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2회차를 맞이한 2024 붓다아트페어에서 석조각가 오채현 작가를 만났다. 단 한 번을 제외하고 매년 빠짐없이 붓다아트페어에 참여해왔다는 오채현 작가는 전시장에서 지나가는 스님들의 인사를 나누며 큰 어르신으로서 든든하고 따뜻한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Q. 작가님 안녕하세요? 작품에 대해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작품 소개 전에 돌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드릴게요. 우리 주변국을 보면, 일본은 주로 목조각을 하고 중국은 전돌을 활용한 전탑이 많습니다. 동남아시아는 돌이 좀 무른 편이고, 서양은 대리석을 많이 쓰는데 입자가 굉장히 곱고 강도가 떨어지는 특징이 있죠.
우리나라는 옛부터 화강석이 풍부했기에 돌을 많이 활용해왔습니다. 화강석은 엄청 단단하기 때문에 깎는 것이 아니라 망치로 두들기며 하나씩 떼어내면서 조각을 합니다. 못으로 두드려 점을 찍어내면서 만들다보니 표면에 보시다시피 특유의 모양이 남습니다. 그래서 조금 어설프고 어리숙하게 보이는 면도 있죠. 기술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고 공을 들여야하는 작업이죠. 문화적으로 성숙된 통일신라 시대와 같은 황금기에는 석굴암처럼 화강석이지만 정말 정교하고 세련된 작품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만큼 많은 육체적 노동이 들어가기에 요즘 같은 때에는 더더욱 돌 조각가가 없기도 하고 저처럼 화강석을 다루는 조각가는 정말 드물기도 합니다.
오채현 작가 / 사진. 강혜영 기자
Q. 네, 참 어려운 작업일 것 같단 생각이 드는데요. 작가님께서는 '돌'을 작품의 소재로 선택하신 계기가 있으실까요?
대학에서 조소과를 전공하고 40여년 간 돌만 다뤘습니다. 제가 고향이 경주인데, 어릴 때부터 경주의 불상과 불탑들을 보면서 자랐어요. 친숙하게 보고 자라서 그런지 돌이라고 하면 정서적으로 따뜻하고 가깝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돌이라는 소재를 다루게 된 거죠. 저는 주로 경주돌을 쓰고 있습니다. 천년 전에 신라 사람들이 불상을 만들던 재료도 바로 이 경주돌인데, 화강석 중에서도 고급재료에 속해요. 다른 지역 돌을 써봤지만 경주돌 만한 것이 없어요. 저한테 잘 맞기도 하고요.
2024 붓다아트페어 출품작 / 사진. 강혜영 기자
Q. 붓다를 주제로 삼으신 계기도 궁금합니다.
저는 현대 조각을 하면서 소재를 동물이나 사람 인체를 주로 다뤘습니다. 그러다 30대가 넘어서면서 인간의 가장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이 붓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붓다'라는 말의 뜻이 깨달은 사람이란 뜻이에요. 그래서 붓다가 인간의 형상 중에서 가장 고상하고 고귀한 모습일 것이다는 생각이 들어서 붓다 조각을 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Q. 작가님이 조각한 붓다의 표정이 참 기분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제가 작업한 작품 중에 '해피타이거'가 있는데, 저는 저의 붓다 조각을 '해피붓다'라고 부릅니다. 제가 작업한 부처님은 다 웃는 모습으로 되어 있어요. 요즘처럼 몸과 마음이 힘든 어려운 때에 부처님이 메시아로서 오신다면 어떤 모습일까 하고 생각했을 때, 근엄하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은 아닐 것 같았습니다. 사람들의 심신을 어루만져주며 모든 사람들을 토닥이고 안아줄 수 있는 그런 모습이지 않을까요? 따뜻하고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미소를 지은 모습으로요. 그것이 제가 생각한 이 시대의 부처님의 모습입니다.
2024붓다아트페어 제공
Q. 불상을 제작하는데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처음에는 아주 쉽게 시작했어요. 그런데 불교 미술 세계에 들어서니 무궁무진하게 배워야할 것이 많았죠. 이 전에는 부처의 손 모양과 발 모양, 자세 등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었는데, 아미타여래, 약사여래, 미륵부처, 문수보살, 관세음보살 등 정말 많은 부처와 그에 따른 상징이 다 다르니까 처음부터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쉽게 시작해서 점차 어려워진 거죠.
Q. 작가님께서는 불교 신자 이신가요?
저는 경주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아무래도 불교가 익숙합니다. 그렇지만 중학교는 개신교 학교를 3년 다녔고, 고등학교는 카톨릭학교였습니다. 결혼은 안동 유교 집안이고 공부는 이탈리아에서 했으니, 다양한 종교를 두루두루 익혔죠. 심적으로 불교에 가깝지만 불자라고 하기엔 좀 어려울 것 같아요. 제가 하는 작업도 반반이에요. 반은 현대 조각으로 해피타이거가 있고 절반은 해피붓다가 있어요.
2024붓다아트페어 제공
Q. 작품 작업 과정에 종교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으시다고요?
바티칸 한국대사관에 둘 성모상 조각을 요청받은 적이 있는데, 그 때 한복입은 성모상 조각을 했습니다. 성모 마리아가 한국에 있었더라면 어떤 모습이었을까를 상상해본 거죠. 예수가 마굿간에서 태어났잖아요. 그 공간은 가장 낮은 신분을 상징하죠. 조선 후기에 서민들은 보면 사내아이를 낳은 엄마들이 자랑스럽게 맨 가슴을 드러내놓고 다녔어요. 그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그래서 한복을 입고 가슴을 내놓은 모습의 성모상을 작업해서 바티칸 한국대사관에 보냈죠. 우여곡절이 참 많았죠. 신성모독이라는 이야기도 있었고요.
Q.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총 36번의 개인전을 했어요. 매년 개인전을 한 셈이죠. 사실 돌 조각으로 일년에 한 번씩 전시를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작품이 모이게 되면 전시를 안할 수도 없더라고요. 40여 년간 돌조각을 했는데, 앞으로 길어야 10년 남짓 작가 생활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 동안 생각해놨던 작품들을 꾸준히 만들고, 조금 더 큰 작품들도 해야겠단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매년 화랑미술제도 나가고 앞으로 또 키아프에 나갈 준비도 해야겠죠.
2024 붓다아트페어 출품작 / 사진. 강혜영 기자
'해피 붓다'를 방문한 관람객들은 잠시 머물러 붓다를 향해 기도를 올리고 공양을 드린 뒤에 자리를 떠났다. 오채현 작가의 작품은 그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따뜻하게 우리 모두를 품어주는 '붓다'의 모습처럼 작품 그 이상의 가치를 넘어 힘든 세상 잘 살게 해달라는 염원을 담고 있었다.
◆ 오채현 작가는 1962년 경주에서 태어나 경북대학교 미술학과와 동 대학원을 마치고 이태리 까라라 국립미술아카데미 조소과를 졸업하였다. 봉선사(2021), 무각사(2020), 월정사(2018), 통도사(2017), 운문사(2012), 봉은사(2007), 조계사(2000), 에이블파인아트갤러리(2012, 뉴욕), 동산방화랑(2002), 학고재(2007) 등 36번의 개인전과 아트시카고, 키아프, AAF Battlesea Fair, 창원조각비엔날레 등 다수의 국내외 전시에 참여하였다. 바티칸 한국대사관에 한복입은 성모상, 대학로 호랑이 Happy Tiger 등을 제작한 바 있으며 주로 거친 화강석으로 해학적이고 익살스러운 한국적 정서를 표현해내고 있다. 현재 경기도 파주에서 작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