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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그림이 만난 자리: 서세옥 5주기 추모전의 깊은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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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서·화가 하나로 엮인 산정의 예술관을 따라가는 전시

2025년 11월 19일, 성북구립미술관에서 열린 서세옥 5주기 추모전을 찾았다. 전시는 1관과 2관으로 나뉘며, 화가의 생애와 예술관을 따라가도록 구성되어 있다. 특히 서세옥이 생전에 존경하고 영향을 받았던 조선 문인들의 작품을 함께 배치해, 그의 정신적 계보를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있었다.

사진 = 성북구립미술관 홈페이지
사진 = 성북구립미술관 홈페이지

서세옥은 한문학에 조예가 깊은 가문에서 태어나 네 살부터 가학으로 학문을 익혔다. 이는 그가 일찍부터 동양사상과 시문에 친숙해졌음을 보여주며, 시·서·화·인의 영역에 두루 능했던 그의 문인적 기질을 이해하는 단서가 된다. 전시는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현대 한국화의 지평을 넓힌 작가를 ‘문인’으로 다시 호출해 그의 사유와 철학을 깊이 탐색하고자 한다. 전시 기획 의도는 서세옥이 평생 ‘사람’과 ‘자연’을 주제로 천착해온 예술세계를 시와 함께 읽어냄으로써, 그림에 담긴 화론과 정신을 보다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데 맞춰져 있다.

1관은 초기작과 더불어 그가 존경했던 조선 문인들의 작품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공간으로 꾸려졌다. 변관식, 김용준, 손재형 등의 작품이 서세옥의 시와 함께 나란히 전시되며, 문인화의 전통이 어떻게 그의 예술적 토대를 이루었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노년기에 지은 한시를 묶은 『무송재시고』 일부가 직접 그린 그림과 함께 공개되어 눈길을 끌었다. 시와 그림을 병치한 방식은 관람자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작품 앞에서 멈춰 서도록 만들며, 이미지와 언어를 동시에 음미하게 한다. 글씨 크기와 안내 체계 역시 고령층 관람객을 고려해 설계되어 있어, 시·서·화가 통합된 문인화의 본래 미학을 현대적 방식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사진 = 성북구립미술관 홈페이지
사진 = 성북구립미술관 홈페이지

2관은 보다 본격적인 철학적 사유의 층위로 들어간다. 1관이 작가의 생애와 정신적 배경을 제시했다면, 2관은 그가 추구한 ‘무극(無極)’의 세계를 중심으로 작품을 배치한다. 기획자의 설명에 따르면 무극은 초월과 무한, 순환의 기운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도(道)의 에너지로, 그의 작업 전반을 이끄는 근원적 개념이다. 서세옥에게 추상은 낯선 언어가 아니었다. 시어의 함축성, 한자의 추상적 성격, 먹의 상징성과 운필의 흐름은 그의 회화적 사고와 긴밀하게 연결되며, 그가 남긴 시는 작품의 해석적 여백을 넓히는 또 하나의 통로로 기능한다. 시의 여백이 회화의 여백과 동일한 구조를 지닌다는 점이 이번 전시에서 특히 분명하게 드러난다.

사진 = 성북구립미술관 홈페이지
사진 = 성북구립미술관 홈페이지

이 가운데 『여러 학생들에게 보임』은 현재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필자에게 깊은 잔향을 남겼다. 예술을 비유로 삼고 있으나, 결국 자신의 길을 묵묵히 이어가는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메시지로 읽힌다. 화려한 격려 대신 절제된 문장으로 구성된 시는, 삶을 지탱하는 조용한 태도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성북구립미술관의 이번 추모전은 과장된 연출을 지양한 채, 서세옥의 정신세계와 예술철학을 차분하게 드러내는 방식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조용하지만 밀도 높은 전시 구성은 관람자에게 서세옥을 화가이자 사상가, 그리고 시인으로 다시 바라보게 하는 귀중한 시간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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