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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동궁과 월지, 물 위에 완성된 신라의 건축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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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예술이 공존한 궁정 건축의 정수

동궁과 월지 사진- 윤혜현기자
동궁과 월지 사진- 윤혜현기자

경주의 대표 유적지인 동궁과 월지(옛 안압지) 가 단순한 고대 정원을 넘어, 신라의 예술 감각과 건축 기술을 집약한 공간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통일신라 문무왕 14년(674년)에 조성된 동궁과 월지는 왕궁의 별궁으로 사용되며, 왕이 귀빈을 접대하거나 연회를 열던 장소였다.

기록에 따르면 연못의 이름인 ‘월지(月池)’는 달이 비치는 연못이라는 뜻을 가진다. 신라인들은 이곳을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닌, 자연과 인공이 조화된 왕실 정원의 이상향으로 설계했다. 연못 중앙에는 세 개의 인공 섬이 조성되어 있었고, 둘레는 완만한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러한 조형은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면서도 신라 왕실의 권위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동궁과 월지 사진- 윤혜현기자
동궁과 월지 사진- 윤혜현기자

발굴 조사 결과, 연못의 서쪽에는 중심 건물인 임해전(臨海殿) 터가 확인되었으며, 그 주변으로 부속 건물과 회랑, 배수로 구조가 함께 발견됐다.  연못의 둘레를 따라 돌을 쌓은 석축호안(石築護岸) 기술은 당시 신라의 뛰어난 토목·건축 능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특히 물의 흐름을 조절하기 위해 설치된 입수구와 배수로는 정밀한 수리 설계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연못의 전체 면적은 약 15,600㎡, 둘레 석축의 길이는 약 1,000m에 달한다. 이 안에는 크고 작은 섬, 인공 언덕, 그리고 조경 수목이 어우러져 고대의 정원 미학을 완성했다.

동궁과 월지 사진- 윤혜현기자
동궁과 월지 사진- 윤혜현기자

 

『삼국사기』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문무왕은 이곳을 조성하며 진귀한 새와 동물, 기이한 나무와 꽃을 모아놓았다고 전해진다. 이는 동궁과 월지가 단순한 연회장이 아닌, 왕권의 상징이자 이상 세계를 구현한 예술 공간이었음을 보여준다.

월정교 드론쇼- 윤혜현기자
월정교 드론쇼- 윤혜현기자

오늘날 복원된 동궁과 월지는 당시의 경관을 충실히 재현하고 있다. 연못을 따라 세워진 목조 누각은 야간 조명과 함께 반영되어 낮에는 수묵화 같은 정적미를, 밤에는 화려한 색의 대비를 보여준다.  특히 최근 주말마다 열리는 월정교 드론쇼와 연계된 조명 연출은 고대의 달빛 정원을 현대적 예술로 확장시키는 시도로 평가받는다. 

전문가들은 동궁과 월지를 “자연과 건축, 예술이 삼위일체로 완성된 신라의 공간 예술”로 규정한다. 현대 건축이 유리와 빛으로 공간의 ‘열림’을 추구한다면, 신라는 이미 7세기 월지에서 ‘물과 반영’을 통해 자연 속 개방의 미학을 구현했다는 것이다.

동궁과 월지 사진- 윤혜현기자
동궁과 월지 사진- 윤혜현기자

동궁과 월지는 현재도 관람객에게 단순한 유적을 넘어 감각적 예술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연못가를 걷는 이들은 물 위에 비친 누각의 곡선과 달빛을 함께 바라보며, 고대의 예술이 여전히 살아 있는 공간임을 체감한다. 신라의 건축미학이 고요한 물결 위에서 다시 빛을 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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