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에 대한 담론에서 컬렉터는 항상 뒷전에 있지만, 컬렉터가 미술계를 이끄는 가장 중요한 관계자 중 하나라는 건 부정할 수 없다. 게다가 컬렉터라는 존재만큼 만나기 어려운 미술 관계자도 없기에, 컬렉터가 어떤 과정을 거쳐 작품을 수집하는지, 그들의 철학은 무엇인지 알기란 쉽지 않다.
한국미술신문에서는 프랑스 컬렉터, 에릭 에드워즈(Eric Edwards) 씨와 인터뷰를 나진행했다. 기자는 에드워즈 씨의 유쾌하고 열린 성격 덕분에 진솔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인터뷰는 에드워즈 씨의 진료실에서 이루어졌다. 에드워즈 씨의 힘이 넘치는 모습을 지면에 담지 못하기에 인터뷰 동영상을 보기를 추천한다. <편집자 주>
모리스 라팽 그림앞의 에릭 에드워즈 씨. 사진. 이소이 기자
우선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에릭 에드워즈라고 합니다. 6대째 치과의사를 하고 있습니다. 저희 집안은 오래된 치과 의사 집안이에요. 친가 쪽이 영국 집안인데, 증조할아버지가 프랑스 남부 페이 바스크 지방에 치과를 개업한 후부터 프랑스에 정착해 살고 있죠. 저는 치과의사를 하면서 예술 작품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작품들을 수집하셨나요?
어릴 때부터 수집했어요. 압지(잉크로 쓴 것이 번지지 않게 위에서 눌러 물기를 빼내는 종이)를 비롯해, 카망베르 치즈 통, 껌에 들어있는 스티커 등, 닥치는 대로 수집했습니다. 곤충 수집도 오래 했고요. 어릴 때부터 병적일 정도로 수집광의 영혼을 가졌던 것 같아요. 지금도 비슷한 것들을 수집하고 있어요. 아까 병원에 들어오시면서 보셨겠지만, 베니스의 유리 공예 장인이 만든 곤충도 가지고 있고, 젊었을 때는 선사시대 돌도 수집했어요. 삼십만 년 전 사람들이 만든 선사시대 돌의 형태를 보면서 많은 상상을 하곤 했습니다.
에릭 에드워지 씨의 소장품 중 유리로 만든 곤충. 사진. 이소이 기자
미술에 관심을 가진 건 언제부터였나요?
어머니가 중세 시대, 특히 13-14세기 삽화에 관심이 많으셨어요. 저도 어머니의 영향으로 미술에 관심이 좀 있었던 것 같아요. 열세 살 때는 우연히 잡지에서 프랑스 초현실주의 화가, 이브 탕기(Yves Tanguy, 1900-1905)의 ‘느림의 날(Jour de lenteur, 1938, 현재는 퐁피두 센터가 소장하고 있음)’라는 그림을 본 적이 있었어요. 나비 같은 걸 수집하던 저에게 그 그림은 일종의 미적인 충격이었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나요.
25세 정도 되었을 때, 그러니까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부터였어요. 파리 오페라 근처에 있는 드루오 경매 시장(Hôtel Drouot)에 드나들기 시작했죠. 지금도 활기차긴 하지만, 당시에는 더 활기찼었습니다. 드루오 경매 시장은 저에겐 놀이 공간이었죠. 한 번은 거기서 중국 명나라 시대의 상아를 삼사십 개 정도 산 적도 있어요.
어떤 경로로 예술 작품을 구매하시나요?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드루오 경매 시장에 자주 가서, 작품을 구매했습니다. 지금도 자주 가고요. 하지만 대부분은 화상에게서 작품을 구매하거나 때로는 벼룩시장에서 작품을 구매합니다.
투자 목적으로 작품을 구매한 적은 없나요?
예술 작품 투자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투자 목적으로 작품을 구매하면 실수를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투자 목적으로 작품을 수집하고, 돈을 많이 버는 사람도 있는 건 압니다. 하지만 작품을 잘못 사는 경우도 많이 봤어요. 큰 가치가 있지 않은 작품을 비싸게 사서 더 비싸게 팔고, 그러다 보면 마지막에 사는 사람만 피해를 보게 되는 거죠.
에드워즈 씨가 작품을 구매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요?
좋은 예술 작품이란 세 가지 특징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아름다워야 하고, 두 번째로는 마음을 움직여야 하며, 마지막으로 정신적이어야 합니다.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없으면 전 수집하지 않아요.
작품이 정신적이어야 한다는 건 지적이어야 한다는 건가요?
정신적인 것이랑 지적인 것은 다릅니다. 지적인 것은 메마른 것에 불과해요. 작품이 정신적이어야 한다는 말은 아티스트의 사유를 담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앞서 말한 세 가지 특징을 갖춘 예술 작품은 인간을 풍요롭게 합니다.
에릭 에드워즈 씨의 소장품중, 프랑스 화가 피에르 모네스티에(Pierre Monestier) 작품. 사진. 이소이 기자
우연히 맘에 들어서 산 작품의 가격이 후에 많이 오른 경우도 있었나요?
작품을 구매할 때 투자 목적으로 구매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우연히, 임의대로 작품을 사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면, 중국 화가 산유(1895-1966)의 그림이 질문에서 말씀하시는 그런 경우이지만, 그렇다고 제가 우연히 산유의 그림을 산 건 아니에요. 제가 산유의 작품을 살 때는 산유 그림이 별로 비싸지 않았어요. 예를 들면, 당시에 산유의 드로잉을 800프랑(약 300유로) 정도에 샀습니다. 지금이야 산유 그림이 인기가 많고 가격도 비싸지만, 당시에는 그렇게 유명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가격만 보고 작품을 사는 사람들은 산유가 가진 예술적 가치를 못 알아봤습니다. 전 산유 그림에서 예술적 가치를 보았고, 그래서 그림을 산 것이죠.
벼룩시장에서도 작품을 산다고 하셨습니다.
파리 근교에는 몇 개의 벼룩시장이 있어요. 가장 큰 곳은 클리낭쿠르(Clignancourt) 벼룩시장이고, 몽트러이(Montreuil) 벼룩시장도 있고, 방브(Vanves) 벼룩시장도 있습니다. 저랑 굉장히 친했던, 지금은 고인이 된 쟝-클로드 리델(Jean-Claude Riedel)이라는 화상이 있었어요. 그 분이랑 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벼룩시장 탐방을 했습니다. 6시에 몽트러이 시장을 갔다가, 8시에 방브 시장에 가고, 9시에 클리낭쿠르 시장에 가는 식이었어요. 시장이 문을 여는 시간에 가서 좋은 작품을 바로 사려고 했던 거죠. 그렇게 예술 작품을 구매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화상에게서 작품을 구매해요. 왜냐하면 열정적인 화상은 아름다운 작품, 감동적인 작품을 찾아 놓거든요. 똑똑한 화상은 일반 사람이 15년 정도 헤매다 찾을 작품을 바로 찾아줍니다. 그래서 제가 산 대부분의 예술 작품은 화상에게서 산 거예요.
물론 벼룩시장에도 괜찮은 화상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당시 벼룩시장의 화상 중에는 루브르 박물관 학예사에게 그림을 판 사람도 있었습니다. 벼룩시장의 좋은 화상에게서 프랑스 화가의 옛날 그림 2점 정도를 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구매하는 작품의 80퍼센트 정도는 화상 혹은 갤러리에게서 삽니다. 특히 아직 유명하지 않은 아티스트의 작품을 보여주는 화상에게서 사죠. 아까 말씀드렸듯 중국 화가 산유라는 사람은 제가 산유의 작품을 살 때는 거의 무명이었습니다. 전 친한 화상, 리델에게서 산유 작품을 샀습니다. 리델이 산유의 화상이었거든요. 벼룩시장에서 작품을 살 때도 리델과 함께 산 경우도 많았습니다. 리델은 굉장한 눈을 가지고 있었어요.
벼룩시장에서 위대한 예술 작품을 찾아낸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요.
좋은 작품을 알아보기 위해선 자기 자신을 믿어야 합니다. 편견을 가지면 안 돼요. ‘이거는 이런 기준에 상응한다’ 혹은 ‘누가 좋다고 하더라’, 저는 이런 외적인 기준에는 관심 없습니다. 아주 유명한 사람이 어떤 작품이 좋다고 하더라도, 전 그 작품이 좋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거든요. 제대로 작품을 사려면 누구의 말도 들으면 안 됩니다. 간혹, 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긴 하죠. 예컨대, 리델처럼 무언가를 보여주는 사람의 말은 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관점을 관철시키는 사람의 말을 들으면 안 됩니다. 자신의 느낌을 잘 알아차린다면, 자신만의 좋은 작품을 찾을 수 있어요. 이게 제일 중요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리델에게서 많이 배웠습니다. 특히 편견 없이 보는 방법을 배웠어요. 하지만 좋은 눈을 가지려면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실패도 많이 해야 하고요. 저만 해도 중국 명나라 시대의 상아 모조품을 산적도 있어요.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점차 나아집니다.
미술품 컬렉터 에드워즈씨(좌측)가 기자에게 중국 상아 조각상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이소이 기자]
인터넷으로 예술 작품을 구매한 경우는 없나요?
한 번도 없습니다.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봐야만 구매합니다.
그림 같은 경우 얼마나 수집하셨나요?
세본 적은 없지만, 한 200점 정도 있는 것 같아요. 대부분 다른 곳에 보관 중입니다.
피노 컬렉션의 피노(François Pinaud) 씨처럼 컬렉션을 전시할 생각은 없나요?
누가 제 대신 전시를 해준다면 몰라도, 솔직히 말씀드리면 별로 하고 싶지는 않아요.
간혹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고 싶어 하시는 분도 있어서 여쭤봤습니다.
누가 제 취향에 관심을 둔다면 저만의 취향을 보여주는 건 재미있는 일이죠. ‘난 이런 작품들을 좋아해, 왜냐면 여기에는 세 가지, 즉 아름다움, 감동, 정신적인 것들이 집약되어 있기 때문이야.’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렇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보여달라고 했을 때만 그렇게 하고 싶은 거죠. 초대장을 400명에게 보내서, ‘닥터 에드워즈’라는 사람의 취향을 보러 오라고 하고 싶진 않아요.
컬렉션 한 작품을 다시 판 적도 있나요?
한때는 개인적인 이유로 다시 판 적이 있습니다. 보통은 다시 안 팔아요. 친한 친구가 제가 가진 작품을 진정으로 가지고 싶어 한다면 모르죠. (웃음) 제가 작품을 사는 이유는 그 작품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어서입니다. ‘재미’를 위해서 구매하는 것이지 투기 목적으로 사지 않아요. 작품의 예술적 가치 때문에 사지, 돈 때문에 사지 않습니다. 간혹 예술적 가치가 금전적 가치로 환원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작품을 구매하는 목적이 돈에 있지는 않습니다.
구매한 작품을 누군가에게 선물로 준 적이 있나요?
에릭 에드워즈 : 몇 번 있긴 합니다. 가족이나 친구 같은,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준 적이 있긴 해요. 하지만 드뭅니다. 누군가에게 선물하는 게 컬렉션의 목적은 아니기 때문이죠.
현재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누구인가요?
모리스 라팽(Maurice Rapin, 1927-2000)이라는 프랑스 화가입니다. 진료실에도 라팽의 그림을 걸어두었습니다. 진료실의 그림은 1977년에 샀던 그림이에요. 피에르 카르댕(Pierre Cardin, 1922-2020) 갤러리에서 샀습니다. 당시에 아버지랑 같이 치과에서 일하면서 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처삼촌인 카르댕이 갤러리를 새롭게 만든다고 해서 저도 1년 동안 도왔습니다. 그러면서 리델을 알게 됐고, 그를 통해 모리스 라팽을 알게 됐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진료실의 그림들을 보면서 좀 놀랐습니다. 일반적인 치과 진료실과는 많이 다릅니다. 진료실이라기보다는 전시장 같아요.
환자들이 예술 작품을 보면서 마음을 편하게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작품을 놓았어요. 전문적인 전시 공간은 아니지만 분위기를 차가운 병원과는 다르게 해서, 환자들의 마음을 좀 풀어주고 싶었습니다. 치과를 무서워하시는 분들이 많으니까요. 제 치과에 처음 오시는 분 중에 예술 작품을 봐서 좋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예전에는 젊은 아티스트들의 작품도 많이 구매하신 것 같은데, 요즘에도 그러시나요?
요즘에도 가끔 신진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사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40세 정도 되는 프랑스 아티스트의 작품을 산 적도 있고요. 하지만 너무 어린 아티스트의 작품을 사지는 않는 것 같아요. 물론 어린 아티스트들을 응원해야 하지만, 그러기엔 제가 좀 나이가 많아요. 그래서 테크닉이나 생각이 어느 정도 성숙한 아티스트의 작업을 많이 삽니다. 제 생각에는 제가 너무 까다로워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고요, 아트 페어 같은 곳을 많이 안 다녀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무엇보다 재정도 한정적이기에, 항상 선택해야만 하기 때문이에요. 유리로 만든 곤충 모형을 산다면 다른 그림을 포기해야 하는 식이죠. 원한다고 다 살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중국 명나라 상아를 못 산 적도 있습니다.
에드워즈씨가 프랑스 화가 피에르 모네스티에 작품을 기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이소이 기자]
그러면 어떤 작품을 못 사서 후회하는 경우도 있겠네요.
(웃음) 자주 그래요. 아니, 항상 그렇다고 봐야죠. (웃음)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후회하는 것 같아요.
가장 후회한 적은 언제입니까?
17세기의 상아로 만든 성모상을 본 적이 있어요. 프랑스 조각이었는데 완벽한 아름다움이 있었어요. 아직도 후회하고 있습니다. 루이 마조렐(Louis Majorelle, 1859-1926)이라는 아르 누보(Art Nouveau)에 속하는 가구 디자이너가 어떤 사람만을 위해 만든 가구도 못 샀는데, 그것도 후회하고 있습니다. 못 산 그림도 많아요. 원하는 모든 걸 한꺼번에 다 살 수는 없어요. 피노 씨도 마찬가지일걸요? 10년이 지나고 나서 ‘아, 그거 샀어야 했는데’라고 후회하는 일이 많을 겁니다.
제대로 보지 않고 급하게 샀는데, 나중에 보면 그때 (급하게 산 그 작품 때문에) 놓쳤던 다른 작품이 더 좋은 경우도 있어요. 특히 빨리 결정하고 사야 하는 경우에 그렇습니다. 벼룩시장이 문 열 때 가면 트럭에서 작품들이 나오거든요. 좋은 작품이 있으면 그때 바로 사야 합니다. 그때 안 사면 나중에 가격이 천문학적으로 뛰어서, 두 번 다시 못 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일이 자주 있는 건 아니지만 몇 번 봤어요. 한 번은 어떤 사람이 17세기 조각을 5,000프랑에 골동품 상인에게 팔았습니다. 골동품 상인은 당일 오후, 유명 화랑에게 3십만 프랑에 조각을 팔았고요. 반나절 만에 60배가 뛴 거죠. 그 화랑은 훗날 루브르 박물관에 3백만 프랑을 받고 그 조각을 팔았습니다.
왜 그렇게 가격이 뛰는 걸까요?
최종 가격이라는 건 결국 지식의 가격이에요. 17세기의 유명한 조각가가 만들었다는 걸 안다는 사실, 이것이 가격을 정합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잘 몰라서 가격이 비싸지 않았던 거고요. 이 조각이 어떤 과거를 가지는 지 아무도 몰랐던 겁니다. 하지만 조각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이 조각을 알아보고, 조각을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찾아내면서 조각의 가치에 대해 사람들이 알게 되죠. 그러면서 가격이 올라가는 거구요. 아까 말씀드렸던 산유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산유가 누구인지 몰랐기에 가격이 비싸지 않았던 거죠. 지금은 다들 산유가 어떤 아티스트인지 알기 때문에 가격이 비싼 거고요. 그런 의미에서 앙리-피에르 로쉐(Henri-Pierre Roché, 1879-1959)라는 컬렉터는 굉장히 용감했던 사람이에요. 로쉐는 산유가 별로 안 유명했을 때 이미 리델에게서 산유의 작품들을 많이 샀거든요.
작품을 구매한 후 후회하는 경우도 있나요?
아까 말씀드렸듯, 실수를 통해서 좋은 눈을 가지게 돼요. 저도 어떤 작품을 산 다음에 ‘이거 왜 샀을까’하고 후회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사고 나서 보니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경우에 그렇죠. 그래서 아까 작품을 대할 때 작품의 정신적인 측면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린 거예요. 작품을 사는 건, 그 작품을 몇 십 년 동안 보려고 사는 거고, 그러려면 작품이 나에게 무언가 주는 게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작품을 오랫동안 간직하지 않을 테니까요. 작품을 처음 맞닥뜨렸을 때의 느낌이 40년 넘게 지속될지, 아니면 일시적인 것인지 느껴야 합니다. 언제나 확실하지는 않아요.
다른 컬렉터들과도 교류하시나요?
컬렉터들끼리 만든 연합이 있긴 하지만, 저는 거기서 교류하지는 않아요. 예전에 앙드레 파리노(André Parniaud, 1924-2006)라는 비평가가 꾸드퀘르(Coup de Cœur)라는 살롱을 개최한 적이 있어요. 피에르 카르댕 정신에서 개최한 살롱이었습니다. 컬렉터들이 살롱에 와서 자기 컬렉션들을 보여주고 설명하는 방식으로, 3달에 한 번씩 진행했어요. 각자 자기가 가진 작품의 아티스트에 대해서 말하고, 작품이 가진 특성을 설명하고 했습니다. 재미있었어요.
요즘은 친한 몇몇 컬렉터들과 교류합니다. 예를 들면 악셀 드 에크렌(Axel de Heeckeren)이라는 분이 있는데, 이분도 유명하지 않은 아티스트를 발견하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교류하면서 각자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소개하곤 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컬렉터들과 교류를 많이 하지는 않아요. 각자 취향이 확고하고, 자기들만의 기호가 다르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몇 가지 본질적인 질문을 하려 합니다. 에릭 에드워즈 씨에게 예술은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산소 같은 거라고 말할 수 있어요. 마음, 정신, 그리고 감각에 영양을 제공하는 게 예술입니다. 삶을 향유할 수 있게 하면서 저를 건강하게 만들죠.
컬렉터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광기를 누리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어요. 맞아요. 일종의 ‘광기’입니다. 제가 200점 정도의 그림을 가졌다고 해도, 보여 줄 수 있는 건 50점 정도일거예요. 그럼에도 계속 수집합니다. 이건 일종의 마니아적 기질 때문이에요. 가끔은 새로운 좋은 ‘한’ 작품을 사기 위해서 10개 정도 가지고 있던 작품을 팔기도 합니다. 요약하면, 컬렉터란 소유의 광기를 가진 사람들이에요.
사회적으로 컬렉터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소비 시장이 돌아가게 하는 역할이겠죠. 지하철 티켓을 사는 것도, 예쁜 차를 사는 것도 다 소비 시장을 돌아가게 합니다. 그렇기에 예술 작품을 구매한다고 해서 특별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예술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예술이 전쟁 같은 비극을 막아주거나, 세계를 변하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이런 측면에서, 예술이 세계에 큰 역할을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잠시 생각 뒤) 그럼에도 예술에는 특별한 게 있긴 합니다. 사람이 더 열린 마음을 갖게 하고,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이렇게까지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정말 좋은 질문이네요. 예술은 인간을 더 나은 존재로 만들어줍니다. 12살일 때의 저와 지금의 저는 똑같은 마인드를 가지고 있지 않아요. 꽃이 피듯, 예술 덕분에 사람도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