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학 박사이자 회화작가 신다인의 개인전 《꽃꽃》이 서울 서초구 헤라스아트에서 2026년 7월 27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영화 포스터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리뷰 카피와 별점 형식을 미술 전시 포스터에 적용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국내 미술계와 학계에서 활동해 온 교수, 평론가, 작가들의 한줄평을 한 장의 포스터에 담아, 작품과 비평을 함께 소개한다.
작품은 벽에 걸리고, 평론은 책 속에 머무는 기존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하나의 전시 안에서 회화와 비평이 함께 만나는 형식을 시도했다.
이는 미술과 평론을 잇는 전시를 모색해 온 헤라스아트의 기획 방향과도 이어진다. 헤라스아트는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을 둘러싼 비평과 대화가 전시 안에서 함께 이루어질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자 한다.
《꽃꽃》의 포스터에는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신다인의 작업을 바라보고 남긴 문장이 영화 리뷰처럼 배치됐다. 한 장의 포스터를 통해 작품을 둘러싼 여러 시선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으며, 포스터 자체도 전시를 읽는 작은 비평 지면으로 역할을 한다.
포스터에는 미학자이자 홍익대학교 교수인 하선규, 화가이자 홍익대학교 교수인 이종구, 화가이자 홍익대학교 교수인 권여현, 연구교수이자 미술평론가인 조경진, 미술평론가 이재걸, 사진작가이자 서울대학교 교수인 박태성, 미술평론가이자 전 중앙대학교 교수인 김영호, 작가이자 미술학 박사인 김유정의 글이 수록됐다.
사진작가이자 서울대학교 교수인 박태성은 신다인의 회화가 품고 있는 생명의 시간에 주목했다.
“사진이 순간을 기록하는 예술이라면, 신다인의 꽃은 생명의 시간을 기록하는 회화다. 그녀의 꽃은 피고 지는 자연을 넘어 삶과 죽음의 경계를 응시하게 만든다.”
연구교수이자 미술평론가인 조경진은 신다인의 꽃을 인간 군상과 관계성에 관한 알레고리로 해석했다.
“신다인의 꽃은 인간 군상과 그들 사이의 관계성에 관한 알레고리다. 블라인드 컨투어 드로잉은 꽃을 완결된 전체로 재현하지 않고, 서로 맞물리지 않는 미분적 요소들로 분절한다. 하나의 꽃도, 꽃들 사이의 관계도 안정된 조화로 봉합되지 않는다. 그의 꽃들은 어긋나고 삐걱대면서도 느슨하게 공존하는 존재들의 불안정한 관계 그 자체의 형식이다.”
미술평론가이자 전 중앙대학교 교수인 김영호는 신다인의 작업에 나타나는 인간에 대한 애정과 기대를 짚었다.
“신다인의 작업은 인간의 이분법적 사유를 반성하고 감각 대상과의 관계성을 회복하려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결국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과 기대를 표현하고 있다.”
미학자이자 홍익대학교 교수인 하선규는 이번 작업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대상의 열림, 떨림, 피어남, 그 무한한 가능성을 향한 자기 탐색의 회화.”
미술평론가 이재걸은 신다인의 화면에 나타나는 아름다움과 비극, 기하학과 관능의 긴장을 다음과 같이 읽었다.
“비극이 이토록 매혹적이기에, 꽃의 아름다움은 잔혹한 깊이를 갖게 된다. 기하학은 꽃을 꿈꾸고, 꽃은 금지된 관능을 훔쳐본다.”
작가이자 미술학 박사인 김유정은 신다인의 회화를 한 편의 시와 같은 문장으로 압축했다.
“커튼을 젖히니 낙화로 기워 만든 천국이.”
이처럼 포스터에 수록된 글은 신다인의 회화를 생명과 죽음의 시간, 인간 군상과 관계성, 감각과 관능, 자기 탐색이라는 서로 다른 언어로 바라본다. 관람객은 작품을 마주하기에 앞서 여러 필자의 문장을 읽고, 전시장 안에서 자신만의 시선으로 그림을 다시 살펴볼 수 있다.
《꽃꽃》에서 꽃은 인간의 감정과 관계, 생성과 소멸을 담는 회화적 언어로 등장한다. 신다인은 블라인드 컨투어 드로잉을 바탕으로 꽃의 형태를 그려나간다. 화면에는 어긋난 선과 분절된 형상, 겹쳐지는 색채가 반복되며, 각각의 꽃은 서로 부딪치고 기대며 하나의 장면을 이룬다.
화려하고 사랑스럽게 피어난 꽃은 가까이 다가갈수록 낯설고 불안정한 형태를 드러낸다. 전시의 헤드라인인 “이토록 기괴하고 사랑스러운 생존 방식, 꽃꽃하게 살아라”는 이러한 신다인의 화면을 압축해 보여준다.
전시 기간에는 작가가 전시장 내부에서 직접 작업을 이어가는 공개 제작 프로젝트 〈관망의 작업실〉도 함께 진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