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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국적 색채로 세계와 만나는 하이퍼리얼리즘 ― 김준식의 Red Meih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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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f SEOUL 2025 현장에서 만난 옥색과 매화의 울림

출처 Kiaf SEOUL 2025
출처 Kiaf SEOUL 2025

Kiaf SEOUL 2025 전시장을 거닐다가 내 시선을 멈추게 한 것은 김준식 작가의 Red Meihua 신작이었다. 화면 가득 피어난 매화, 한지 위에 번지는 옥색, 그리고 세필 붓으로 치밀하게 묘사된 디테일은 압도적인 경험을 선사했다. 단순히 “잘 그린 그림”이 아니라, 한국적 색채를 품고 세계와 만나는 하이퍼리얼리즘의 현장이었다.

출처 Kiaf SEOUL 2025
출처 Kiaf SEOUL 2025

김준식은 1980년 한국에서 태어나 국내외 아트페어와 경매 시장에서 꾸준히 주목받아온 작가다. 그는 기존 작품에는 찌그러진 음료 캔을 사실적으로 그리며 소비사회의 단면을 보여주었고, 이후 매화 시리즈로 나아갔다. 캔 작업이 일회적 소비와 파편의 상징이었다면, 매화는 한국적 정체성과 향토색의 상징이다. 이번 신작은 바로 그 전환점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출처 Kiaf SEOUL 2025
출처 Kiaf SEOUL 2025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작은 사이즈의 작품에서도 세필 붓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생동감을 불어넣었다는 것이다. 세필은 크기가 작고 다루기 어려워서 섬세한 손끝의 제어가 필수다. 특히 외국 작가들 중에는 손이 큰 경우 정밀한 묘사에서 한계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김준식의 작업에서는 작은 작품일지라도 매화의 나뭇결 꽃잎 하나하나, 옥색이 번져 나가는 결 하나까지 살아 움직였다. 화면은 축소되지 않았고 오히려 농축된 긴장과 생명력이 느껴졌다. 이것이 바로 하이퍼리얼리즘이 지닌 정밀성과 작가적 힘의 증거였다.

한지는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한국 문화의 맥을 잇는 매체다. 그 위에 세필로 정교하게 얹힌 매화와 옥색은, 한국적 뿌리를 오늘의 회화 속에 되살리는 행위였다. 옥색은 청자와 전통 공예품을 연상시키며, 한국인의 미감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색이다. 그 순간 나는 화랑협회 미술품 감정사 수업에서 들었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살아남는 예술을 하려면 우리의 향토색을 버려서는 안 된다.”

김준식의 작품은 이 말을 그대로 증명한다. 전통적 향토색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작품을 세계와 연결하는 힘이었다. 매화는 청렴과 고결을 상징하는 전통의 의미를 간직하면서도, 바트 심슨이나 코카콜라 로고 같은 팝아트적 기호와 함께 등장해 낯선 긴장을 만든다. 전통과 현대, 향토성과 세계성이 한 화면 안에서 공존하며, 회화는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냈다.

출처 Kiaf SEOUL 2025
출처 Kiaf SEOUL 2025

흥미로운 것은, 그의 작업에서 보이는 세밀한 묘사가 결코 차가운 기계적 재현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작은 붓 끝에서 태어난 선과 색은 오히려 생동감을 불어넣으며, 작품 전체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울림을 준다. 이것이 바로 김준식의 하이퍼리얼리즘이 다른 작가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정밀한 묘사가 단순한 기법 과시로 끝나지 않고, 전통 색채와 결합해 한국적 정서를 세계적 언어로 끌어올리고 있었다.

Kiaf 2025 현장에서 그의 작품이 모두 솔드아웃되었다는 사실은 그저 시장적 인기의 증거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한국적 색채와 정밀한 묘사가 현대적 감각과 만나 관객을 설득했다는 방증이었다. 나에게 더 중요했던 것은, 그 정교한 세필 묘사와 옥색의 향토적 울림이 세계 속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확신이었다.

예술은 언제나 새로움을 갈망하지만, 오래 살아남는 예술은 결국 뿌리에서 힘을 얻는다. 김준식의 Red Meihua는 한국의 전통적 색채와 재료, 세필의 정밀한 묘사가 어떻게 세계적 감각과 만나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Kiaf SEOUL 2025에서 만난 이 작품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한국 하이퍼리얼리즘의 미래를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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