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기후는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성 기후로, 계절에 따라 저마다 독특한 특성을 보인다. 꽃이 아름답게 피어나는 봄, 뜨거운 여름,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 그리고 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까지 사계절의 매력은 실로 굉장하다. 그런데 이러한 우리나라의 사계절을 화폭에 옮기는 일은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혜림 심흥숙 작가가 주목받는 이유다. 심흥숙 작가는 이달 30일부터 6일간 서울 인사동 조형갤러리에서 개인전(사유의 공간)을 개최하는데, 우리나라의 눈부신 사계절을 테마로 하여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본지에서는 심흥숙 작가를 만나 비구상과 구상을 넘나드는 그의 작품 세계를 취재했다.
초등학교 2학년 시절부터 그림을 좋아한 심흥숙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를 졸업하고 수십 년간 젊은 청춘을 교직 생활에 몸담았다. 칠 남매 중 맏딸이라는 책임감은 그로 하여금 작가가 아닌 미술 교사의 삶을 살게 했지만, 가슴 한편에 남아있던 예술혼을 완전히 꺼뜨릴 순 없었다. 이에 심흥숙 작가는 ‘미술 교사’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과감히 그만두고 꿈에 그리던 ‘작가’로서 제2의 삶을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심흥숙 작가는 제38회 목우회 미술대전 한국화 구상 특선을 비롯해 제23회 대한민국미술대전 한국화 구상 입선, 제1, 4, 5회 서울미술대상전 한국화 구상 입선, 제8, 9, 10회 겸재 진경 미술대전 한국화 구상 특선 2회, 최우수상, 제33회 현대 미술대전 한국화 구성 특선 수상의 영예를 안았으며, 20여년간 서예의 길을 걸었다. 또한, 그는 2번의 개인전과 국내외 다수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이달 30일부터 6일간 조형갤러리에서 대망의 3번째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현재 심흥숙 작가는 한국 미술협회 회원, 현대한국화 회원, 한국 예술인협회 회원, 겸재 진경 미술대전 초대작가로 있으며, 노원구청 평생교육원에서 수묵화 과목을 가르치며 후학 양성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문자를 통해 독창적 추상 언어 구축
“제 작업은 무수히 많은 시간과의 싸움이며 사색과 사유의 공간이 바로 화면입니다. 또한, 수없이 반복되고 되새김의 흔적입니다. 지금 제가 그렸던 점, 획이 적절한 반성의 언어이자 조형미가 된 것입니다. 다시 말해 제 인생의 가슴속 깊이 묻어둔 감정의 응축된 언어의 작업이 한 점 한 점 붓 자국의 흔적이고 제 그림의 자화상입니다.”
심흥숙 작가에게 있어서 ‘문자’는 ‘문자’의 의미 그 이상이다. 그는 문자를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추상 언어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수묵에서 출발한 심흥숙 작가는 사물 형상을 구체적으로 담아냈고, 이로써 물상의 본질적 질서를 파악했다. 즉, 그러한 본성적 치밀함을 화면에 펼쳐내고 있는 것이며, 형태를 구체화하여 담아내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자연의 질서와 문화를 압축하는 문자를 상징화해 이른바 ‘문자 추상’을 탄생시키고 있다. 주목할 점은 심흥숙 작가의 작품에는 그림과 문자가 한데 섞여 있지만, 문자가 그림에 종속되지 아니하고 하나의 조형 요소로 구성돼있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해 10월 성황리에 개최한 그의 개인전 타이틀이 <문자의 향연>이라는 것에서 쉬이 엿볼 수 있다. 전시작 <세월>을 비롯해 <벽>, <세월: 봄>, <세월: 여름>, <세월: 가을>, <세월: 겨울> 등에서 문자는 형상을 압축한 추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며, 회화 속에서 문자는 그 자체로 독특한 표현양식이 됐다는 반응이다. 이에 대해 김찬호 미술평론가는 “심흥숙 작가는 바위나 동굴벽화에 새겼던 암각화 문양과 상형문자를 통하여 원시성을 살렸다”라며 “작품에 담긴 문자는 농담, 깊이감을 통해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라고 극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