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리뷰] 인간, 예술로 존재를 증명하다—‘호모 아르티스(Homo Artis)’展과 아티스트 토크

구글 선호 매체로 추가
[문화리뷰] 인간, 예술로 존재를 증명하다—‘호모 아르티스(Homo Artis)’展과 아티스트 토크

예술이란 무엇이며, 인간은 왜 끊임없이 무언가를 창조해내는가. 이 근원적이고도 본질적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부산의 예술 현장을 든든하게 지켜온 세 명의 예술가 성백, 이재웅, 이호철이 하나의 스펙트럼 아래 뜻을 모았다.

 예술단체 ARTsBiBiM이 주최하고 부산광역시, 부산문화재단, 오픈아츠 스페이스 머지가 후원하는 이번 ‘호모 아르티스(Homo Artis)’ 전시는 2026년 6월 19일(금)부터 6월 28일(일)까지 복합문화예술공간MERGE?(부산광역시 금정구 부산대학로50번길 49)에서 막을 올리며 ‘예술을 하는 인간, 창조하는 인간’이라는 거대한 대주제를 관통한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세 작가의 개별 작품을 나열하는 3인전의 틀을 과감히 탈피했다. 조각과 회화, 행위예술(퍼포먼스)과 미디어 아카이브에 이르기까지, 각기 전혀 다른 매체와 미학적 철학을 구축해온 세 작가가 어떻게 하나의 전시장 안에서 상호작용할 수 있는지 그 유기적인 가능성을 실험한다.

개막 당일인 6월 19일(금) 오후 7시에 진행된 아티스트 토크와 세 작가가 마주하고 대화하며 빚어낸 전시장 현장은,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 동시대가 직면한 생태학적 위기와 사회적 담론을 예술가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재해석하고 확장해 나가는 밀도 높은 사유의 장이었다.

세 가지 시선이 직조한 ‘인간과 예술’의 궤적

​‘예술을 하는 인간’을 탐구하는 ‘호모 아르티스(Homo Artis)’展은 전시장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팽팽한 긴장감과 깊은 사유의 공간을 선사했다. 세 명의 작가는 조각, 회화, 퍼포먼스, 미디어 등 장르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각자의 방식으로 ‘호모 아르티스’의 정의를 내리고 있었다.

​‘호모 아르티스(Homo Artis)’展의 오프닝 퍼포먼스는 세 작가성백 , 이재웅, 이호철의 예술 세계와 관객이 유기적으로 융합된 동시대 미술의 실천이었다.

전시장 밖에서 시작된 퍼포먼스에서 성백 작가는 손에 쥔 작은 종을 울려 팽팽한 청각적 긴장감을 깨우며 등장했다. 이 몸짓은 우리나라 재래의식 중 상여를 메고 장지를 향할 때, 상여꾼 중 한 명이 맨 앞에서 종소리를 내며 소리(상여소리)를 이끄는 행위에서 착안한 것이다.

​이는 이번 전시의 대표 작품인 ‘Messenger-박제된 미래로부터’와 긴밀하게 연결된다. 작가는 미래로부터 찾아온 전령사(메신저)로서 현세와 내세, 혹은 현재와 미래를 잇는 일종의 재의적(祭儀的) 행위를 수행하며 관객을 사유의 공간으로 인도한 것이다.

 그는 현대 문명의 단절과 억압을 상징하는 ‘헬멧’ 위에 생태적 오브제를 덧올린 ‘새장 헬멧’을 쓴 채 관객과 얼굴을 마주했고, 전시장 입구에서 이 헬멧을 이호철 작가에게 전달했다. 이어 인위적 통제를 뜻하는 ‘분재 나무 헬멧’으로 바꿔 쓰고 관객들이 나무를 만지게 하며 문명의 모순을 공유했다. 퍼포먼스의 절정은 매체의 상호 협업으로 발현됐다.

​ 전시장 화면에는 이재웅 작가가 이호철의 디지털 드로잉 이미지를 활용해 만든 영상 미디어 작업과 직접 연주한 라이브 사운드가 흐르고, 그 위로 성백의 몸짓과 나무 그림자, 날아다니는 새들의 실루엣이 중첩되며 실재와 가상의 경계를 허물었다.

 마지막으로 성백은 나무 헬멧을 이재웅에게 씌워준 뒤 원초적 생명력을 상징하는 ‘까치집 헬멧’으로 바꿔 썼다. 여기에 이호철 작가가 만든 작은 종들을 관객들이 함께 매다는 행위가 더해지며 퍼포먼스는 세 작가와 관객이 모두 동참하는 연대의 장으로 확장됐다. 관객들의 손길로 완성된 까치집 헬멧을 쓴 성백이 이재웅의 영상 ‘에볼루션(진화)’ 앞에 마주 서며 마무리된 이 의식은, 억압과 통제를 넘어 생태적 본연을 회복하는 예술하는 인간의 진화 과정을 보여주었다.

 세 작가가 헬멧을 교차해 쓰고 관객과 함께 시공간을 공감각적으로 만들어낸 이번 퍼포먼스는, 현대 사회의 위기 속에서 예술을 매개로 한 인간성 회복과 연대의 메시지를 완성해 낸 ‘오픈아츠(openARTs)’의 결정판이였다.

몸짓과 아카이브로 쓰는 동시대의 연대기

성백 작가는 특유의 ‘openARTs’ 철학을 바탕으로, 예술이 어떻게 사회적 실천이자 생태적 아카이브가 될 수 있는지를 작품과 퍼포먼스를 통해 증명했다. 전시장 한 축을 차지한 그의 작업은 단순한 시각 예술에 머물지 않고, 그동안 그가 온몸으로 부딪쳐 온 평화와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현장의 에너지가 응축된 영상과 오브제들은 관객에게 "예술은 살아있는 유기체이자 실천"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내면의 심상과 물질의 탐구

이재웅 작가는 물질성과 정신성의 경계를 탐구하는 정교한 작업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가 영상 미디어를 활용해 공간에 구현해낸 시각적 깊이는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근원적인 불안과 이를 치유하고자 하는 갈망을 정적으로, 그러나 묵직하게 담아냈다. 성백의 작업이 밖으로 향하는 외침이라면, 이재웅의 작업은 인간 내면 깊은 곳으로 침잠하는 성찰의 통로였다.

형태의 해체와 재구성, 인간 본질의 추적

이호철 작가는 입체적 조형미와 미래사회의 '인간'이라는 존재의 조건을 탐구했다. 선과 면, 공간이 만들어낸 미학은 인간이 환경과 관계 맺는 방식을 시각화하였다.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그의 조형 언어는 '창조하는 인간'으로서의 예술가 본연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대변하고 있었다.

아티스트 토크: 현장성, 예술의 조건, 그리고 미래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관객과 작가들이 날것의 언어로 소통했던 ‘아티스트 토크’였다. 비평가와 관객, 작가들이 뒤섞인 자리에서 세 예술가는 작업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동시대 예술가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진솔한 고민을 나눴다.

"예술은 박제된 유물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숨 쉬는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행위입니다."

토크의 중심 화두는 단연 ‘동시대 예술의 역할과 연결’이었다. 성백 작가는 장르의 벽을 허무는 통섭적 예술 생태계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지역이라는 공간적 한계를 넘어 예술가들이 어떻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사회와 호흡해야 하는지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재웅 작가와 이호철 작가 역시 "서로 다른 색깔을 가진 세 작가의 만남이 오히려 서로의 세계를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며, 이번 전시가 단순한 3인조 그룹전을 넘어 '호모 아르티스'라는 인류학적 명제 아래 동료 예술가로서 깊은 연대감을 확인하는 자리였음을 밝혔다.

​관객들 역시 질문을 통해 "세 작가의 매체는 전혀 다르지만, 인간과 삶을 바라보는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만큼은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느낌을 받았다"며 호평을 이어갔다.

경계를 넘어, 다시 ‘인간’으로

‘호모 아르티스’展은 자본과 기술이 예술의 영역을 빠르게 대체해 나가는 이 시대에, ‘왜 여전히 인간의 예술인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주었다. 성백의 거침없는 실천적 몸짓, 이재웅의 깊이 있는 내면의 탐구, 이호철의 감각적인 조형 언어는 삼중주가 되어 관객들의 감각을 깨웠다.

​이번 전시는 부산 예술 씬(Scene)의 단단한 허리 역할을 하는 세 작가의 저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예술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가장 고귀한 행위임을 일깨워준 의미있는 기획으로 기억될 것이다.

 

관련 기사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 작성

0/2000

댓글은 검수 후 노출됩니다. 비방·욕설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