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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수민 "누구나 '영감의 샘' 갖고 있어…그림·음악·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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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 출간…"향후 ‘클래식 강연자’ 역할 집중하고 싶어"

[사진 = 이수민] 이수민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가
[사진 = 이수민] 이수민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가

-안녕하세요? 작가님이라고 불러야 할지, 강연자라 불러야할지, 연주가라 불러야할지...(웃음) 재능이 많으십니다. 학창 시절 바이올린을 전공하셨는데요. 음악에 관한 질문을 먼저 드리겠습니다. 예원학교와 서울예고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와 인디애나대학교에서 학업을 마쳤습니다. 이런 경험이 지금 하는 일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한국에서 음악을 전공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꼭 거쳐야 하는 학교들을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예원학교, 서울예술고등학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기악과 학사 및 석사를 졸업했고요. 이후 미국 인디애나대학교로 건너가 2년 간의 연주자과정을 마쳤습니다. 한국에서는 체계적이면서도 도제식 교육을 받았다면, 미국에서는 스스로 생각하고 음악을 만들어 나갈 수 있게 하는 교육을 동시에 받았다고 볼 수 있겠네요...(웃음)

또 평소에는 음악 외에도 다양한 경험을 추구하고 있는데요. 이 역시 인간적으로 성장하고 시야를 넓히는데 큰 시너지를 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데는 음악에 대한 열정과 끈기는 물론 부모님의 무조건적인 지원과지지 역시 빼놓을 수 없을 듯합니다."  

-음악을 듣고 연상되거나 느껴지는 감정을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이 독특합니다. 처음으로 그림을 그리게 되신 계기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에서 공부한 후 귀국했습니다. 7살 때부터 악기를 잡았던 터라 정식 교육을 포함해 21년간의 공부가 일단락되는 시기였어요. 그런데 귀국 후 실정은 바닥부터,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했습니다. 저를 적극적으로 이끌어주는 사람이 없다는 현실, 또 저를 위해 준비된 자리가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 번 체감하면서 인생의 첫 슬럼프에 빠졌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해야 할 일이 없다는 상황은 굉장한 우울감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이렇게 시간이 많은데 어렸을 때 좋아하던 그림이나 그려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스프링 노트에 문구점에서 파는 500원, 1,000원 짜리 펜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문화센터의 실기 아카데미를 다니며 기본기도 익혔고요. 그 때는 거의 매일 그림을 몇 점씩 그렸습니다. 그렇게 점과 선과 색으로 이루어진 그림으로 제 안의 예술성을 표현하기 시작한 것이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 작업과정이 궁금합니다.

"그림을 체계적으로 공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때그때 영감에 따릅니다. 평소 전시든 공연이든 어떤 형식으로든 영감을 많이 쌓아두면 손이 근질근질 해 질 때가 오거든요. 바로 그때가 그림을 그려야 할 때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압니다. 예전에는 종이에 다양한 종류의 도구를 사용하여 그렸다면, 요즘은 핸드폰 앱을 이용하여 손가락으로 슥슥 그리곤 해요. 흔히 말하는 ‘손맛’이 다르기 때문에, 요즘에는 이 두 가지 방법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사진 = 이수민] ‘로망스’, 2018년, 종이에 오일파스텔과 붓펜, 11cm X 16cm ©이수민
[사진 = 이수민] ‘로망스’, 2018년, 종이에 오일파스텔과 붓펜, 11cm X 16cm ©이수민

-개인적으로 의미 있거나, 독자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작품들은.

"먼저 소개해드릴 작품은 ‘로망스’라는 작품인데요. 저는 스승의 딸을 사랑한 로베르트 슈만과 그의 아내인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인 클라라 슈만과의 러브스토리를 좋아합니다. 로베르트도 클라라도 <로망스>라는 이름으로 곡을 3개씩 작곡했는데요. 그 중에서도 이 그림은 클라라의 ‘로망스 1번’을 듣고 그린 그림입니다. 벅찬 감정 일렁이는 곡의 분위기를 오일파스텔과 붓펜을 사용해 표현해봤습니다.

[사진 = 이수민] ‘멜로디’, 2015년, 종이에 잉크, 11cm X 16cm ©이수민
[사진 = 이수민] ‘멜로디’, 2015년, 종이에 잉크, 11cm X 16cm ©이수민

이 작품은 ‘멜로디’라는 작품인데요. 2014년 유학을 마치고 귀국 후 미래에 대한 고민과 무기력으로 슬럼프에 한참 빠져있을 때 그린 그림입니다. 그림에서 묘사하고 있는 순간은 5월 말, 아카시아 꽃이 막 질 때인데요. 마당에서 떨어지는 꽃잎을 손을 내밀어 받았는데 여러 가지 감정을 들었습니다. 생명과 죽음의 사이클, 숭고한 아름다움에 대한 감상을 표현한 그림입니다.

[사진 = 이수민] ‘노부부’, 2022년, 디지털 이미지 ©이수민
[사진 = 이수민] ‘노부부’, 2022년, 디지털 이미지 ©이수민

세 번째로 소개해드릴 작품은 ‘노부부’라는 작품입니다. 저는 매일 가족과 뒷산 산책을 2시간씩 하는데요. 언젠가부터 부모님의 내려앉은 어깨와 굽은 등, 흰머리가 보였습니다. 음악가가 되기로 진로를 정한 후 20년도 넘는 긴 시간 동안 묵묵히 응원해주신 부모님께 헌정하는 마음을 담아 그린 그림입니다.

[사진 = 이수민]‘듀오’, 2020년, 디지털 이미지 ©이수민
[사진 = 이수민]‘듀오’, 2020년, 디지털 이미지 ©이수민

네 번째 소개해드릴 그림은 2020년 있었던 독주회의 경험을 이미지로 옮겼는데요. 당시 저는 슈베르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환상곡 C장조’를 연주했습니다. 그 당시 느꼈던 슈베르트의 투명한 슬픔, 겨울의 차가운 이미지를 파란색 메인 설정하여 표현해봤습니다.

[사진 = 이수민]‘트리오’, 2020년, 디지털 이미지 ©이수민
[사진 = 이수민]‘트리오’, 2020년, 디지털 이미지 ©이수민

이번에 소개해드릴 그림은 친구들과의 즐거웠던 트리오 연주 경험을 토대로 그렸는데요. 피아노와 성악, 바이올린으로 구성된 독특한 구성의 연주였습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었기도 했고, 열정적인 분위기를 떠올리며 빨간색을 메인 컬러로 사용했는데요. 선을 끊거나 덧그리지 않고 한 번에 그리는 기법으로 그린 것이 특징입니다. 즉흥성과 역동성이 잘 드러나 제가 좋아하는 그림이에요.

[사진 = 이수민]‘탱고’, 2021년, 디지털 이미지 ©이수민
[사진 = 이수민]‘탱고’, 2021년, 디지털 이미지 ©이수민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그림은 ‘탱고’라는 작품인데요. 한동안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그 위에 덧칠을 하며 편집하여 디지털 이미지를 만들곤 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간 식당에서 바짝 마른 장미 화병을 보고 영감을 얻어 경쾌한 색깔과 구도로 생명력을 덧입혀 작업했어요."

-신세계인재개발원, 교보생명, 국방부 등 여러 기업과 기관에서 클래식 강의는 물론 예술의전당, 롯데콘서트홀 등 주요 공연장에서 공연 해설과 클래식 강의를 통해 클래식 음악을 대중에게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있나요?

"(방송인으로서)제가 2019년부터 유튜브를 시작했는데요. 그 당시 제 영상을 본 방송관계자 분께서 EBS 생방송 뉴스 중 공연 소개 코너인 <지성과 감성>에 저를 섭외를 해주셨습니다. 덕분에 2021년부터 2022년까지 1년 조금 넘는 기간을 방송 출연했고요. 당시 공연 선정, 현장 연주자 인터뷰, 실황 녹화 영상 중 방송에 사용할 구간 선정, 스크립트 작성, 출연까지 모두 맡아서 했는데, 이를 계기로 방송 시스템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이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강연자로서) 2024년은 클래식 강연자가 된 지 10년째입니다. 그리고 올 2월부터 <예술의전당 인문·감상 아카데미> 강의를 진행했는데요. 수강생들의 반응이 좋아 내년 초에 세 번째 특강을 앞두고 있습니다. 예술의전당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예술기관이고, 또 중학생 때부터 드나들며 크게 동경하던 곳이었기 때문에 섭외 연락을 받고 무척 기뻤거든요. 10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강연해왔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제 스스로가 정말 뿌듯한 순간이었습니다.

(공연해설가로서) 몇 해 전 롯데콘서트홀에서 베이시스트 성민제, 첼리스트 송영훈이 메인 연주자로 섰던 <피아졸라 x 나이트클럽>에서 공연 해설을 했는데요. 큰 무대라 정말 많은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공연 당일 낮, 기획사로부터 급하게 연락을 받았습니다. 아르헨티나 대사님들도 초청되었으니 영어 해설도 가능하냐구요. 저는 영어에 능통한 친구에게 제가 한글로 쓴 대본을 영어로 급하게 번역을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무대 위에서 한글과 영어로 무사히 공연 해설을 마쳤던 기억이 아직도 뚜렷합니다.

-2022년에는 ‘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라는 클래식 입문서를 내셨는데요. 이 책을 어떻게 집필하시게 되셨나요?

"2018년부터 실물 잡지, 인터넷 웹진, 기관 블로그 등 여러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기 시작했어요. 평소에 SNS에 제가 좋아하는 음악과 관련된 정보성 글과 다양한 생각을 올리곤 했었는데 그것을 보고 칼럼 기고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당시 다양한 어투와 톤으로 글을 쓰며 많은 단련이 된 것 같아요. 2022년, 크레타라는 출판사에서 먼저 연락을 해와 그동안의 글을 모아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평소 텍스트 읽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데요. 매일 아침에 신문을 읽으며 다양한 주제를 건져내고, 좋은 책을 보며 그들의 문장을 수집하기도 하고, 작가의 인터뷰나 강연도 챙겨보며 그들의 예술세계를 이해하려고 합니다. 또 평소에도 좋은 전시나 공연을 보며 ‘어떻게 하면 대중들에게 이 영감을 쉽고 재밌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곤 하거든요.

제 첫 책인 ‘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는 총 세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미술 전시회에 다녀온 후 작가나 특정 그림과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을 매치시킨 1장 <그림에 음악 더하기>, 필연이라는 끈으로 촘촘히 엮인 예술가들의 관계성에 대해 쓴 2장 <이음줄과 붙임줄>, 마지막 3장에서는 제가 특별히 좋아하는 바이올린 곡들을 소개한 <바이올린 세레나데>로 구성해서 집필했어요."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으셨던 메시지가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제가 책 서문에도 썼는데요. 혼자만 알기 아까운 식당 리스트를 공유하는 마음처럼, 또 넉넉한 친구처럼.... 제가 좋아하고 즐겨 듣는 음악 리스트, 그리고 저만의 음악 감상법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독자들에게 자신만의 음악 취향이 생기기를, 또 그 음악이 인생의 순간순간 그들 곁에서 작은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클래식 음악과 미술의 융합을 강조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시게 된 이유는.  

"지난 예술사를 살펴보면 그림과 음악, 글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걸 알 수 있는데요. 작곡가 멘델스존은 연주 여행을 가서 풍경 그림을 그렸고, 작곡가 슈만은 음악잡지 <음악신보>를 창간 후 꾸준히 비평을 썼습니다. 또 일찍 세상을 떠난 친구의 유작 전시회에서 그림을 보고 영감을 받은 무소륵스키는 <전람회의 그림>을 작곡했고, <발라드>라는 문학장르에서 영감 받은 작곡가들은 그 장르의 시적 상상력을 그대로 악보 위에 옮겼습니다. 영감의 샘은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이고 그것이 어떤 파이프를 통해 나가느냐의 차이인 것 같은데요. 제가 느끼기에도 예술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거 같습니다. 그래서 클래식 음악과 미술만이 아닌 다른 예술분야간에도 서로 영감을 받고  표현해 내는 것이 어쩌면 자연스러운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동안 작업하신 작품들로 향후 전시 계획은 없으신가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언젠가 제 그림을 모아 더 많은 분들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일반적인 전시형태는 아닐 것 같아요. 그림 앞에서 그림의 영감이 되어 준 음악 작품을 설명하고 연주하는 미니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하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또 현재 기관 및 기업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에 있는데요. 제 강연 스타일은 다른 일반적인 클래식 공연, 강연과는 조금 다릅니다.  제가 그린 그림을 큰 스크린에 띄워놓고 그 앞에서 그림의 영감이 되어준 곡과 작곡가에 대한 해설을 하고, 바이올린 연주를 병행하고 있는데요. 관객들이 눈과 귀로, 음악과 언어로 음악을 즐길 수 있게끔,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게끔 하려고 합니다.

또 현재는 바이올리니스트, 클래식 강연자, 공연 해설자, 칼럼니스트, 방송 활동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제가 가진 재능을 집약해서 표현할 수 있는 ‘클래식 강연자’ 역할에 좀 더 집중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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