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의 야경 속, 황푸강을 따라 서 있는 푸동미술관(Museum of Art Pudong·MAP)은 이제 중국 현대문화의 얼굴로 자리 잡았다. 2025년 봄, 미술관 외벽에는 세 개의 대형 전시 포스터가 동시에 걸렸다. 네덜란드의 거장 반 고흐, 중국 근대미술의 대표 화가 첸이페이(Chen Yifei), 그리고 아프리카 출신 현대미술가 엘 아나추이(El Anatsui). 이 세 전시는 푸동미술관이 지향하는 ‘글로벌 대화의 장’이라는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첫 번째로 주목받는 전시는 《Paths to Modernity》(근대로의 길)이다. 반 고흐, 고갱, 세잔, 모네 등 유럽 인상파와 후기 인상파 작가들의 대표작을 모아 ‘근대 회화가 어떻게 탄생했는가’를 탐구하는 대규모 기획전이다. 본 전시는 파리 오르세 미술관(Orsay Museum)과의 협력으로 이루어졌으며, 중국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들이 포함돼 있다. 미술관 측은 “이번 전시는 유럽 근대미술의 흐름을 통해 중국 관객이 ‘현대성’의 기원을 다시 사유하도록 돕는 계기”라고 밝혔다.
두 번째 전시는 첸이페이 회고전(Chen Yifei: A Retrospective on Art and Legacy)》이다. 첸이페이는 중국 근대미술에서 사실주의 회화를 부흥시킨 대표적 인물로, 1980~90년대에 서양의 유화기법과 동양의 미감을 결합해 독자적인 미학을 구축했다. 이번 전시는 그의 예술적 궤적뿐 아니라 영화감독, 패션 디자이너, 문화기획자로서의 다면적 활동을 조명한다. 특히 그의 대표작 ‘Yu Garden’, ‘Old Dreams’ 등이 복원 전시되어 중국 근현대미술의 정체성을 다시 묻는다. 푸동미술관은 이 회고전을 통해 “중국적 현실과 서구적 감수성이 어떻게 융합될 수 있는가”를 시각적으로 제시한다.
세 번째 전시 《El Anatsui: After the Red Moon》은 나이지리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가나 출신 작가 엘 아나추이의 개인전이다. 버려진 병뚜껑과 금속 포일을 엮어 만든 그의 거대한 설치 작품은 재료의 변형과 사회적 은유를 동시에 담아낸다. 작품은 식민의 역사, 세계화, 환경 문제를 주제로 하며, 인간의 소비와 회복, 파괴와 재생의 순환을 시각화한다. 이 전시는 런던 테이트모던과의 협업으로 구성되어, 푸동미술관의 국제 네트워크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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