (Detail)

야투는 1981년 충남 공주에서 시작된 자연미술 그룹이다. 45년 넘게 이어온 이들의 핵심은 단순하지만 깊다.

2022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참여작가                                                       _자료제공-YATOO AIR Exhition
2022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참여작가                                                       _자료제공-YATOO AIR Exhition

“자연에 인간의 의도를 강요하지 않는다.”

도구나 장비를 동원하지 않고 주변의 재료와 손으로만 작업하며, 자연이 이미 지닌 질서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창작을 이어간다.

ⓒ강전충작가_무제, 연미산 자연미술공원 작업현장모습, 봄 2024
ⓒ강전충작가_무제, 연미산 자연미술공원 작업현장모습, 봄 2024

여름, 연미산 자연미술공원. 한적한 산길을 지나 야투 자연미술을 이끌어 온 고승현 운영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묵은 사진집을 조심스레 펼치며 야투의 처음을 들려주었다.

“자연미술은 자연에서 영감을 받고, 떠오르는 대로 시도해 보는 것입니다.”

ⓒ고승현작가_하나되어_2022 여름_프랑스
ⓒ고승현작가_하나되어_2022 여름_프랑스

그가 보여준 사진 속에는 어떤 장비도, 화려한 조형도 없었다.

큰 바위의 금(Crack)에 작은 돌의 결을 맞추어 하나의 선을 이루고, 모래밭 위에 돌을 세운 뒤 태양의 그림자를 따라 또 다른 돌들을 연속해 세운 장면들이 기록돼 있었다.

“자연이 보여주는 대로 응답하는 것, 자연이 허락하는 만큼만 하는 것”, 그것이 야투가 견지해온 창작 태도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야투의 역사를 이렇게 정리했다. “45년 전, 20대 작가들과 고향 공주 금강변 금빛모래밭에서 ‘야투-야외현장미술연구회’를 결성했습니다. 이후 ‘야투자연미술연구회’로 이름을 바꾸어 활동했고, 1989년 독일에서 열린 ‘야투-아카이브전’을 계기로 해외에 알려지기 시작했죠. 지금은 39개국 167명 작가가 참여하는 국제적 네트워크(YATOO-International Project)로 확장되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고승현작가_무제, 연미산자연미술공원, 봄 2024
ⓒ고승현작가_무제, 연미산자연미술공원, 봄 2024

많은 이들이 야투를 서구의 대지미술(Land Art)과 혼동하지만, 두 장르는 근본적인 관점부터 다르다. 대지미술이 자연을 거대한 조형의 캔버스로 삼아 인간의 의도를 강하게 드러내는 경향이 있다면, 야투는 자연에 ‘무엇을 더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연이 이미 가진 형상과 흐름을 ‘조용히 따라가는’ 태도에 가깝다.

ⓒ정장직작가_무제, 공주 원골, 2008 여름 
ⓒ정장직작가_무제, 공주 원골, 2008 여름 

 인간의 조형미를 강조하기보다 자연이 허락한 범위 안에서 최소한의 개입만으로 완성되는 작품은, 자연과의 공존을 지향하는 야투의 정신을 가장 잘 보여준다.

ⓒ김대성작가_시린열매, 옥천 대청호, 겨울 2025
ⓒ김대성작가_시린열매, 옥천 대청호, 겨울 2025

야투의 작업은 완성된 형태보다 ‘사라지는 과정’ 자체가 작품이 되는 예술이다.

ⓒ이응우작가_구성, 논산 상월, 가을 2025
ⓒ이응우작가_구성, 논산 상월, 가을 2025

 바람이 불면 흩어지고, 비가 내리면 지워지고, 시간이 흐르면 자연 속으로 스며든다.

ⓒ고요한작가_녹색혈관2, 연미산자연미술공원, 봄 2024
ⓒ고요한작가_녹색혈관2, 연미산자연미술공원, 봄 2024

흔적이 오래 남지 않기 때문에 기록은 작업의 일부가 된다.

ⓒ고요한작가_녹색혈관, 연미산자연미술공원, 봄 2024
ⓒ고요한작가_녹색혈관, 연미산자연미술공원, 봄 2024

자연의 변화에 맞춰 작품이 생성되고 소멸하는 이 순환은 야투가 추구하는 자연미술의 핵심이며, 영원함보다 순간의 감각에 집중하게 만드는 예술적 태도다.

ⓒ정재헌작가_무제, 공주 금강변, 봄 2024
ⓒ정재헌작가_무제, 공주 금강변, 봄 2024

돌 하나의 모양, 나무껍질 한 조각의 결은 인간이 만들어낼 수 없는 조형이며, 작가는 그 질서를 발견하고 응답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이어간다.

자연의 변화에 맞춰 생성되고 소멸하는 전 과정이 담긴 영상으로, 빛·바람·재료의 움직임이 하나의 호흡처럼 이어지는 장면을 통해 ‘자연에 응답하는 예술적 태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것이다.

▶ 예술은 결국 자연이 우리에게 남긴 작은 흔적이라는 것이다.

■ 컬럼니스트 엄미영 그리니

※ 본 칼럼의 모든 내용과 사진은 무단 복제·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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