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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사마 야요이, 바젤을 물들이다, 스위스 첫 대규모 회고전

구글 선호 매체로 추가

파운데이션 베일러, 예술과 광기의 경계에서 세계를 비추다

스위스 바젤 인근 리엔(Riehen)에 위치한 파운데이션 베일러(Fondation Beyeler)가 일본을 대표하는 예술가 쿠사마 야요이(Yayoi Kusama)의 대규모 회고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스위스 미술관 역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쿠사마의 단독 회고전으로, 내년 1월 25일까지 진행된다.

Installation view "Yayoi Kusama", Fondation Beyeler, Riehen/Basel, 2025Narcissus Garden, 1966/2025© YAYOI KUSAMAPhoto: Matthias Willi
Installation view "Yayoi Kusama", Fondation Beyeler, Riehen/Basel, 2025Narcissus Garden, 1966/2025© YAYOI KUSAMAPhoto: Matthias Willi

쿠사마는 20세기 후반부터 현대미술의 상징으로 자리한 인물이다. 그녀의 작업은 반복과 강박, 점(dot)과 무한(infinity)의 개념을 중심으로, 인간의 내면과 우주의 에너지를 동시에 시각화한다. 이번 전시는 70여 년에 걸친 작가의 예술 여정을 총망라하며, 유럽에서는 처음 공개되는 초기 회화부터 최신 설치작품까지 약 150여 점을 선보인다.

파운데이션 베일러는 이번 전시를 위해 일본, 미국, 유럽 주요 미술관과 협업을 진행했다. 특히 뉴욕 현대미술관(MoMA)과 도쿄 국립근대미술관이 소장한 초기작을 비롯해, 작가가 직접 재구성한 최신 인피니티 미러룸이 함께 공개된다. 관람객은 쿠사마의 내면적 우주를 실제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감각적 체험을 하게 된다.

Installation view «Yayoi Kusama», Fondation Beyeler, Riehen/Basel, 2025Infinity Mirrored Room – The Hope of the Polka Dots Buried in Infinity Will Eternally Cover the Universe, 2025 © YAYOI KUSAMA Photo: Mark Niedermann
Installation view «Yayoi Kusama», Fondation Beyeler, Riehen/Basel, 2025Infinity Mirrored Room – The Hope of the Polka Dots Buried in Infinity Will Eternally Cover the Universe, 2025 © YAYOI KUSAMA Photo: Mark Niedermann

전시는 작가의 생애를 따라 여섯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1950년대 교토 미술학교 시절 제작된 수묵화와 콜라주로, 그녀의 정신적 불안을 처음으로 시각화한 시기다. 두 번째는 1960년대 뉴욕에서의 활동기로, 점무늬 드로잉과 ‘소프트 스컬프처(Soft Sculpture)’를 통해 신체와 욕망, 여성의 위치를 다룬다. 세 번째 섹션에서는 그녀의 대표적 상징이 된 ‘호박’ 시리즈가 전면에 등장한다. 황금빛 물결 위에 반복된 점무늬는 작가에게 있어 ‘불안과 치유의 상징’으로 작동한다.

가장 주목받는 공간은 전시장 중앙에 설치된 Infinity Mirrored Room – Dreaming of the Universe〉다. 거울, LED 조명, 물의 반사 효과로 이루어진 이 방은 관람객이 무한한 점 속에서 자신을 잃고, 동시에 다시 찾게 만드는 쿠사마 예술의 핵심을 구현한다. 파운데이션 베일러 측은 “이 방은 관람객이 작품 속 일부로 존재하게 되는 쿠사마의 우주적 비전의 완성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회고전이 아니라, 쿠사마의 삶과 정신세계를 통합적으로 읽어내는 전시다. 작가는 10대 시절부터 환각과 강박 증세를 겪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예술을 선택했다. 그녀의 반복적 점무늬와 패턴은 병의 증상이자 동시에 치료의 언어였다. 파운데이션 베일러는 이러한 쿠사마의 개인적 서사를 예술사적 맥락 안에서 재해석하며, “그녀의 작품은 개인적 트라우마를 보편적 감정으로 전환한 예술적 승화의 사례”라고 밝혔다.

이번 회고전은 또한 동서양 예술의 교차점이라는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쿠사마는 일본의 전통적인 미의식과 서구 아방가르드의 실험정신을 결합해, 세계 미술의 새로운 언어를 창조했다. 그녀의 예술은 미니멀리즘, 팝아트, 페미니즘을 모두 가로지르며, 세대와 국경을 초월하는 감수성을 제시한다.

파운데이션 베일러는 이미 모네, 피카소, 로스코 등 세계 거장들의 회고전을 통해 미술관의 국제적 위상을 확립했다. 이번 쿠사마 전시는 그러한 전통을 잇는 동시에, 비서구 작가에게 중심 무대를 내어준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스위스 언론은 이번 전시를 두고 “쿠사마의 세계가 베일러의 공간을 삼켰다”고 평가했다. 미술관 외벽부터 내부 전시홀까지 그녀의 점무늬와 색채가 뒤덮이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지운다. 바젤을 찾는 관람객들은 이제 미술관이 아니라, 하나의 살아 있는 쿠사마적 공간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예술 평론가들은 이번 회고전을 통해 쿠사마가 단순히 ‘인스타그래머블 아티스트’가 아니라, 인간의 내면과 우주를 연결한 철학적 작가로 재평가받을 것이라 전망한다. 그녀의 작품은 여전히 반복을 말하지만, 그 반복은 죽음이 아닌 생명, 절망이 아닌 재생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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