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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현장르포] 자연은 건축이 되고, 영감은 다시 태어난다 〈가우디 : 서울에서 다시 태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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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디는 무엇을 보고 건축을 했을까

가우디: 서울에서 다시 태어나다 (출처. fever 가우디 서울 전시 예약 페이지)
가우디: 서울에서 다시 태어나다 (출처. fever 가우디 서울 전시 예약 페이지)

8월 1일 서울 강남구 신사하우스에서 개막한 〈가우디 : 서울에서 다시 태어나다(Gaudí: Back to the Origins)〉​는 안토니 가우디 서거 100주기와 사그라다 파밀리아 '예수 그리스도의 탑' 완공을 기념하는 가우디재단 공식 월드투어 전시다. 가우디재단이 소장한 원본 자료와 공인 레플리카, 미완성 프로젝트의 세계 최초 3D 복원, 인터랙티브 체험을 통해 가우디의 건축 세계를 입체적으로 경험하도록 구성됐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공인 레플리카 및 성당 설계 도면 (사진. 강혜영)
사그라다 파밀리아 공인 레플리카 및 성당 설계 도면 (사진. 강혜영)

5층부터 1층까지 이어지는 전시를 관람하고 나면, 이번 전시가 단순히 가우디의 건축을 소개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전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건축보다 더 근원적인 가치인 '창조는 어디에서 시작되는가'​에 가깝다.

가우디 전시 입구 전경 (사진. 강혜영)
가우디 전시 입구 전경 (사진. 강혜영)

가우디는 생전에 "독창성이란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의 영문 부제 'Back to the Origins' 역시 이 철학에서 출발한다.

가우디에게 원점은 과거의 양식이 아니었다. 생명에 형태를 부여하는 자연의 질서였다. 그는 돌의 형태를 관찰했고, 식물의 골격을 연구했으며, 빛의 각도와 바람의 흐름을 건축으로 번역했다. 자연을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이 스스로 작동하는 원리를 건축 언어로 풀어냈다.

가우디재단 공인 래플리카 (사진. 강혜영)
가우디재단 공인 래플리카 (사진. 강혜영)

전시장에는 이러한 철학이 건축물 하나하나에 어떻게 스며들었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들이 이어진다.

카사 바트요 둥근 환기탑 (사진. 강혜영)
카사 바트요 둥근 환기탑 (사진. 강혜영)

카사 바트요의 둥근 환기탑은 천연 단열과 정화 기능을 가진 마늘의 구근을 닮았다. 구엘공원의 굴뚝은 숲속 버섯에서 영감을 얻어 기능적인 구조물에 생동감을 더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거대한 기둥은 플라타너스가 가지를 뻗는 모습처럼 위로 갈라지며 하중을 분산시키고, 자연광을 내부 깊숙이 끌어들인다. 카사 칼베트의 창에는 벌집 구조가 적용돼 장식성과 함께 통풍과 음향 효과까지 고려했다.

카사 칼베트의 벌집 구조 (사진. 강혜영)
카사 칼베트의 벌집 구조 (사진. 강혜영)

그가 평생 바라본 것은 자연이었고, 자연은 그의 건축 속에서 다시 태어났다.

가우디의 실험 정신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은 '폴리푸니쿨러(Polyfunicular)' 구조 실험이다.

폴리푸니쿨러 구조 실험 (사진. 강혜영)
폴리푸니쿨러 구조 실험 (사진. 강혜영)

천장에서 실을 늘어뜨리고 작은 추를 매달면 중력은 가장 안정적인 곡선을 스스로 만들어낸다. 가우디는 이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한 뒤 거꾸로 뒤집어 건축 설계에 활용했다. 계산보다 자연의 법칙을 먼저 신뢰했던 그의 건축 철학은 이 단순한 실험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가우디는 건축을 설계한 것이 아니라, 자연이 설계하는 방식을 읽어낸 사람이었다.

전시의 흥미로운 점은 그의 철학이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전시 후반부로 갈수록 관람객은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에서 직접 창작하는 사람으로 역할이 바뀐다.

AI활용 가우디 건축 설계 체험 (사진. 강혜영)
AI활용 가우디 건축 설계 체험 (사진. 강혜영)
AI활용 가우디 건축 설계 체험 (사진. 강혜영)
AI활용 가우디 건축 설계 체험 (사진. 강혜영)

AI를 활용한 체험 공간에서는 점을 연결해 자신만의 가우디 건축을 설계할 수 있다. 손으로 만든 구조는 AI를 통해 하나의 건축물로 구현된다. 가우디가 실과 추를 이용해 중력을 실험했다면, 오늘의 관람객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그 사고 과정을 이어간다.

직접 만들어본 가우디 스타일 건축물 (사진. 강혜영)
직접 만들어본 가우디 스타일 건축물 (사진. 강혜영)

가우디가 자연의 원리에서 건축을 발견했다면, 오늘의 창작자는 자연과 기술이 만나는 지점에서 또 다른 영감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미디어 아트 파사드 (사진. 강혜영)
미디어 아트 파사드 (사진. 강혜영)

이 밖에도 가우디가 디자인한 가구에 직접 앉아보거나, 건축물의 질감을 손으로 만져보고, 구엘공원의 상징인 도마뱀을 직접 그려보는 체험, 몰입형 미디어아트 등은 관람객이 '보는 전시'를 넘어 '참여하는 전시'를 경험하도록 만든다.

구엘공원의 도마뱀 그리기 체험 (사진. 강혜영)
구엘공원의 도마뱀 그리기 체험 (사진. 강혜영)

전시 제목인 '서울에서 다시 태어나다' 역시 이 지점에서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기자간담회에서 조윤지 전시 총괄은 "이번 전시는 가우디를 보여주는 전시가 아니라, 가우디의 철학이 오늘날 어떻게 다시 살아나는지를 경험하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기자간담회 현장 (사진. 강혜영)
기자간담회 현장 (사진. 강혜영)

실제로 서울 전시는 일본 도쿄와 오사카를 순회했던 월드투어 전시를 그대로 옮겨온 것이 아니다. '까예 가우디(Calle Gaudí)', '리본 스페이스(Reborn Space)' 등 서울에서만 만날 수 있는 공간을 통해 관람객 스스로 새로운 창작을 이어가도록 구성했다.

'리본 스페이스(Reborn Space)' (사진. 강혜영)
'리본 스페이스(Reborn Space)' (사진. 강혜영)
'리본 스페이스(Reborn Space)' (사진. 강혜영)
'리본 스페이스(Reborn Space)' (사진. 강혜영)

전시를 둘러보는 동안 개인적으로는 지난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직접 마주했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떠올랐다.

2025년 2월 당시 공사중이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사진. 강혜영)
2025년 2월 당시 공사중이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사진. 강혜영)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내부 (사진. 강혜영)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내부 (사진. 강혜영)

당시에는 그저 독특하고 아름다운 건축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상상 속의 모습이라고 여겨졌던 기둥은 플라타너스 나무를 본 뜬 것이었고 천장의 독특한 문양은 갈라지는 나뭇가지였다. 환상이 아니었다. 있는 그대로 눈에 보이는 자연의 법칙에서 태어났던 것이다.

전시 마지막 공간을 남기고 (사진. 강혜영)
전시 마지막 공간을 남기고 (사진. 강혜영)

보이는 것이 달라지니, 기억도 새롭게 태어났다.

가우디는 평생 자연을 관찰했고, 인간의 행복을 고민했으며, 건축을 통해 자연과 인간, 물질과 정신이 대화하는 방식을 만들고자 했다.

영상 인터랙티브 체험관 (사진. 강혜영)
영상 인터랙티브 체험관 (사진. 강혜영)

그리고 100년이 지난 오늘, 그의 철학은 AI와 미디어아트, 관람객의 손끝을 만나 또 다른 창작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야이야앤프렌즈와의 협업 공간 '까예 가우디(Calle Gaudí)' (사진. 강혜영)
이야이야앤프렌즈와의 협업 공간 '까예 가우디(Calle Gaudí)' (사진. 강혜영)

이번 전시가 다시 태어나게 한 것은 가우디의 건축만이 아니다. 자연에서 배우고, 본질로 돌아가며, 새로운 시대의 창조를 이어가는 우리의 시선이었다. 자연에서 시작된 가우디의 건축은 100년이 지난 오늘, 서울에서 또 다른 영감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전시가 진행 중인 '신사하우스' 전경 (사진. 가우디 서울 제공)
전시가 진행 중인 '신사하우스' 전경 (사진. 가우디 서울 제공)

가우디 건축을 '보는 것'을 넘어, 그의 철학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면 10월 31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하우스에서 열리는 가우디재단 공식 월드투어 특별전 〈가우디 : 서울에서 다시 태어나다(Gaudí: Back to the Origins)〉를 찾아보길 권한다.

전시장을 나설 때쯤이면, 당신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은 달라져 있을지 모른다.

예약 링크 (클릭)

전시티켓 (사진. 강혜영)
전시티켓 (사진. 강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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