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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스트 아카데미 2022 중급과정 “전시를 감각하는 방식들 관계와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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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22년 6월 7일 (화) 오후 7시

장소: 광화문, 회의실 by 필원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5길 31)

참석: 갤러리스트 아카데미 2022 중급과정 수강생

행사 소개: 갤러리스트 아카데미 2022 중급과정은 변화하는 국내외 미술시장 트랜드를 반영한 갤러리 브랜딩, 마케팅에 집중한 갤러리스트의 실무역량 강화를 목표로 기획되었습니다.

[편집자 주 : 본 원고는 2022년 6월 (사)한국화랑협회에서 주최/주관한 갤러리스트 아카데미 2022 중급과정 3강 “전시를  감각하는 방식들 관계와 해석”에서 강의한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운영디자인 기획관 김용주의 강연을 요약한 내용입니다.]

최근 몇 년간 미술관, 박물관, 갤러리 등 문화예술 기관의 수가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으며 그 만큼 다양한 장르의 전시도 증가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전시 관람은 소수만이 누리는 문화가 아닌 공연, 영화 산업과 같이 대중문화가 되어가고 있다. 이렇게 증가 하고 있는 전시산업 분야의 양적 팽창은 우리에게 여러 담론이 생성 될 수 있는 문화적 기회인 동시에 방황과 탐색의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관람자라는 현대미술에서 부각된 새로운 아우라를 중심으로 다변하는 현대미술의 흐름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 그에 따라 전시디자인은 어떻게 변화 되어야 하며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작품과 관람 행위와는 어떤 연관 관계가 있는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미술관에서 전시디자이너로 활동을 시작하던 때만 해도 미술 ‘전시’를 이야기함에 있어 ‘전시디자인’은 그 중요성에 비해 학문적 가치와 연구가 소홀이 다뤄진 경향이 있었다. 미술 전시에 있어 전시디자인은 20c초 유럽을 중심으로 실험적 학문으로 연구되고 다양한 전시를 통해 구현되며 비중 있게 다뤄졌다. 그러나 1950년대 중반 미국을 중심으로 모더니즘적 전시스타일 이른바 ‘화이트 큐브1)’ 방식이 유행하면서 전시디자인은 하얀 공간 속에 중립적 성격을 띠며 표준화 되어, 그 역할과 기능이 인식되지 않게 되었다. 또한 전시는 일정기간 오픈 했다 사라지는 특성을 갖고 있어 이 후 전시에 관한 기록은 사진과 글로만 흔적이 남게 되었다. 남겨진 대부분의 전시 사진은 출품된 작품을 위주로, 텍스트의 기록은 기획자의 시선을 중심으로 쓰여 지게 되면서 ‘전시디자인’에 관한 자료는 점차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 전시디자인에 관한 언급과 연구가 희미해 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술사에서 전시디자인을 무시한 채 개별 작품의 역사를 다루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사실 작품이란 언제나 역사적으로 해석되고 의도된 기획과 연출된 공간에 맞춰 전시되며 다양한 요소들과 관계를 맺으며 존재해 왔기 때문이다. 즉 예술 작품은 전시 공간 속 작품이 놓인 관계, 전시장의 분위기, 작품과 또 다른 작품 사이관계,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자들의 다양한 경험과 인식의 체계가 교차하면서 비로소 완성되는 복합적 관계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작품의 특성을 고려해 드러나는 전시디자인의 표현 방식은 개별 작품의 이해를 돕는 동시에 관람자들에게 바라보는 관점을 새롭게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몇 가지 전시 사례를 통해 전시디자인에 대한 실질적 접근 방식을 살펴보자. 미술전시 하면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회화 장르의 전시는 일반적으로 작품 사이 일정 간격을 두고 눈높이에 맞게 벽에 거는 방식으로 행해져 왔다. 그러나 이와 같은 표준화된 방식의 전시에서 관람자의 역할은 소극적일 수밖에 없으며 작품의 개별 가치를 인식하게 될지는 모르나 기획자의 의도, 전시스토리, 맥락을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한 ‘한국의 단색화(Dansaekhwa)’ 전시의 경우 기존 화이트 큐브 회화 전시방식을 넘어 ‘관계성’과 ‘관람자 움직임’을 고려한 전시 방식을 제시했다.

 

그림1) 한국의 단색화 설치 전경

본 전시 공간에서 관람자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작품들 사이 새로운 매칭과 의미 관계를 포착하게 된다. 즉 관람자의 움직임은 작품들이 의미를 가지기 위한 필요조건이 되는 것이다. 전시 공간에 뚫린 커다란 ‘창’은 구획된 영역을 관통하며 ‘시선의 축’을 형성한다. 관람자들은 눈앞에 걸린 작품과 ‘창’ 넘어 보이는 작품을 비교 감상하며 단색화의 다양한 표현 기법과 작가들의 작품 특징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2차원 회화 작품을 보다 다양한 거리와 각도에서 입체적으로 감상 할 수 있게 했다. 다음으로 입체물을 다루는 조각 전시의 경우 2014년 있었던 ‘최만린’ 조각전을 사례로 살펴보겠다. 최만린 작가는 유년 시절에 한국 전쟁을 겪는 등 한국 근현대사의 격변기를 몸소 체험한 작가다. 60년에 이르는 그의 작품에는 인간애와 생명에 대한 의지가 녹아 있다. 이러한 작가의 주제 의식의 행로와 전시 공간의 상황을 일치시켜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과거의 시간이 현재의 전시 공간으로 전이되도록 계획 했다.

 

그림2) 최만린 조각전 설치 전경

그러한 과정 속에 관객이 놓여 있음을, 때로는 관객 또한 하나의 작품으로서, 살아 움직이는 오브제가  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공간 컬러, 작품 시기별 전시영역 면적배분, 조도 등 공간의 분위기와 구획을 통해 완성 작품만을 나열하는 디스플레이 방식에서 벗어나 작품의 배경과 변화 과정을 함께 보여 주는 인스톨레이션 개념을 전시에 도입했다. 전시 공간 속 자유 동선 구간을 두어 관람자 스스로 작품 감상 루트를 선택하며 보다 다양한 방향에서 조각 작품을 감상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전시디자인은 그동안 작품이 주가 되고 관객이 부가 되는 상황에서 탈피해 작품과 공간, 그리고 관람자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제시한 사례라 볼 수 있다. 최근 미술관들에서 활발히 다뤄지고 있는 건축전시를 살펴보자. 2016년 있었던 ‘김태수’ 건축전은 건축가가 진행한 프로젝트의 시기별 변화를 통해 그가 추구한 가치와 분야에서의 역할을 재조명하는 전시였다. 전시디자인에 모티브가 된 회랑(corridor)은 김태수 건축에서 자주 보여 지는 특징 중 하나이다. 이와 같은 공간 아이덴티티를 적용해 전시를 구성했다. 회랑은 하나의 공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중심 공간과 주변 공간을 형성시킨다. 이는 전시에서 다뤄져야 하는 여러 프로젝트들의 위계와 질서를 형성시켜 주는 장치로서 역할을 한다. 또한 연속성이 강조되는 회랑공간의 특징은 작품의 변화와 흐름 속에서 꾸준히 지켜온 건축가의 일관된 가치관을 보여주는데 효과적이었다. 

 

그림3) 김태수 건축전 설치 전경

전시공간의 컬러는 주로 스완 화이트(swan white)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전시실의 느낌과 전시실 밖 실제 미술관 공간이 갖는 회랑의 이미지를 이어 가기 위함이다. 전시 마지막 섹션인 ‘국립현대미술관’ 건축 프로젝트를 보여주는 부분은 본 전시의 하이라이트로서 이 부분에서는 30m의 미술관 외부전경 이미지를 3면에 걸쳐 펼쳐 보이며 전시실에서 느끼는 시각적, 공간적 확장감을 극대화 시켰다. 또한 건축가가 직접 드로잉한 미술관 설계 도면을 플라잉 방식으로 공중에 띄워 파노라믹한 이미지를 가리지 않으면서 어떠한 설계 과정을 통해 눈앞에 펼쳐진 미술관 건축물이 완성 될 수 있었는지 이해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관람자들은 보다 공간 체험적으로 건축가의 건축 세계를 들여다보게 된다. 

 끝으로 해외 전시공간 사례를 하나 언급하고자 한다. 독일 뮌헨에 위치한 피나코텍모던(Pinakothek der Moderne) 뮤지엄은 공간의 다양한 대비적 스케일과 역동적 실내 구조가 특징이다. 로비에서부터 연결되는 와이드한 계단 전시공간은 마치 광장에서 작품을 만나는 듯 한 공간 체험을 제공한다. 계단을 오르내리며 작품을 바라보면 서있는 계단 위치에 따라 작품의 모습을 다양한 각도와 수직 거리를 통해 입체적으로 감상 할 수 있다. 간결하되 긴장감 있고 스케일이 크되 공허하지 않은 전시공간이다. 2층 전시실은 하얀 공간으로 설계되어 어찌 보면 앞서 언급한 전형적인 모더니즘적 ‘화이트 큐브’ 전시 공간으로 보여 진다. 그러나 전시실에 들어서서 몇 걸음 걸어보면 단순 ‘화이트 큐브’ 가 아닌 ‘진화된 화이트 큐브’ 공간이라 느낄 수 있다. 전시실을 나누는 벽체들은 때로는 나열식으로 때로는 방사형으로 펼쳐지면서 관람자의 움직임과 움직임에 따른 시선의 변화를 반영한다. 

앞서 살펴본 장르별 사례들은 전시디자인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사례를 중심으로 언급하였다. 비록 짧은 글이지만 전시디자인이 전시에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관람자의 역할은 그러한 전시디자인을 통해 어떻게 확장되고 전시에 능동적 주체가 되는지 위상 변화를 좀 더 선명히 전달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미술 전시디자인에 대한 변화와 흐름을 살펴보고 실제 프로젝트 사례 나눔을 통해 기존 화이트 큐브 전시방식이 해왔던 예술로 부터 주변요소를 지우는 탈맥락화 목적이 아닌 전시의 다양한 요소와 관계를 맺으며 이야기를 새롭게 끌어내는 재맥락화의 전시디자인 가치를 조명하고자 했다. 

[1976년 브라이언 오도허티의 'Inside the White Cube'라는 책을 통해 ‘White Cube'라는 용어와 개념 소개. 본 게시물에 대한 저작권은 강연자인 김용주에게 있으며 불법 사용을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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