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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철 작가, 인류가 사라진 세계...디스토피아에 대한 예술적 상상

구글 선호 매체로 추가
전시전경 (사진=이정우스튜디오 @bulbutus)
전시전경 (사진=이정우스튜디오 @bulbutus)

현재 삼청동 WWNN에서는 이웅철 작가의 개인전 《비-세계》전시가 한창이다. 《비-세계》는 인간 중심적 사고와 기후 위기,  환경 파괴로 인한 불확실한 미래에서 만약 '인간이 없어진다면?'이라는 물음을 예술적으로 상상하고 실험한다. 

이웅철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그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이 예술과 어떻게 조우하고 현재에 어떤 물음을 던지고 영감을 전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전시전경 (사진=이정우스튜디오 @bulbutus)
전시전경 (사진=이정우스튜디오 @bulbutus)

Q1. 이번 전시에 작가이자 기획자로 참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전시의 기획 의도와 중심 주제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시겠어요?

이번 전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의 다원예술 창작산실 공모에 선정되어 진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전시는 현실로 다가오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나아갈지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작품의 구상은 유난히 더웠던 작년 여름 야외 작업을 하던 중 세계가 녹아내리는 듯한 느낌을 받은 것에서 출발했습니다. 문득 어린 시절 플로피 디스크로 플레이했던 묵시록적인 시나리오의 한 게임이 생각났습니다. 국내 최초의 슈팅 게임인 ‘그날이 오면’(1991)은 천연자원이 고갈된 미래에서 새로운 자원의 개발로 야기되는 문제가 ‘네옴 서울 시티’라는 가상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스토리였습니다. 우연히도 23년도에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를 소재로 하여 불안한 미래에 대해 언급했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전작에 대한 화답과 같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전시를 실행하는 데 있어서 작업에 대한 전반적인 정리와 전시 공간 등 여러 고민과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상미 큐레이터님의 도움으로 얽힌 실타래를 풀어가듯이 문제들을 해결해서 전시를 무사히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전시전경 (사진=이정우스튜디오 @bulbutus)
전시전경 (사진=이정우스튜디오 @bulbutus)

Q2. 지구에서 인류가 사라진 후의 세계를 구현하셨는데, 지구 환경에서의 '인간' 존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해요.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유토피아는 무엇인가요?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가 클리셰를 반복함에도 꾸준히 유행하는 이유는 불안한 현실을 드러내며 결국 ‘리셋’에 대한 욕망을 반영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장르는 대부분 음울한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가는 결말로 이어집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을 중심으로 한 관점입니다. 다른 종의 시선에서 인류가 사라진 세계를 상상해 보면 과연 어떨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인류 이후의 세계에서 인간이 만든 예술작품은 어떠한 의미가 있을지를 고민해 보았습니다. 인간들의 흔적은 다른 생명체의 놀이터나 안식처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한 세계가 지금보다 나쁘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란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전시전경 (사진=이정우스튜디오 @bulbutus)
전시전경 (사진=이정우스튜디오 @bulbutus)

디스토피아는 쉽게 그려낼 수 있지만 유토피아를 구체적으로 상상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답을 내려야 한다면 하루, 혹은 지금 이 순간을 긍정할 수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시전경 (사진=이정우스튜디오 @bulbutus)
전시전경 (사진=이정우스튜디오 @bulbutus)

Q3. 지속 불가능한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작품 표현 과정에서 가장 드러내고자 했던 부분이 있다면 같이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특정한 하나를 이야기 하긴 어렵지만 기술의 발전 속도가 인간의 성숙함에 비해 너무 빨랐다는 생각을 때때로 하게 됩니다. AI의 발전 속도와 그것을 전쟁에 활용해서 같은 종을 사냥하는 사악함이 하나의 예시인 것 같아요. 환경의 변화도 비슷한 경우겠죠. 그렇다고 러다이트 운동을 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과거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변화의 속도는 거스르기 어려운 것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의 관점에서 사유가 가능하다면 현재를 다른 방식으로 사유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결국 감각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실험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시에서 그것이 자연스럽게 전달되었으면 합니다.

전시전경 (사진=이정우스튜디오 @bulbutus)
전시전경 (사진=이정우스튜디오 @bulbutus)

Q4. 이번 전시에서는 조각, 설치, 세라믹, 영상 사운드 등의 다채로운 매체를 다루셨는데, 그 의도가 궁금합니다. 

처음부터 어떠한 매체로 작업을 진행할지 계획을 세우지 않았고, 내용에 맞는 표현 형식을 차아가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장르로 구성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이전의 작업들도 마찬가지인데, 지금은 과거와 달리 다양한 기술과 재료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생각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그 한계가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재료를 실험하는 과정은 마치 낯선 곳을 방문하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도 크지만 그 안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결국 실험을 하다 보면 스스로 얻는 깨달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전시전경 (사진=이정우스튜디오 @bulbutus)
전시전경 (사진=이정우스튜디오 @bulbutus)

Q5. 전시의 전반적인 주제가 비관적이기 보다는 새로운 긍정의 탐색으로 여겨졌는데요. 작가님이 보여주고자 했던 미래의 긍정적인 측면은 무엇인가요?

주제가 어둡고 비관적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전시 자체를 무겁게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미 관련 주제에 대해 관객들이 많은 지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보를 더하는 것이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전시를 통해 그동안 많이 다뤄진 주제를 다른 관점으로 들여다보고 싶었고, 보는 이로 하여금 담백하게 작품을 접했으면 합니다. 하지만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풍기는 분위기와는 달리 내용에 역설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리 가볍게 볼 수만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전시전경 (사진=이정우스튜디오 @bulbutus)
전시전경 (사진=이정우스튜디오 @bulbutus)

감각을 변화시키는 것은 생각을 바꾸는 것보다 어렵다고 느껴집니다. 전시를 통해서 조금 다른 관점에서 세계를 감각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전시전경 (사진=이정우스튜디오 @bulbutus)
전시전경 (사진=이정우스튜디오 @bulbutus)

이웅철 작가의 개인전 《비-세계》는 8월 2일까지 개최되며,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휴관일 없이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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