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920억원대 폰지 사기 일당에 중형 선고
‘100% 원금·수익 보장’ 미끼로 투자자 511명 기망
아트테크 시장의 제도적 맹점 파고든 권력형 사기극의 전말
서정아트센터 [사진=위키백과]
미술품 투자 시 확정 수익을 보장하겠다고 속여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수백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정아트센터 대표와 일당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최근 급성장한 미술품 조각 투자 및 아트테크(Art-Tech) 시장의 제도적 허점을 악용한 대규모 금융 사기 범죄에 대해 사법부가 엄중한 심판을 내린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서정아트센터 이대희 대표에게 징역 18년과 벌금 2억 원을 선고했다. 함께 범행을 주도한 부대표 B씨에게는 징역 10년을 선고하는 등 가담자 전원에게 실형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미술품이라는 특수 자산의 가치 평가가 어렵고 관련 제도가 미비한 점을 악용해 선량한 투자자들을 조직적으로 기망했다”며 “피해액이 900억 원을 상회하고 피해자가 500명이 넘는 등 사회적 해악이 막대함에도 범행을 부인하거나 책임을 전가하는 등 반성의 기미가 없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서정아트센터 일당은 지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서울 강남과 상암동 등에 대형 갤러리 및 전시 공간을 운영하며 대외적 신뢰를 쌓았다. 이들은 강남의 자산가들과 은퇴자들을 주 타깃으로 삼아 “미술품을 구매해 렌탈(대여) 계약을 맺으면 연 7%에서 12%의 확정 수익을 매월 지급하겠다”고 홍보했다.
특히 “원금이 100% 보장되며, 계약 기간이 끝나면 회사에서 원금 그대로 미술품을 되사주겠다(바이백 조건)”는 허위 약정을 내걸어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이들이 내세운 비즈니스 모델은 실체가 없는 전형적인 ‘폰지 사기(돌려막기)’였다. 취재 결과, 실제 기업이나 공공기관에 대여되어 수익을 창출한 미술품은 전체의 2% 미만에 불과한것으로 알려졌다. 후속 투자자들에게 받은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들의 월 수익금을 지급하는 형태의 금융 다단계 금융사기였던 셈이다.
검찰 조사 결과, 피해를 입은 투자자는 총 511명이며, 확인된 총 피해 금액은 929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중에는 은퇴 자금 전액을 투자한 고령층부터 주택 마련 자금을 넣은 직장인까지 포함되어 있어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투자 대상이 된 미술품의 실제 가치와 진위 여부였다. 서정아트센터 측은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대량 보유하고 있다고 선전했으나,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작품들을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등 전문 기관에 의뢰해 감정한 결과 상당수가 위작이거나 가치가 거의 없는 모작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일부 작품은 작가의 승인 없이 대량으로 인쇄된 프린트 베이커리 형태의 출력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대 진품으로 둔갑해 투자 계약서에 기재됐다.
법원은 이 부분에 대해 피고인들이 의도적으로 자산 가치를 기망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미술품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보증서조차 자체적으로 위조 및 변조하여 투자자들에게 제공한 점은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수사 과정에서 피고인들이 투자금 중 수백억 원을 개인적인 부동산 매입, 사치품 구매, 그리고 해외 갤러리 개설을 통한 자금 세탁에 사용한 정황도 드러났다. 법원은 피고인들이 은닉한 재산에 대해 추징 명령을 함께 내렸으나, 상당액이 이미 소비되거나 해외로 유출되어 피해자들의 실질적인 원금 회수율은 매우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술계와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번 서정아트센터 사태가 국내 ‘아트테크’ 및 조각 투자 시장의 거품과 제도적 결함이 폭발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한다. 코로나19 시기 이후 미술품이 대안 투자 자산으로 급부상했으나, 가치 평가의 투명성이나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금융당국의 감시망은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현행법상 일반 금융상품의 경우 자본시장법의 엄격한 규제를 받지만, 미술품 렌탈이나 실물 매매를 기반으로 한 투자 계약은 전통적인 금융상품으로 분류되지 않아 금융감독원의 직접적인 감독 대상에서 벗어나 있었다. 사기 일당은 이 같은 법적 사각지대를 정밀하게 파고들었다.
이번 징역 18년의 중형 선고는 향후 유사한 형태의 미술품 연계 유사수신 및 조각 투자 사기 재판에 중요한 판례로 남을 전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시장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