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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가 선택한 작가, 마크 포브스의 한국 첫 개인전 '데자부Déjà v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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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본 듯한 아련한 일상적 공간과 향수를 담은 다큐멘터리 사진전 느린 호흡이 주는 평범한 아름다움과 시간으로 쌓이는 가치에 대한 이야기

아줄레주 갤러리 제공
아줄레주 갤러리 제공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아줄레주 갤러리(Azulejo Gallery)에서 8월 23일까지 호주 출신 작가 '마크 포브스 Mark Forbes'의 한국 첫 개인전 <데자부Déjà vu>가 개최된다. 마크 포브스는 어디서 본 듯한 아련한 일상적 공간과 향수를 담은 다큐멘터리 사진을 선보이며, 마치 데자부(지금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전에도 경험한 적이 있는 것 같이 느끼는 것)를 경험하는 듯한 감상을 연출한다. 

Cherry, 99.7 x 99.7 cm, 2019 (Mark Forbes) / 아줄레주 갤러리 제공
Cherry, 99.7 x 99.7 cm, 2019 (Mark Forbes) / 아줄레주 갤러리 제공

작가의 소개글 중 가장 눈에 띄었던 문장은 "Good things take time, 좋은 것에는 시간이 걸린다"이다. 인터뷰를 통해, 작가의 작업 방식과 가치에 대한 철학, 삶을 대하는 태도 모두 그 문장이 관통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인터뷰 도중 필자와 작가는 서로 내기라도 한 듯 번갈아가며 "Good things take time"을 외치곤 했다. 

마크 포브스의 사진 작품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그립고 가본 적도 없으면서 사진 속 그곳을 다시 찾고 싶어지는 기분이 든다. 어딘가 모르게 정감이 느껴지고, 색채는 따뜻하며, 텅 빈 사진 속 공간을 보고 있으면 공허한데 이상하게도 외롭진 않다. 

Fade to green, 91.2 x 99.7 cm, 2018 (Mark Forbes) / 아줄레주 갤러리 제공
Fade to green, 91.2 x 99.7 cm, 2018 (Mark Forbes) / 아줄레주 갤러리 제공

Q1. 이번 전시는 작가님의 데뷔 논문인 “수집된 기억”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셨는데요, 논문에 대해 설명을 해주시겠어요?

저는 사진을 찍을 때, 마치 기억을 창조하듯이 의식적으로 찍히는 장면에 대해 생각하면서 작업을 합니다. 우리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희미해지고, 그 당시 찍은 사진이 그 순간을 기억하게 합니다. 사진이 곧 기억이 됩니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찍힌 사진이 우리가 기억할 이미지로 결정됩니다. 많은 사람들, 장소, 공간을 볼수록 우리의 개별 기억들은 우리가 찍은 사진으로 추억됩니다. 

이 사진들은 저의 수집된 기억이지만, 한편으론 그 장면을 나눌 수 있고, 또 누군가의 기억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Memories of summer, 66.2x81.2cm, 2018 (Mark Forbes) / 아줄레주 갤러리 제공
Memories of summer, 66.2x81.2cm, 2018 (Mark Forbes) / 아줄레주 갤러리 제공

Q2. 전시된 작품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진이 있으신가요?

첫번째 질문과 연결이 되는 답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Forgotten corner>라는 제목의 작품입니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찍은 사진인데요. 기차역에서 해변 아래 긴 오르막 길을 따라 마을이 있는 언덕 꼭대기에 도착하니 한 주차장이 있었습니다. 시내를 들어가기보다는 주차장을 탐험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죠. 6~7층 정도 높이의 주차장이었는데, 대부분은 비어있었어요.  지금 보시는 사진처럼 주차 되어 있는 그 차를 보았을 때, 얼마나 완벽해보였는지 모릅니다. 텅 빈 주차장에 주차된 멋진 차였죠. 그 자리에서 몇 차례나 멋지다고 소리를 질렀었죠. 

Forgotten corner, 44.8 x 55 cm, 2018 (Mark Forbes) / 아줄레주 갤러리 제공
Forgotten corner, 44.8 x 55 cm, 2018 (Mark Forbes) / 아줄레주 갤러리 제공

  이 사진에 대한 재밌는 일화가 있어요. 2018년도에 찍은 이 사진을 작년에 인스타그램에 다시 게재를 했는데, 댓글로 '최근에 이탈리아를 다녀갔느냐'고 물어보더니 똑같은 차가 그 자리에 그대로 똑같이 주차되어 있는 사진을 보내주는 것이었습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유리창에 수북이 먼지가 쌓여있었던 것 뿐이었죠. 작품 제목 그대로 여전히 '잊혀진 코너'였던 것입니다.

Q3. 사진을 찍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저에게 의미있는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고등학생 때, 아버지의 직장 변동으로 인해 네덜란드에서 호주로 이사를 가야했어요. 당시 학교에 카메라를 가져가면 안됐었는데, 떠나기 전에 친구들과의 추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어요. 말그대로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죠. 

저에게 사진은 사람들과 연결되고 소통하는 수단이에요. 사람들이 평소에 보는 방식과 다르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는 대상을 촬영하는 것을 즐깁니다.

Well worn, 55x55cm, 2019 (Mark Forbes) / 아줄레주 갤러리 제공작가는 이 두 의자를  나이 든 노 부부가 손을 잡고 있는 것을 떠올리며 찍었다고 말한다.
Well worn, 55x55cm, 2019 (Mark Forbes) / 아줄레주 갤러리 제공작가는 이 두 의자를  나이 든 노 부부가 손을 잡고 있는 것을 떠올리며 찍었다고 말한다.

Q4. 사진 대상을 선택할 때 특별히 중시하는 점이 있나요?

저는 저의 사진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정을 느끼고 연결감을 갖기를 바랍니다. 사진 속 이미지가 하나의 스토리를 전달해주는 것이죠. 여기에는 여러가지 측면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실제 존재하는 피사체 그 자체, 즉 프레임 속에 있는 대상과 동시에 프레임 밖에 있는 대상에 대한 것입니다. 제 작품을 보면서 관람객이 사진이 찍히기 직전과 직후에 대해서 궁금하길 바랍니다. 혹은 관람객 눈에 보이는 사진 프레임 밖에서는 무엇이 벌어지고 있을까에 대해서도 말이죠. 

빛도 중요합니다. 빛을 통해 분위기와 감정이 전해지죠. 저는 흐리거나 흐릿한 또는 은은한 빛에서 사진을 찍는 걸 선호합니다. 때로는 밤에 찍기도 하죠. 밤에 찍은 사진은 낮과는 굉장히 다른 모습과 감정을 전해요. 반면에 굉장히 밝은 빛과 무거운 그림자는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죠. 

Candy floss corner, 25x25cm, 2023 (Mark Forbes) / 아줄레주 갤러리 제공
Candy floss corner, 25x25cm, 2023 (Mark Forbes) / 아줄레주 갤러리 제공

Q5. 필름 카메라를 고수하는 입장에서, 디지털 카메라와 필름카메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둘다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디지털 카메라는 즉각적인 결과를 얻으면서 쉽게 공유가 가능하죠. 고해상도 사진을 쉽게 많이 찍을 수 있어요. 최신 렌즈와 자동초점 및 초당 프레임 수 측면에서 최신 기술도 활용할 수 있어요. 디지털 카메라의 아주 확실한 장점입니다. 저도 때때로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곤 합니다.

필름 카메라도 이에 못지 않습니다.  필름 카메라가 지닌 네거티브 필름은 제게 있어 아주 중요하며 의미있는 역사적 산물입니다. 몇몇 필름 카메라의 렌즈는 대단히 놀라운 결과를 보여줍니다. 수십 년의 연구와 필름에서 구현해낸 색감, 최소한의 편집, 오래된 카메라를 활용하는 역량, 사진을 찍자마자 바로 결과물을 확인 할 수 없는 사실까지 더해져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는 기술이 완성됩니다. 때로는 이러한 제한된 조건들의 정해진 한계 속에서 보다 창의적으로 작업할 수 있습니다.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면 한 필름에 많아봤자 30장 정도 찍습니다. 적은 횟수이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찍게되고 그 순간을 담기위해 여러가지 요소를 고려하게 됩니다. 더 소중하게 찍다보니, 자연스럽게 작품의 퀄리티가 높아집니다. 작동법도 단순하기 때문에 오히려 사진 찍는 행위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필름 카메라가 디지털 카메라는 따라할 수 없는 결과물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사진 찍는 과정이 재밌어요. 더 강렬하고 즐겁게 즐길 수 있죠. 

마크 포브스의 필름 카메라 / 아줄레주 갤러리 제공
마크 포브스의 필름 카메라 / 아줄레주 갤러리 제공

Q6. AI가 생성한 사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 개인적인 경험에 따르면, 모든 가치 있는 행위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듭니다. 우리는 많은 도전 속에서 장애를 극복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죠. 열심히 일하고, 문제를 맞닥뜨리고 교훈을 얻고 노력을 기울이면서 결과를 만들어내고 만족을 얻습니다. 

사진이라는 것은 실제 세상을 기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AI가 만들어낸 것을 사진을 찍었다고 표현할 수는 없죠. AI가 실제 벌어지는 일을 포착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AI는 적혀진 프롬프트에 의해 조작되는 데이터일 뿐입니다. 

물론, AI를 활용하여 초현실적인 장면을 만드는 건 전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AI가 사진을 찍는 것을 흉내내어 비슷하게 만들어내는 것에 대해서 '사진'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에요. 오히려 AI로 만들어낸 사진을 보다 보면, 직접 사진을 찍기 까지의 전체적인 과정을 즐길 수 있는 필름카메라로 작업하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Resting point, 66.2x81.2cm, 2022 (Mark Forbes) / 아줄레주 갤러리 제공
Resting point, 66.2x81.2cm, 2022 (Mark Forbes) / 아줄레주 갤러리 제공

비교적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체계적인 아날로그 방식을 선호하는 마크 포브스는 아날로그 중형 필름 카메라를 통해 "좋은 것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철학을 전한다. 시간과 노력의 쌓여 가치가 된다는 마크 포브스의 믿음은 지속적으로 그가 일상을 탐험하는 힘이 된다. 사진 작업을 할 때의 마크 포브스는 종종 12시간 이상을 걸어다니며 피사체를 포착한다. 무더운 한국의 여름, 도산공원 인근을 10~12시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으러 다녔다는 마크 포브스는 비가 와서 유난히 풍경이 멋있었다며 한국에 온 즐거움을 전했다. 

Tan lines, 99.7x81.2cm, 2019 (Mark Forbes) / 아줄레주 갤러리 제공
Tan lines, 99.7x81.2cm, 2019 (Mark Forbes) / 아줄레주 갤러리 제공

마크 포브스의 작품은 라이카와 삼성, 메르세데스 벤츠, 재규어, 혼다 등과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빅토리아 컬렉션을 비롯해 다수의 컬렉션이 소장했다. 

특히, 이번 전시는 가구 브랜드 앤더슨씨(AndersonC)와 자연의 향을 담아낸 디퓨저로 인기가 높은 꽁티드툴레아(Conte de Tulear)등 브랜드 협업이 함께하며 더욱 특별하다. 20년 간 뮤직비디오, 광고 등 미술 감독 경력을 바탕으로 매 회 참여 중심의 능동적인 전시를 기획하는 아줄레주 갤러리 박서영 관장이 이번 브랜드 협업을 도맡았다.

7월 28일 열린 아티스트 토크
7월 28일 열린 아티스트 토크

8월 23일까지 아줄레주 갤러리에서는 빈티지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아련한 일상적 공간에서부터, 여행의 향수를 일으키는 자연의 낭만에 이르기까지, 마크 포브스가 세심하게 시간을 들여 구성한 장면을 만나볼 수 있다. 마크 포브스가 재현한 "수집된 기억" 속에서 어딘가 모르게 그리운 풍경을 마주하면, 나만의 이야기가 저절로 떠오를 것이다.


ㅇ 전시명 : 마크 포브스 한국 첫 개인전 <데자부Déjà vu>

ㅇ 전시장소 : 아줄레주 갤러리(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6-2)

ㅇ 전시기간 : 2024년 7월 23일(화) ~ 8월 23일(금) 

ㅇ 운영시간 : 화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10시 ~ 오후 6시 

ㅇ 관람료 :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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