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이지연 작가] STONER_162.2 X130.3cm _ Mixed Media_2021, 출간한지 50년 만에 빛을 본 소설 ‘스토너’의 주인공을 이미지화 한 작품
주어진 삶에서 행복을 찾고 바꿀 수 없는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담담함과 패배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삶을 바라보는 그의 잔잔한 시선과 삶을 살아내는 정직함, 성실함이 어쩌면 가장 지혜로운 방식일 수 있다는 작가의 생각을 담은 작품, 삶의 통찰을 담아 작품화 하는 이지연 작가를 만나보았다.
<이지연 작가 인터뷰>
[사진 = 이지연 작가] 이지연 작가
Q1. 작가님, 작가님 프로필을 보자마자 빼놓을 수 없는 질문이 하나 있는데요. 학부전공은 패션디자인, 석사는 마케팅과 와인제조학을 전공하셨는데, 그림을 그리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릴 때부터 그림은 계속 그려왔어요. 전시도 꾸준히 다니고 갤러리에서 인턴을 하기도 했구요. 다양한 방면에 관심이 많아서 전공을 여러 개 하게 되었지만 그 중에서 그림은 늘 삶의 한 부분이었어요. 살아왔던 날들을 되돌아보면 어떤 일을 하든지 그림과 떨어져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날 그림 그리기를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Q2. 작가님의 프로필과 함께, 그림의 주제도 정말 이색적인데, 64가지의 괘를 가지고 인간의 길흉화복을 점친다는 중국의 그 ‘주역’이 맞는 거지요? 혹시 주역에서 영감을 받게 된 이유가 있으신가요?
네, 맞습니다. 누구나 살면서 힘든 순간이 있잖아요. 저도 인생의 큰 변화가 있는 시기가 있었어요. 기존의 제가 알고 있던 삶의 방식으로는 잘 살아지지가 않더라고요. 잘 살고 싶어서 동양철학을 공부하다가 주역도 접하게 되었는데 공부할수록 수천 년 전의 경전에 우리가 겪는 인생의 모든 법칙이 있다는 것에 놀랍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주역은 안내자가 되어 인생의 어둠으로부터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시간. 나에게 찾아온 인생의 어려운 문제들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성장하는 지혜를 배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역은 인생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이미지와 상황에 따라 지천태라는 이름을 붙이는데, 지천태라는 이름에는 인생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지천태의 인생이야기를 저만의 이미지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Q3. 작가님의 작품에 담긴 ‘주역’에 대한 철학을 듣고 싶습니다.
원래 주역은 중국 주나라의 경전으로 세상에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을 64가지로 패턴화하여 삶의 지혜와 이치를 담고 있는 이야기인데요. 64가지 괘는 8가지의 요소들 하늘(건), 바다(태), 불(리), 우레(진), 바람(손), 물(감), 산(간), 땅(곤) 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 작품에 등장하는 원은 이 8가지의 요소들을 단편적으로 표현한 것인데, ‘우주에서 모든 것은 변한다’라는 사실만이 변하지 않는 것, 이것을 상징적으로 담고 싶었어요.
[사진 = 이지연 작가] 11지천태_ 162.2 X 130.3 cm_ Mixed Media_ 2021, 위는 땅 아래는 하늘을 의미하며 위의 원은 땅을 아래의 원은 하늘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태평성대를 말하는데, 완성형이자 공정한 상태로 인류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가장 아름다운 상태의 사회를 의미한다. 즉 극과 극이 만나서 새로운 에너지가 만나면서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을 하늘과 땅이 뒤집어진 형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모든 그림은 삶을 이해하는 데서 온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기도 하고 안으로 움츠러들기도 하고, 때론 멈췄다가 또 도약하기도 하는데........ 인간이 자유의지로 만들어낸 계획 속에서 삶의 단편들이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우연한 사건의 연속으로 우리의 삶이 완성되기도 하죠. 삶은 변화의 순환체이며 변화시기마다 적합한 삶의 방식으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균형을 이루면서 자신의 의미를 찾아간다고 생각합니다. 철학이라고 하면 좀 거창하게 들리 실수도 있겠지만, 주역의 지혜로운64가지 삶의 방식을 배우고 각 괘에서 영감을 받아 그 의미를 추상화로 표현하고자 했어요
Q4. 작업과정이 궁금합니다.?
주재료는 아크릴인데, 모델링페이스트랑 종이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여 작업하고 있습니다. 주역의 64괘는 64가지의 이야기인데요. 예를 들면 ‘03 수뢰둔은 ’ 먹구름에 천둥이 치는 형상으로 무엇을 시작 할 때의 내용입니다.
"새롭게 시작 할 때는 원래 어렵고 힘들어. 시작할 때는 하나 하나 다 겪어봐야 해. 시작할 때는 혼란스럽고 심지어는 일을 하다가 그만 둘 수도 있어. 당연한거야. 경험을 통해서 하나씩 만들어 가면 되는거야. 출발점을 문제라고 인식하면 중단하기 쉬우니 그런 생각을 해결하는데 시간 쓰지마. 원래 그런 거야.”
- 03 수뢰둔은 이야기 -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색상과 구도, 재료를 구상하는데 캔버스의 틀 안에서 자유롭게 나아가다 구부러지면서 역동적인 점, 선을 만들어 냅니다. 또 멈추고, 움츠러진 면으로 색을 수렴하고 변화 속에서 어떤 인생을 만들어줄지 고민을 하죠. 이런 그리기와 덧칠하기의 반복 행위는 길을 만들어 나아가고 삶을 형상화하는 과정인데, 발산과 수렴, 충돌과 변형을 통해 서로에게 영향 미치며 삶의 모든 것을 생성해 나가는 이 모든 것을 작업 과정으로 삼고 있습니다.
Q5. 작업하신 모든 작품들이 다 자식 같겠지만 특히 애정이 가거나 소개해주고 싶은 작품이 있으실까요?
세 번째 질문 때 이미 소개해드린 태평성대를 의미하는‘11 지천태’인데, 제가 앞으로 또 이런 작품을 그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서 애정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뇌풍항’이란 작품인데 ‘항’은 '한결같다', ‘불변한다.’는 뜻으로 인생을 유지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천둥과 바람의 형상화 된 원은 이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두 사람의 인생이 합쳐지며 새로운 인생이 창조되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꼭 소개해주고 싶은 작품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