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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의 아트명상] 티노세갈, 오직 지금 여기에서 살아 숨 쉬는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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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되지 않기에 더욱 또렷한 현재의 경험

관객은 멈춰있고, 예술은 살아 움직인다. 지난 3일부터 리움미술관에서 시작된 《티노세갈 기획전》은  '물질적 대상이 없는 예술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신체와 언어, 그리고 관계를 매개로 형성되는 '구성된 상황(constructed situations)'을 연출한다.  

리움미술관 전경 (사진=강혜영)
리움미술관 전경 (사진=강혜영)

이건 너무 현대적이야

리움미술관의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서너명의 정장을 입은 남여가 관람객을 향해 춤을 추며 노래한다. "This is so contemporary! Contemporary!" 지금 이 순간 이미 예술은 시작되었다.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관에서 처음 선보인 <This Is So Contemporary>는 반복되는 멜로디와 춤을 통해 관람객과 즉각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구성된 상황(constructed situations)'이다. 

안무와 정치경제학을 전공한 티노 세갈(b.1976, 런던)은 어떠한 기록이나 물질적 오브제도 생산하지 않는 비물질적 작업을 전개한다. 티노세갈은 일체의 기록을 거부하며 오직 관객의 기억과 경험 속에 예술의 순간을 담아낸다.

이번 티노세갈의 전시는 신작을 포함한 8점의 '구성된 상황'과 작가가 직접 선별한 리움미술관의 조각 소장품으로 구성되었다. 전시관 전반에 걸쳐 전시되어 있는 여러 조각들은 마치 미동없이 멈춰서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과도 같다. 그리고 그 조각들의 시선을 받으며, 사람이 작품이 되어 숨 쉬며 움직이는 예술을 선보인다. 관람객 또한 입장과 동시에 작품과 조응하며 예술의 일부가 된다. 

전시전경 (사진=강혜영)
전시전경 (사진=강혜영)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하며, 다시 반복되지 않는다.

<이 입장> (2023) 작품으로 들어서면, 무용수와 바이올린 연주자, 축구 선수, 사이클 선수가 공간을 휘저으며 관람객에게 다가선다. 이 라이브 아트(Live Art) 행위자들은 때로는 말을 건네고, 손을 내밀며, 공을 건넨다. 관람객은 주고 받는 단어 사이에 끼어들기도, 같이 공을 차기도 하며, 교감한다. 이 흐름을 우리는 예측할 수 없다. 오로지 지금 이 순간에 주의를 두고 경험하는 수 밖에는 없다. 지금의 행위가 지나가면 다시는 그 전과 같을 수 없다. 오직 이 순간에 이곳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과만이 가능한 하나뿐인 작품이 된다. 

오귀스트 로댕 (출처=로댕미술관 홈페이지)
오귀스트 로댕 (출처=로댕미술관 홈페이지)

또 다른 공간에선 <키스>(2002)가 재현되고 있다. 티노세갈의 <키스>는 로댕, 브랑쿠시, 제프 쿤스와 같은 미술사 속 다양한 '키스' 장면을 재구성하는 작품으로 두 명의 참여자가 서로 밀착되어, 느리고 농밀한 사랑의 움직임 그리고 키스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을 로댕의 조각품들이 둘러싸고 있다. 느린 움직임, 서로를 향하는 손길, 감각에 취해 대상 없는 곳을 향하는 시선 없는 눈길을 바라보고 있자면, 그곳에는 오로지 현재의 '감각'만이 존재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모두가 같은 속도로 감각의 흐름을 따라 몰입하게 된다. 

작품의 흐름에 관람객은 함께하게 된다. 작품에서 흐르는 시간과 관람객이 존재하는 시간이 맞물려 같이 살아 숨쉬며 '지금', '여기'에서의 느낌과 감각만이 또렷하게 경험된다. 

전시전경 (사진=강혜영)
전시전경 (사진=강혜영)

티노 세갈의 전시는 명상적이다. 

'명상'은 현재 이 순간을 비판단적으로 알아차리는 것의 반복이다. 촬영이 전면 금지된 상황 속에서 관람객은 작품을 그저 매 순간 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밖에 없다. 티노 세갈의 '구성된 상황'은 자연스럽게 명상적 상태로 관람객을 인도한다.

사진을 찍느라 두 눈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미래를 걱정하고 과거를 곱씹느라 현재를 살지 못하는 현대인에게 온몸으로 삶을 살아내는 감각과 느낌을 전해준다. 전자 매체를 통하지 않고 오직 관객의 기억과 경험 속에만 남게 될 순간들은 예술의 가치를 인식하게 함과 동시에, 현재를 살아간다는 것, 지금을 경험한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안토리 곰리 '작은 콘솔' (2013) / (사진=강혜영)
안토리 곰리 '작은 콘솔' (2013) / (사진=강혜영)

누구나 예술이 될 수 있다.

입장과 동시에 관람객도 예술의 일부가 되듯이, 작품 속 행위자들을 섭외하는 방식도 남다르게 진행되었다.

- 리움미술관 공고 내용 中

"무용이나 노래와 관련된 전문 경력은 요구되지 않으며 춤을 즐기고 리듬감이 있으신 분이라면 누구나 지원 가능합니다. 연령 제한은 없으나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으신 50세 이상 중장년 분들의 지원을 적극 환영합니다."

"품의 특성상 신체적 밀접함과 키스 연기가 가능한 수준의 친밀도가 요구됩니다. 지원은 반드시 2인 1조 (커플 또는 듀오)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현대무용 경험이 있으면 우대하나 필수 조건은 아닙니다."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티노 세갈의 문제의식 '물질적 대상이 없는 예술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그의 질문이 '예술을 하지 않는 대상이 어떻게 예술로 존재할 수 있는가'로 읽히는 지점이다.

권오상 '캄보드' (2007-2008)  / (사진=강혜영)
권오상 '캄보드' (2007-2008)  / (사진=강혜영)

현재를 사는 것, 그것이 예술이다.

전시장을 나서는 순간,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진도, 영상도, 기록도 없다. 그러나 분명히 어떤 시간이 지나갔고, 그 시간 속에서 누군가와 마주했고, 손을 건넸고, 같은 공간에서 같은 숨을 쉬었다. 사라졌기에 붙잡을 수 없지만, 그래서 더욱 또렷한 경험으로 기억된다.

티노 세갈의 전시는 작품을 보여주기보다 하나의 상태를 경험하게 한다. 멈춰 서 있는 것은 오브제가 아니라 우리의 익숙한 감상 방식이었고, 살아 움직이는 것은 인간과 관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었다.

‘물질적 대상이 없는 예술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결국 이렇게 되돌아온다. 우리가 지금 여기에서 서로를 감각하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예술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오직 지금, 여기에서. 살아 숨 쉬는 시간 속에서.


M2 B1F에 있는 작품 <이 입장>(2023)은 4월 5일까지 전시되며, 4월 7일과 5월 19일 각각 다른 작품으로 변동된다하니, 세 번의 즐거움을 누리기 바란다.


티노 세갈 (2026. 3. 3 ~ 6. 28) / 리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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