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녕하세요? 작가님은 10세에 적록색약 진단을 받고 예술 활동을 중단하라는 조언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미술을 시작하시게 되셨나요?
사실 초등학교 3학년은 그런 현실이 크게 와 닿지는 않을 나이죠. 지금도 보수적인 문화예술 분야지만, 당시 사회상은 더욱 보수적인 시절이라 정확히는 미대 입학이 불가하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지금도 저 같은 색각이상자가 프로페셔널 레벨의 시각예술 분야에 종사한다는 것은 무척 드물고 기적적인 일이죠. 사실 크게 개의치는 않았습니다. 순수예술 활동 외에 모든 디자인분야, 공군파일럿, 소방관 등 색각이상자가 할 수 없는 직업들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무척 어린 나이기도 했고 학업 성적이 우수했고, 다른 재능도 많은 아이였기 때문에 예술 말고 다른 일 하면 되지? 뭐가 문제야 정도로 받아 들였었고요. 그런데 중고등 학교 시절에 학교 담당 미술선생님께 미대 입시반으로 많은 스카우트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알고 있었죠. 적록색약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미대에 가지 못한다는 것을......
그리고 잊고 살았던 예술과 창작에 대한 갈증을 깨달은 건 아주 늦은 나이인 28살 때였습니다. 당시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취업하여 무료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는데, 뒤늦은 사춘기라고 할까요? 내가 회사에 다니기 위해서 태어난 게 아닌데?’ 뭐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당시 저는 여러 가지 속상한 일들이 겹치고 힘들던 때라 조금은 심각한 수준의 우울감에 빠져있던 때였습니다. 이런 제 모습을 처음 본 친구들이 걱정을 하며, 치료와 활력을 목적으로 취미 그림을 권유했어요. 그때 막연히 살고자 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제게 많은 에너지와 활력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도전했던 NGO단체의 '탄자니야 벽화도안(벽화설계도) 공모전'에서 저는 우승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공모전을 계기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며, '예술가란 직업은 내가 평생 정진하여 업으로 삼을만한 일이다'라고 다짐했는데, 이게 프로작가로의 첫 시작이었습니다.
*교육 환경이 열악한 나라 어린이들의 학교에 벽화를 선사하는 공모전
2. 작가님은 작품의 색상을 선택할 때 색각이상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창의적인 방법이나 도구를 사용하시나요?
작업을 시작하던 초기에는 작품색상을 선택할 때 보시는 분과 제가 전하고자 하는 느낌의 괴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가장 원색들만 사용했어요. 소위 말하는 파스텔톤, 쿨톤 같은 빛깔 개념의 색들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죠. 그래서 가장 오리지널의 파랑, 빨강, 노랑, 흰색과 검은색만 사용한 작품을 많이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색각이상은 해결할 문제점이 아닌 ‘특별함’ 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피하지 않고 자유롭게 작품을 연출하고 있어요
3. 작가님은 스테인드 글라스에서 영감을 받으신다고 하셨는데요. 작가님의 작품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 스테인드 글라스 복잡한 패턴과 상징성에 처음 끌린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아주 신실하진 않지만 저는 모태신앙으로 어릴 때부터 교회와 성당 같은 장소가 익숙한, 크리스찬으로 자랐습니다. 그래서 교회를 장식하고 있는 스테인드 글라스에 아주 익숙해요. 스테인드 글라스는 외적으로 화려하고 예쁘기도 하지만 조화와 균형의미가 돋보입니다. 서로 다른 색의 유리 조각들이 조화롭게 합쳐져서 하나의 작품으로 빛나는 모습을 보면서 작품의 연출에 참고하기 시작했어요. 특히나 작금의 세상은 정말 많은 가치관과 갈등(세대 갈등, 나라 간 갈등, 남녀 갈등, 문화와 종교의 갈등 등)들이 혼동하고 있는데 가치관이 다양해진 만큼 여러 조각의 유리조각들이 하나의 그림으로 조화를 이루는 스테인드 글라스처럼, 이런 차이점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 평화와 조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이런 부분이 끌렸던 거 같아요.
4. 앞의 질문에 이어서 '차이점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 평화와 조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했다고 생각하는 작가님 작품의 예를 들려주실 수 있나요?
Andy worst numbering 01 (2020), 58.5cm X 78.5 Acrylic on canvas (사진=앤디워스트)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모태 크리스천으로 자란 저는 교회나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익숙하게 보며 자랐습니다. 형형 색색의 유리 조각들은 각자 다른 색을 뽐내면서도 하나로 어울러져 멋진 형태를 이루게 했는데요. 스테인드글라스 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 속 원색의 조각과 패턴들은 세상의 여러 생각과 가치관, 사상, 개념, 개성 등 을 상징합니다. 각자 다른 색과 형태를 뽐내고 있지만, 하나의 형태를 이룬 작품처럼 우리가 이해와 관용, 사랑으로 함께 한다면 조금 더 멋지고 아름답고 살 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작업한 작품입니다.
Get Lucky: Sunflower (2022) ,130.3cm X 97.0cm Acrylic on canvas. (사진=앤디워스트)
이 작품은 저에게 예술가란 사명을 준 세상에 그리고 제 작품을 사랑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진실과 진심으로 행운과 감사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해바라기는 행운과 재물, 건강, 풍성함의 의미를 담고 있는 피사체인데요. 바탕에는 젖소 무늬 패턴으로 따뜻함과 여유로움 그리고 인공적이지 않은 자연적인 세련됨을 담아보고자 했습니다. 이 작품을 감상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행운과 건강이 가득 깃들길 기도합니다.
5. 작가님의 작업과정과 작가님께 의미있으시거나, 관객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은 작품 등 소개해주고 싶은 작품들이 궁금합니다.
저는 작업을 할 때 세상과 나의 내면을 1인칭으로 때론 3인칭으로 관찰합니다. 그리고 그 설정한 인칭과 대화를 하면서 작품에 담고자하는 메시지를 정하는데요. 그 다음에 그것을 가장 아름답고 명확한 형상으로 담아내기 위해 설계를 합니다. 그리고 나서 그 설계 과정이 끝나면 가장 적합한 재료와 기법을 찾아서 정상과 노력으로 캔버스에 담아내는데요. 첫 번째 소개하고 싶은 작품은 ‘Milkow Snail’ 달팽이입니다.
Milkow Snail: Desire, 60cm x 60cm Acrylic on canvas (사진=앤디워스트)
‘Milkow Snail’의 통칭인‘우유 달팽이’는 신화 속에 등장하는 용이나 유니콘 같은 상상의 동물이며, Andy Worst 작가의 오리지널 캐릭터인데요. 보이지 않지만 실존하는 모든 것(사랑, 우정, 시간, 추억 등)을 상징합니다. 그 중에서도 그리운 시간과 소중한 추억을 달팽이라는 피사체에 투영했는데요. 정신 없이 매일 챗바퀴 돌 듯 한 삶속에서비오는 어느날 화단을 산책하는 달팽이와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달팽이가 참 행복해보였어요. 느리게 아주 느리게 아름답게 내리는 비와 시간을 느끼고 만끽하고 있는 거 같았보였습니다. 같은 세상 같은 공간 속, 하지만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달팽이를 보며 아름다운 순간, 소중한 시간들을 충분히 느리게 만끽하며 사는 삶 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작업했던 작품입니다.
Heroes of earth(2024), 37.9cm x 45.5cm Acrylic on canvas (사진=앤다워스트)
두 번째 작품은 ‘Heroes of earth’라는 작품인데요. 진정한 영웅은 언제나 소리 소문 없이 활약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소리 없이 묵묵히 소임을 다하시는 히어로 분들이 계시죠. 그리고 이런 노력과 희생들이 모여 우리가 누리는 평화로운 일상이 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인류와 지구상의 모든 생명들의 삶과 생존에 필수적인 '생태계의 순환', 그 순환의 혈관 역할을 하는 귀하고 소중한 것이‘벌’이라 생각되었습니다. ‘BEE, BEE, BEE, 고마워 넌 아름답고 감동적인 존재야!’말해주고 싶어요.
Flowers leave fragrance in the hand(2023), 60.6cm x 80.3cm Acrylic on canvas (사진=앤디워스트)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리는 이 작품은 특별한 설명이 없고요. 제목 그대로 ‘꽃을 전해주는 사람의 손에는 꽃향기가 남는다.’인데 뭔가 직관적으로 예쁘고 따뜻한 기운의 작품을 작업하고 싶었습니다. 특별한 설명은 없지만 제목 그대로의 메시지를 전해드리고 싶어요.
6. 다양한 유형의 색각을 가진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컬러 유니버설 디자인의 원칙을 예술 작품에 반영하셨거나 포용적 예술 환경을 위해 고민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사실, 색각이상이 제가 잘 못보거나 부족한 것이 아니고 특별하고 우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유니버설 디자인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시도를 해 본적은 없는데요. 다만 포용적 예술 환경을 위한 고민은 많이 했고 지금도 시도하는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저 같이 특별한 예술가가 이름이 알려지고 세상에 우뚝 서게 되면 사람들은 편견과 질타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지고 오히려 우러러 보게 되겠죠. 그것이 사회와 인간군상의 본능이기에 저의 이름을 알라기 위해서 열심히 정진하고 있습니다.
7. 창작 분야에서 장벽으로 보일 수 있는 장애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젊은 예술가에게 어떤 조언을 하시겠습니까?
오드아이(홍채이색증)라는 돌연변이는 과거 악마의 상징이고 정상이 아닌 네거티브한 이슈로 핍박 받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지금은 아주 매력적인, 특별한 눈으로 각광받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세상이 여러분의 매력과 특별함을 장애와 부족함으로 정의 하는 것 또한 허상일 뿐이에요. 저는 특별한 눈을 가지고 태어난, 아주 특별하고 우월한 예술가입니다. 여러분도 이 특별함을 숨기지 마세요!. 여러분은 특별한 존재들입니다.
8. 향후 전시 계획이나 앞으로 작업할 새로운 주제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또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예전엔 다양함과 포용을 테마로 여러 작품들을 창조했다면 최근엔 저의 특별함을 숨기지 않은 레드컬러의 작품들을 기획하고 창조하고 있습니다.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닌 특별하게 본다는, 소극적 마인드의 특별함이 아닌 이젠 모든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아이콘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단순히 값비싼 인테리어 소품을 만드는 작가가 아닌 세상과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보여준 상징적인 존재이자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