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디지털 아트 뮤지엄 ‘팀랩 페노메나 아부다비(teamLab Phenomena Abu Dhabi)’가 아부다비의 예술 중심지인 사디야트 섬(Saadiyat Island) 문화지구에 자리 잡았다.
이 거대한 건축물은 아랍에미리트(UAE)의 수도 아부다비가 중동 미술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음을 증명하듯, 한창 개관을 준비 중인 구겐하임 아부다비 뮤지엄(Guggenheim Abu Dhabi Museum)과 자이드 내셔널 뮤지엄(Zayed National Museum)의 거친 공사 현장을 곁에 두고 2025년 4월 개관 이후로 부근의 루브르 아부다비(Louvre Abu Dhabi)와 더불어 활황을 이루고 있다.
이 같은 행보는 UAE의 비전 2030(Vision 2030) 전략과 맞닿아 있다. 석유 의존 경제에서 벗어나 관광·문화·창의 산업으로 전환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아부다비는 세계 각국의 대표적 예술 기관과 협력하며 국제 문화 허브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팀랩 페노메나 아부다비’는 일본의 아트 콜렉티브 팀랩(teamLab)이 선보이는 17,000㎡ 규모의 세계 최대 디지털 아트 뮤지엄으로 기술과 예술 그리고 자연의 현상이 끊임없이 교차하며 관람객과의 상호작용을 통합한 작품들을 전시하는 몰입형 공간이다. 팀랩은 이 척박하고 고요한 땅에서 사막의 빛과 바람 등과 함께해 온 이들의 억겁의 세월을 디지털 기술을 통해 예술로 승화시켰다. 페노메나(Phenomena)는 라틴어를 거쳐 온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말로, ‘드러나는 것들, 현상들’을 뜻하는 복수형 단어이다. 팀랩이 이 문화 상징물에 ‘페노메나’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작품이 하나의 완성품이 아니라 매 순간 새롭게 발생하는 ‘현상’ 임을 드러내기 위함이다.
설계는 Abu Dhabi 기반 MZ Architects와 teamLab Architects가 협업하여 설계하였으며 외관의 건축 양식은 유동적이고 유기적인 곡선의 형태를 띠고 있다. 특히 기후 및 환경 반응 설계를 통해 건물과 작품이 상호작용하게 설계되어 습도, 공기 흐름, 빛 등이 작품의 표현에 영향을 주도록 고려되었다. 즉 건물은 그저 작품을 담는 건축물이 아니라 작품과 함께 반응하는 또 하나의 작품인 셈이다.
메인 프로그램이 펼쳐지는 공간은 크게 Dry Area와 Water Area로 구분되며 전 연령대에서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이내믹하게 즐길 수 있다. Dry Area에서는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빛과 소리, 패턴이 실시간으로 변주되는 작품 기반의 몰입형 체험이 전개된다. Water Area에서는 맨발로 수면을 걸으며 빛과 파동이 반응하는 체험이 제공된다. 대표적인 몇 가지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Dry Area의 〈Biocosmos - 생명의 우주〉는 거대한 원형 공간에 설치된 네트워크(철조망) 위를 걸으며 360도 펼쳐지는 꽃, 산호, 우주 이미지 속을 이동하게 한다. 구조적으로 말하자면 거대한 원형 공간의 중심에 철조망을 설치하여 관람객이 깊은 원형 바닥을 내려다보며 철조망 위를 걷는 것이다. 이처럼 비현실적인 어지러움과 혼란스러운 감정이 겁 많은 관람객을 철조망 위로 주저앉게 만들기도 한다.
Dry Area의 또 다른 작품 〈Levitation Void - 부유하는 공허〉에서는 마치 거대한 검은 행성이 붉은빛의 태양계에 떠 있는 듯한 형태로 보인다. 이 정체불명의 존재는 어떤 것에도 매달려 있지도 않으며 스스로의 힘을 갖고 있지도 않다. 사물의 물성을 초월하여 바닥에도 천장에도 닿지 않는 채 공간에 부유하며 움직인다. 이 거대한 존재가 관람객에게 다가오면 마치 검은 구(球)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몰입에 빠진다. 이 작품은 공간의 중심에 하나의 에너지 질서를 제시한다. 그것은 주변 환경에 의해 태어나고 유지되는 ‘빈 공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