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낙원상가를 지나 걷다 보면 길가에 하얗고 아담한 갤러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김재우 대표님이 운영하시는 쿤스 갤러리입니다. 운영한 지 3년째 되는 이 갤러리는 여러 신진 작가들을 발굴해내며 역량 있는 갤러리로 발돋움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대표님의 예리한 안목과 확고한 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앞으로의 성장이 더욱 기대되는 곳입니다.
쿤스 갤러리가 2024 어반브레이크에 출품한다는 소식을 듣고, 코엑스에서 열리는 2024 어반브레이크를 개막 첫 날 바로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쿤스의 전속 작가인 김환 작가님과 정보람 작가님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아래는 김환, 정보람 작가 순으로 진행되는 인터뷰 내용입니다.
<김환 작가 인터뷰>
Q. 작가님은 주로 어떤 걸 그리시며, 작품의 주제는 무엇인가요?
A. 저는 일관되게 보이지 않는 세계를 그리며, 주제는 제8의식입니다. 우리의 눈, 귀, 코로 들어온 정보가 의식에서 심의식으로 내려가는 것을 제8의식이라고 하는데요. 제8의식에는 습관이나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한 이미지가 남아 있으며, 우리가 무슨 색깔을 좋아한다든지, 장소를 좋아한다든지 하는 주관도 우리의 심의식 속에 저장되어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심의식과 우리가 현재 생각하고 있는 현재의식, 그리고 계속적으로 우리의 눈과 귀를 통해서 들어오는 정보, 이 3가지를 작품 속에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 작품 속 얇은 선들은 마인드 스펙트럼이라고 이름 지었는데, 이건 내 마음 속 신경세포와 같달까요. 제 작품은 여러 층의 레이어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바로 저 아래 심의식이 쌓이고 쌓여서 마인드 스펙트럼을 지나 색깔로 드러나게 되는 것을 표현한 것입니다. 이렇게 드러난 색은 내 눈에 보이게 되는 것이고요. 그런 의미에서 제 작품은 추상표현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심의식이 다르기 때문에 제 작품을 보는 눈은 제각기 다양할 것이고요.
Q. 이러한 작가님의 철학을 대변하는 말이 있을까요?
A. 잭슨 폴록의 말을 인용하고 싶습니다. 폴록은 “드러나 있는 형태를 그리는 것은 쉬운 일이며, 작가가 할 일이 아니고, 작가는 드러나 있지 않은, 숨어 있는 것을 표현해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는데, 제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좋아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때그때의 심상을 작품으로 표현해내고 있고, 구상을 그리더라도, (예를 들어 꽃밭이라고 한다면) 꽃밭을 보고 자신만의 것으로 소화시켜 그것을 추상적으로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조안 미첼이라는 작가도 해바라기나 강을 보고, 자신만의 느낌으로 소화시켜 표현해내잖아요. 저는 단지 그 대상이 해바라기나 강이 아닌, 전체적인 삶이 녹아있는 잠재의식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Q. 작업 방식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A. 우선 제 작품은 레이어가 최소한 8겹에서 10겹이 올라갑니다. 가장 아래 5~6겹은 눈에 보이지 않고, 겉에 드러나 있는 색깔 속에 묻혀 있죠. 하지만 묻히는 레이어들을 계속 그리는 이유는 그 안에서 색과 색끼리 긴밀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우리 눈에는 안 보이지만 전체 작품에서는 아우라로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레이어가 단순히 3개층이 있는 그림과 10개층이 있는 그림은 주는 에너지가 다를 것이라는 거죠. 잭슨 폴록의 작품도 빨리 그린 그림 같지만, 그 단층을 잘라서 촬영해보았더니 22층에서 24층이었고, 더 놀라운 건 층과 층을 이루는 색깔이 섞여 있지 않았다는 거예요. 그 말은, 한 레이어를 칠한 다음 완전히 마른 후에 또 다른 레이어를 칠했다는 이야기이고, 한 작품을 완성하는 데에 엄청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Q. 작가님도 많은 레이어를 올리려면, 작업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시겠어요.
A. 네. 그래서 저는 주로 아크릴을 사용합니다. 유화로 그린다면 쉬지 않고 해도 6개월 정도가 걸리죠. 저는 작업실에서 한번에 보통 4점에서 5점, 6점까지 동시에 작업하고, 아크릴을 사용했을 때, 이 작품 같은 경우 한 달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Q. 다른 작품들 같은 경우에는 구상적인 요소들도 있는 것 같아요.
A. 네, 이 작품 같은 경우에는 사진을 보고 너무 좋아서 마음의 안식을 받아서 그린건데요. 풀밭에 흰 구름이 떠있는 사진을 봤어요. 이걸 보고 너무 평화로움을 느끼는 거예요 제가. 그래서 그려보고 싶어서 그린건데. 그 평화로움을 누가 느끼느냐, 결국 제가 느끼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의 시그니처 라인인 마인드 스펙트럼을 넣어서 그린거죠.
Q. 작업하신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A.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그 전에는 마음수련을 많이 했고요. 앤틱 딜러로써 일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미감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죠. 어떤 것이 아름다운 것인가. 왜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이 다 다른가. 그림은 늘 그렸었어요. 전업작가가 된 건 2021년부터 입니다.
Q. 작가님 작품 속 ‘선’의 의미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A. 제 작품 속 수많은 선들은 절대 서로 싸우지 않아요. 선들을 그저 존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군중 속에 있지만, 사실 존재는 그냥 홀로 하는 거잖아요. 제 작품은 그런 것들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서로 경쟁하지 않으니,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죠.
Q. 외벽에 있는 최신 작품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세요.
A. 제가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깼는데, 어떤 몽환적인 영상이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작업실에 오자마자 그렸던 작품이에요. 이 검은색은 먹이고요. 먹이 캔버스에서 번져나가는. 먹을 사용한 우리나라 대표적인 작가로 윤형근 선생님이 계시잖아요. 그런 먹의 어떤 번짐, 라인, 그리고 거기에서 형성되어 있는 선들을 그렸어요. 전 굉장히 흡족해하는 작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