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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로 쌓아 올린 회화' 박해수 작가 개인전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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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화가로서 생존의 기록"

Stone Knife, 2009, Acrylic on canvas, 90x194cm
Stone Knife, 2009, Acrylic on canvas, 90x194cm
전시포스터 (사진.강혜영)
전시포스터 (사진.강혜영)

아트센터자인은 11월 4일부터 28일까지 박해수 작가의 개인전 《Life Story》를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삶 속에서 마주한 감정과 기억을 수백 겹의 색과 점으로 쌓아 올린 작업들로 구성되며, 그의 독자적인 회화 세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Pray for..., 2025, Acrylic on canvas, 60x60cm
Pray for..., 2025, Acrylic on canvas, 60x60cm

박해수 작가는 어린 시절 보았던 무지개에서 강렬한 시각적 울림을 느낀 뒤 회화의 길로 들어섰다. “그 순간 이전엔 색을 제대로 본 적이 없던 것 같았다”고 말하는 그는, 마음의 떨림을 시각 언어로 전하고 싶다는 단단한 신념을 작품 전체에 관통시켜 왔다.

그의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단 하나의 도구에서 시작된다. 붓이 아닌 칼날. 작가는 칼끝으로 점을 찍어 물감을 한 겹씩 쌓고 또 쌓으며, 때로는 100겹이 넘는 두께를 만든다. 이 고된 반복은 단순한 기법이 아니라, 그가 말하는 “21세기 화가로서의 생존의 기록”이다. 원시 인류가 돌칼을 만들며 버텼듯, 그는 고통과 시간, 노동을 캔버스 위에 겹겹이 새긴다.

Stone Knife, 2009, Acrylic on canvas, 90x194cm
Stone Knife, 2009, Acrylic on canvas, 90x194cm

그의 작업 세계는 삶의 원형적 구조와도 맞닿아 있다. 돌칼을 형상화한 작품은 멀리서 보면 분명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배경 속에 묻혀 흐릿해진다. 작가는 “인생도 가까이 보면 길이 안 보이지만, 멀리서 보면 윤곽이 드러난다”고 말한다.

전시에는 보색의 충돌을 ‘대립’이 아닌 ‘융합’으로 해석한 회화적 실험도 등장한다. 빨강과 파랑이 맞서는 대신, 서로의 힘을 인정하며 하나의 삶으로 합쳐지는 장면을 만든 것이다. 고흐의 이미지를 넘어 아시아인의 끈기와 수행의 정신을 담아 재해석한 해바라기 연작 역시 눈길을 끈다. 수백 개의 점이 모여 형태를 이루는 그 작품들은 오랜 시간의 축적을 고요히 드러낸다.

Sunflower, 2013, Acrylic on canvas, 120x120cm
Sunflower, 2013, Acrylic on canvas, 120x120cm

박해수의 기법은 결국 그의 삶에서 비롯됐다. 입시학원 원장이었다가 삶이 무너진 뒤 공사장과 여러 현장을 전전하던 시절, 그는 죽음의 문턱 같은 시간을 지나 강렬한 ‘색의 꿈’을 꾸었다. 그 꿈이 지금의 작업 방식, 즉 ‘쌓아 올리는 회화’를 시작하게 만들었다. 고통이 쌓여 형태가 되고, 시간이 포개져 생명이 되는 방식이다.

《Life Story》는 그래서 한 사람의 전기가 아니라, 시간과 감정, 인내가 만들어낸 존재의 층위를 바라보게 하는 전시다. 멀리서 보면 길이 되고, 가까이서 보면 수많은 점이 되는 삶처럼, 그의 작품은 관람객에게 각자의 이야기를 조용히 비추고 있다.

2025년, 박해수라는 이름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가 바로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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