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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전시] 아프리카의 기억과 꿈, 마이클 아미티지의 회화, 《Cave》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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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부고 천 위에 새겨진 환상과 저항의 역사, 피노컬렉션이 주목한 새로운 시선

[파리 전시] 아프리카의 기억과 꿈, 마이클 아미티지의 회화, 《Cave》를 중심으로

파리 부르스 드 코메르스에 위치한 피노컬렉션은 전통과 현대, 유럽과 비유럽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들을 선보이며 세계 미술의 다양성을 제시해왔다. 그중에서도 케냐 출신 화가 마이클 아미티지(Michael Armitage)의 작품 《Cave》(2021)는 이 전시의 흐름 속에서 특별한 울림을 남긴다.

이 작품은 나무 껍질로 만든 천, 루부고(Lubugo) 위에 유화로 그려졌다. 루부고는 우간다와 케냐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되는 천으로, 그 표면의 거칠고 불균질한 질감은 서구의 캔버스와 다른 독특한 생명력을 품고 있다. 아미티지는 이 재료를 통해 식민주의 이후의 아프리카가 지닌 역사적 상흔과 정체성을 시각화한다.

《Cave》는 작가의 작업 중에서도 가장 몽환적인 시리즈에 속한다. 작품 속에서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알 수 없는 유기적 악기 속으로 숨을 불어넣는다. 그들의 호흡이 혼합되며 생명을 탄생시키고, 그 안에서 두 개의 형상이 색채의 소용돌이 속에 모습을 드러낸다. 화면은 현실의 형태를 따르지 않는다. 색과 빛은 명확한 구도를 거부하며, 모든 요소가 융합과 순환의 리듬으로 이어진다.

작품의 제목이 ‘Cave(동굴)’인 만큼, 장면은 어둠 속에서 펼쳐진다. 그러나 오른쪽 아래 보이는 하늘의 흔적은 관람객에게 방향 감각을 잃게 만든다. 아미티치는 의도적으로 현실의 지표를 제거해 관람자가 물리적 세계에서 벗어나도록 유도한다. 이 그림은 실재하는 사건을 재현하는 대신, 인간의 무의식 속에서 삶과 영혼이 융합되는 상징적 공간을 만들어낸다.

이 작품은 케냐 라이키피아(Laikipia) 고원 지대의 동굴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곳은 식민지 시절, 영국의 지배에 저항했던 마우마우(Mau Mau) 운동의 거점 중 하나였다. 아미티치는 그 역사를 예술적 상징으로 되살리며, “아프리카는 인류의 원초적 요람이며, 여전히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는 땅”이라고 말한다. 《Cave》는 단순히 꿈의 장면이 아니라, 억압된 기억이 되살아나는 공간이다.

피노컬렉션이 이 작품을 전시에 포함한 이유도 분명하다. 그것은 오늘날 글로벌 미술이 지향하는 ‘다원적 서사’의 중심에 아프리카 미술을 두기 위해서다. 아미티치는 런던 로열아카데미에서 교육받았지만, 자신의 뿌리를 케냐와 우간다의 문화 속에서 찾는다. 그의 회화는 서구 미술의 표현 체계 위에 아프리카의 신화와 역사, 그리고 정치적 정체성을 겹쳐 놓는다.

《Cave》에서 눈에 띄는 것은 아미티치 특유의 색채 사용이다. 화면 전체를 감싸는 짙은 적갈색과 보라빛, 그리고 그 안에서 번지는 금빛의 층위는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않는다. 색은 빛이 아니라 기억이며, 형태는 육체가 아니라 영혼의 흔적이다. 그의 회화는 회화적 형식과 문화적 기억이 맞물려 생성되는 ‘혼성의 미학’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또한 현대미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글로벌 미술의 중심이 더 이상 서구에 국한되지 않음을 증명하며, 각 지역의 문화와 언어가 새로운 시각 언어로 재탄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아미티치의 회화는 개인의 정체성을 넘어, 예술이 사회적 기억을 치유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임을 일깨운다.

결국 《Cave》는 동굴이라는 원형적 상징을 통해 예술의 근원적 기능을 환기한다. 동굴은 인류 최초의 예술이 시작된 장소이며, 동시에 인간이 어둠 속에서 빛을 찾는 공간이다. 아미티치는 그 원형의 기억을 21세기 회화로 되살리며, 예술이 여전히 인간의 숨결을 불어넣는 행위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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