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강수희 인터뷰] 동양화를 전공한 청년 작가, 제주 삶을 서사로 풀어 내다!

구글 선호 매체로 추가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학과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20대 후반 제주도로 내려가 자신 서사를 작품으로 풀어내고 있는 청년 작가, 강수희 작가를 만나보았다.

[사진=강수희 작가] 작업하는 강수희 작가
[사진=강수희 작가] 작업하는 강수희 작가

Q1. 작가님, 작가님께서는 동양화를 전공하시고 이를 기반으로 작품 활동을 하신다고 알고 있는데요. 동양화라는 전통적인 형식을 어떻게 현대적인 감성과 접목하여 표현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창작에 있어 소재와 주제는 분리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제 서사를 작품으로 그리는데요. 동양화는 고등학교시절부터 지금까지 연구해왔던, 제게는 가장 친숙한 소재이자 매체입니다. 그래서 색감과 재료적 측면에서 어쩔때는 서양화와 경계를 둘 수 없기도 합니다. 하지만 동양화를 현대적으로 모색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어요.  동양화의 정신적 계승보다는 기법적, 재료적 연구에 더 집중하고 있는데요. 한지 위에 동양화 외에 다양한 채색 매체들을 사용해보면서 한지에 스며들고 쌓아 올라갈때 주는 재미와 차이를 계속해서 실험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방식은 습기에 약한 한지가 제주도의 습한 환경에서 '어떤 안료와 만났을 때 캔버스 만큼 습기에 강하고 더 견고해질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시도하게 된 방법이에요.

Q2.  제주도 이주가 작가님의 예술에 큰 영향을 준 것 같은데, 처음 제주도로 이주는 어떻게 하시게 되셨나요?.

제주도는 당시 제 상황에서 가장 큰 용기를 내어 도망쳤던 곳입니다. 그 당시 저는 내면의 삶에서 처음으로 넘어져서 많이 아프고 지쳤던 상태였는데요. 유년시절 얌전하게 넘어간 사춘기가 뒤늦게 온 듯, 제 자신을 제어할 수 없고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또 작업으로도 많이 방황했고요. 휴학 하던 중 약 1년 간 제주도에 살면서 저와 잘 맞는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22년도부터 입도하게 되었고요. 제주도에 입도하고 나서 저는 무기력함을 극복하기 위해 하루 한장 드로잉을 하기로 제 자신과 약속했는데요. 제주도 이곳 저곳을 드로잉 하면서,  점차 제 내면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  했던거 같아요. 그러면서 제 얘기가 작품으로 탄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그렸던 까마귀, 고양이, 집, 나무 등은 현재까지도 제 작품의 장면이자 정서를 나타내는 상징이 되어 있어요

Q3. 작가님 작품의 주제는 골방, 해프닝, 파란사람 등의 몇 가지 테마로 나눠 볼수 있을 듯 한데요. 각각의 테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골방(2021-현재) : 숨고싶은건 아닌데]

골방은 작업의 방향을 제 서사로 잡고 처음으로 작업한 첫 번째 챕터입니다. 제주도 어느 시골마을의 낡은 집이라는 공간적 배경과 제 자신을 휴지시키는 시간적 배경을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는데요. 골방은 홀로 살아가면서도 스스로를 이해하고 작업 언어를 확립해가는 시간으로 저는 그것을 ‘골방의 문법’으로 칭했습니다. 이 시리즈는 제 서사를 담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주제 중 하나입니다.

[사진=강수희 작가] 선크림 때문이야, 2021, color on Korean paper, 122(w) x 205(h)cm제주도 집 골방, 선크림 바르기 조차 귀찮아 외출하지 않는 작가의 게으름을 선크림 때문이라 탓하는,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시니컬하게 유머를 담아 표현한 작품이다
[사진=강수희 작가] 선크림 때문이야, 2021, color on Korean paper, 122(w) x 205(h)cm제주도 집 골방, 선크림 바르기 조차 귀찮아 외출하지 않는 작가의 게으름을 선크림 때문이라 탓하는,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시니컬하게 유머를 담아 표현한 작품이다
[사진=강수희작가] “빵 - !” , 2021, color on Korean paper, 193(w) x 130(h)cm골방의 문법 시리즈 대표작으로 '골방_숨고 싶은건 아닌데' 주제와 연결되는 작품이다. 27살 작가 의자화상을 그렸다
[사진=강수희작가] “빵 - !” , 2021, color on Korean paper, 193(w) x 130(h)cm골방의 문법 시리즈 대표작으로 '골방_숨고 싶은건 아닌데' 주제와 연결되는 작품이다. 27살 작가 의자화상을 그렸다

Q3-1.  제주에 가시면서 홈베이킹을 시작하셨다고 하셨는데요. 특히 마들렌을 자주 굽는다고 하셨는데 이유가 있으신가요?

홈 베이킹을 제주도 시작 했던 것은 아니고요. 이전부터 쭉 해왔던 유일한 취미이자 장기입니다. 마들렌을 굽게 된 이유는 우선 복잡하지 않은 레시피와 재료들로, 만드는 과정에 비해서 훌륭한 결과물이 나와서인데요. 그래서 좋았습니다. 작품도 정해진 레시피에 따라서 만들기만 해도,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좋은 결과물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또 마들렌의 조개 형태와 배꼽(가장 부푼 곳)이라는 용어가 제게는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작품에 위트를 넣고 싶은 제 마음을 반영 한 듯, 그  빵이 가진 유쾌함에 이끌렸어요

Q3-2. 특히 ‘휴전’을 언급하시며 자신과의 관계를 재정립하신다는 부분이 인상 깊었는데요. 이 ‘휴전’의 의미와 그것이 작가님에게 주는 감정적인 변화와 작업에 반영 되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휴전'이란 그동안 사회적 모범 기준에 맞춰  치열하게  살아왔던 시간들 , 이때문에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고 몰아붙쳐,  건강하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에서 벗어남을 의미합니다. 휴학을 결정했던 당시, 제주도로 떠난다는 것은 제 인생에서 매우 파격적인 결정이었습니다. 그에 맞는 극적인 단어를 사용하고 싶었는데요.' 재정립'은 제가 휴전을 통해 완벽히 의도했던 행위는 아니지만, '휴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시간이라 그렇게 표현했습니다

[해프닝(2022) : 산책과 모험 사이]

해프닝은 앞의 골방의 부속 이야기이자 골방에서 몸을 일으켜 조금 주변을 살필 약간의 여유를 찾은 후 만든 챕터 입인데요. 골방 밖으로 나왔지만 이것이 산책이될지 모험이될지 몰랐기에 부제를 ‘산책과 모험 사이’로 정했습니다. 당시 외출을 많이 하면서 밖으로 나가고 싶지만 두렵고 조심스러웠던 주된 감정을 담은 시리즈입니다.

[사진=강수희 작가] 양보 [yield], 2022, color on Korean paper, 162(w) x 224(h)cm골방에서 나왔지만 어딘가 두렵고 조심스러웠던 주된 감정을 당시 제주도에서 야간의 1100도로 숲길에서 당황하고 놀라던 사슴을 마주쳤던 강렬한 사건으로, 사슴에 작가의 마음을 비유하여 그린 작품이다.
[사진=강수희 작가] 양보 [yield], 2022, color on Korean paper, 162(w) x 224(h)cm골방에서 나왔지만 어딘가 두렵고 조심스러웠던 주된 감정을 당시 제주도에서 야간의 1100도로 숲길에서 당황하고 놀라던 사슴을 마주쳤던 강렬한 사건으로, 사슴에 작가의 마음을 비유하여 그린 작품이다.
[사진=강수희 작가] 잊지 못하고, 2021, color on linen, 22(w)x 27(h)cm재주도 생활을 잠시 접고 서울로 가야했던 시기에 그린 작업. 서울로 가야하는 작가의 모습이 마치 해수욕장에서 아직 물놀이를 더 하고 싶지만 엄마가 불러서 가야만하는 어린아이의 마음을 은유하여 그린 작품이다
[사진=강수희 작가] 잊지 못하고, 2021, color on linen, 22(w)x 27(h)cm재주도 생활을 잠시 접고 서울로 가야했던 시기에 그린 작업. 서울로 가야하는 작가의 모습이 마치 해수욕장에서 아직 물놀이를 더 하고 싶지만 엄마가 불러서 가야만하는 어린아이의 마음을 은유하여 그린 작품이다

[파란사람(2022-현재)]

파란사람은 제가 경험하고 극복해본 우울에 대한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만든 챕터 입니다. 앞서의 골방과 해프닝의 개인적 서사에서 보다 동시대로 확장되면서 마찬가지로 저만이 할 수 있는 진솔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시작했는데요. 2022년도 이전의 파란사람은 우울한 저 자신의 모습을 상징했다면, 이후의 파란사람은 시리즈로 구상하고 모두가 이입 가능한 이모티콘과 같은 캐릭터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성별과 연령, 인물의 특성을 모호하게 그려내려고 노력했고요. 이 이모티콘같은 파란사람은 blue한 감정을 지녔지만 그것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휴식과 치유하는 장면들을 주로 그려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우울, 불안, 무기력’한 감정들에서 스스로의 모습을 질타하거나 외면하기보다는, 온전하게 편안한 일상의 일부처럼 받아들여야만 진정한 치유로 이어진다는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었고요. 그것을 통해 우리사회에서 공유하기 어려운 것으로 생각되는 것들이 보다 편하게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되길 희망하며 작업했습니다. 이 시리즈 또한 ‘골방 시리즈’와 함께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사진=강수희 작가] 행복의 강요, 2023, Color on linen, 60(w)x91(h)cm행복의 강요는 특별한 날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으로 더 행복과 멀어지고 우울해지는 작가 본인과 많은이들의 모습을 위트있게 담은 작품이다. 작품 속 파란사람은 생일이라 행복해야할것 같은 부담감에 더 무기력해진 모습을 하고 있다. 그 옆 파란사람의 친구이자 작품의 또 다른 화자인 까마귀가 눈치없이 초와 생일모자를 쓰고 찾아온 모습이 파란사람과 대비되어 위트를 준다 .
[사진=강수희 작가] 행복의 강요, 2023, Color on linen, 60(w)x91(h)cm행복의 강요는 특별한 날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으로 더 행복과 멀어지고 우울해지는 작가 본인과 많은이들의 모습을 위트있게 담은 작품이다. 작품 속 파란사람은 생일이라 행복해야할것 같은 부담감에 더 무기력해진 모습을 하고 있다. 그 옆 파란사람의 친구이자 작품의 또 다른 화자인 까마귀가 눈치없이 초와 생일모자를 쓰고 찾아온 모습이 파란사람과 대비되어 위트를 준다 .

Q3-3.파란사람과 까마귀, 바다 등은 작가님의 작품에 반복되는 상징으로 등장하는데요. 이를 통해 작가님의 생각이나 감정을 어떻게 표현시나요?

파란사람과 까마귀는 처음에는 저라는 화자, 즉 파란사람과 파란사람의 친구인 까마귀로 작품에 등장했는데요. 현재는 두 존재가 혼합하여 등장합니다. 이들은 작품 속에서 제 대변인의 역할을 하고 있고요. 그래서 각각의 존재가 특정 정서만을 상징하는 것이 아닌 창작자인 제 존재를 관객들과 이어주는 작품 속 화자로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사진= 강수희 작가] Blueming, 2024, Color on linen, 120 (w)x162 (h)cm블루밍은 목련이 피어나는 찬란한 봄이라는 계절에도 무기력하게 누워있는 파란사람을 보여준다.기존의 Blooming의 스펠링이 아닌 Blue + Ming 으로 파란색의 이야기, 즉 파란 사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이 시리즈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바닥에 놓인 책과 빵, 탁상 위 컵과 티백 속 그림 등이 곳곳에 놓여있는데 각각의 소재는 작가 본인이 우울을 경험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치유와 연결되었던 실제 소재들이다.
[사진= 강수희 작가] Blueming, 2024, Color on linen, 120 (w)x162 (h)cm블루밍은 목련이 피어나는 찬란한 봄이라는 계절에도 무기력하게 누워있는 파란사람을 보여준다.기존의 Blooming의 스펠링이 아닌 Blue + Ming 으로 파란색의 이야기, 즉 파란 사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이 시리즈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바닥에 놓인 책과 빵, 탁상 위 컵과 티백 속 그림 등이 곳곳에 놓여있는데 각각의 소재는 작가 본인이 우울을 경험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치유와 연결되었던 실제 소재들이다.

Q3-4. 작가 노트에서 작가님은 우울증을 친숙한 지인으로 묘사하셨는데요. '파란색'이라는 반복되는 주제가 작가님의 창작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처음 파란사람을 그렸을 당시에는 우울한, Blue Feeling의 저를 상징했는데요. 그 이후 두 번째 파란사람 시리즈에서는 무거운 감정 자체를 지닌 모든 현대인들, 타인, 관람자로 그 의미를 확장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특정 감정에 대한 의미로 사용되기보다는 저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색이 된 것 같아요

Q4. 작가님께서는“작가로서 가장 잘 아는 주제인 나의 서사를 그린다”고 하셨는데요. 작가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이 더 넓은 차원의 공감이나 연결을 느끼길 기대하시나요?

이 부분은 제가 항상 어려워하고 고민하는 부분인데요. 저는 ‘제 작업이 현대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를 정하기 전에 ‘솔직하고 진솔한 작업을 해야겠다.’ 는 생각을 가장 먼저 합니다.  또 제 서사를 꺼내 작업 하면서, 극복하고 치유했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관객들과 공유하고 싶은데요. 현대를 살고 있는 젊은이 중 한사람으로서 제 일상이 '누군가에게 자연스럽고 공감가는 포인트로 다가갈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제 작품은 은유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각자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성공이라 생각합니다.

Q5. 마지막으로, 향후 전시 계획이나 앞으로 작업할 새로운 주제가 있다면 소개해 부탁드립니다.

얼마 전 제주도 현대미술관에서 ‘집’이라는 공간 중심으로 '일상의 치유'를 주제로 다루어 전시했습니다.  생각 보다 많은 관람객분들이 제 작업에 공감하고 힐링을 경험하셨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앞으로 더 많은 분들과 쉽게 공감하고 치유할 수 있는 작품을 저만의 위트를 담아 작업하고 싶습니다.

관련 기사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 작성

0/2000

댓글은 검수 후 노출됩니다. 비방·욕설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