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5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제13회 서울 미디어시티 비엔날레 《강령: 영혼의 기술》을 관람했다. 이번 비엔날레는 서울시립미술관을 중심으로 낙원상가,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 청년예술청 등에서 동시에 개최되고 있으며, 오컬트와 신비주의, 다양한 영적 전통에서 영감을 받은 세계 각국의 예술가들이 참여해 커미션 신작, 재제작, 기존 작품을 폭넓게 선보이고 있다.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강령: 영혼의 기술 1층 전시장 입구
이번 전시는 자본주의 근대성의 가속주의적·합리주의적 논리, 그리고 우리의 경험을 규정하는 정치·지적 구조에 맞서며, 그것을 재구성할 수 있는 대안적 ‘기술’로서의 비엔날레를 제안한다. 특히 ‘강령적 경험을 제안하는 비엔날레’라는 주제 아래, 깨어 있는 삶 너머의 세계로 접속하려는 오랜 열망의 역사 속에서 영적 교류가 예술 창작의 언어와 방법을 어떻게 바꾸어왔는지를 탐구한다.
서울 미디어시티 비엔날레 1층 전시 전경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디스플레이’였다. 전시장 내부로 들어가기 전부터 검은 천으로 둘러싸인 입구와 계단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도슨트 해설을 잠시 들으며 알게 된 것은, 이 검은 천이 전시장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드러내는 장치라는 점이었다. 공간의 분리를 시각적이고 물리적인 장치로 구현했다는 설명을 들으니 의문이 풀렸다.
수잔 트라이스터, 헥센 5.0, 2023-2025, 이노바 종이에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78점, 각 42.1 × 29.8 cm
1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공간의 구성부터 흥미로웠다. 특히 비디오 작품들은 별도의 공간에 배치되었고, 전시장 중앙에는 수잔 트리이스터의 〈헥센 5.0〉이 크게 설치되어 있어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전체적으로는 마치 망자와 산자가 함께하는 연회장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였다. 전시장 벽은 섹션별 주제에 따라 서로 다른 색으로 칠해졌으며, 진한 비비드 톤이 어두운 분위기 속에 생동감을 더했다. 색과 색이 이어지는 부분에는 그라데이션 효과가 주어져,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다음 공간으로 이동하는 듯한 몰입감을 주었다. 1층 전시장에는 힐마 아프 클린트, 백남준, 조지아나 하우튼, 윤형민 등 여러 작가의 작품이 함께 소개되고 있었다.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전시장 복도
검은 천으로 둘러싸인 계단을 통해 올라간 2층은 ‘치유사’와 ‘테크네’라는 두 개념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테크네’는 고대 그리스어로 예술과 공예를 뜻한다. 이곳에서는 영적·정신적 잔여물을 다루는 치유 행위를 설명하는 '치유사'와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전시장 중앙에는 카라 디테 한센의 〈준보석〉이 놓여 있었는데, 이는 주역을 모티프로 점술 도구를 새롭게 해석한 작품이었다. 이어 하룬 미르자, 슈 차웨이, 권병준 등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특히 권병준의 〈중심에서 피어나는; 잠재태의 황금꽃〉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별도의 공간에서 마치 기계가 굿을 올리는 듯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는데, 오싹하면서도 묘한 설렘을 자극하는 작품이었다.
권병준, 중심에서 피어나는; 잠재태의 황금꽃, 2025, 혼합 매체(모터, 전자석, 알루미늄 프로파일, 컨트롤보드, 3D, 프린터로 제작한 PLA, 낚싯대, 장식용 술, 운판, 컴퓨터), 각 400 × 300 × 350 cm(아해, 로봇 무당 4점), 가변 크기
3층으로 가니 카라빙 필름 콜렉티브, 제인 진 카이젠, 노무라 자이, 스카이 호핀카, 박찬경 등 여러 작가의 작업이 이어졌다. 이곳에서 특히 마음에 남은 문장은 다음과 같다.
“과거는 지나간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과거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이번 전시에 초대된 작가들 중 삼분의 일 가까이가 이미 작고한 분들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의 존재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들은 바로 지금, 당신과 같은 공간에 있습니다.”
이 문장을 마주한 순간, 전시의 전체적인 맥락이 가슴 깊이 다가왔다. 이성적 이해를 넘어, 마음으로 전시가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웠던 점은 도록 제작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너무나도 좋은 비엔날레의 기록이 남지 않는 다는 점이 아쉬웠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의 관람을 마치고, 이후 낙원상가와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 청년예술청에서 이어지는 전시도 반드시 관람하며 다시금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