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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 거장 루이즈 브루주아, '덧없고 영원한' 회고전 열려…회화·조각·설치 106점 전시

구글 선호 매체로 추가

호암미술관, 2026년 1월 4일까지…70여년 작업 여정 작품 한자리

아버지의 파괴(The Destruction of the Father), 1974-2017, 보존용 폴리우레탄 수지, 목재, 천, 붉은 조명237.8 x 362.3 x 248.6 cm, 글렌스톤 미술관 소장, 포토맥, 메릴랜드, 미국 © The Easton Foundation / Licensed by SACK, Korea [사진= 크리스토퍼 버크, 호암미술관 제공]
아버지의 파괴(The Destruction of the Father), 1974-2017, 보존용 폴리우레탄 수지, 목재, 천, 붉은 조명237.8 x 362.3 x 248.6 cm, 글렌스톤 미술관 소장, 포토맥, 메릴랜드, 미국 © The Easton Foundation / Licensed by SACK, Korea [사진= 크리스토퍼 버크, 호암미술관 제공]
밀실(검은 날들)(Cell (Black Days)), 2006, 철, 천, 대리석, 유리, 고무, 실, 목재, 304.8 x 397.5 x 299.7 cm, 이스턴 재단 소장, 뉴욕 © The Easton Foundation / Licensed by SACK, Korea [사진=크리스토퍼 버크 호암미술관 제공]
밀실(검은 날들)(Cell (Black Days)), 2006, 철, 천, 대리석, 유리, 고무, 실, 목재, 304.8 x 397.5 x 299.7 cm, 이스턴 재단 소장, 뉴욕 © The Easton Foundation / Licensed by SACK, Korea [사진=크리스토퍼 버크 호암미술관 제공]

호암미술관은 20세기 현대미술의 거장 루이즈 부르주아의 개인전 《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Louise Bourgeois: The Evanescent and Eternal)》이 8월 30일 개최됐다. 이번 전시는 루이즈 부르주아의 아시아 순회 전시의 일환으로 뉴욕 이스턴 재단(The Easton Foundation)과 협력으로 기획되었다. 전시는 호주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즈 아트갤러리에서 시작해 일본 도쿄 모리미술관, 대만 타이페이의 푸본미술관을 거쳤으며, 한국의 호암미술관 전시가 아시아 태평양 투어의 마지막 여정이자 대미를 장식한다. 전시는 순회전이지만 개최 장소마다 전시의 내용과 구성이 달라지는 특징을 가졌다.    

이번 전시에서는 1940년대 초기 회화와 <인물(personages)〉연작부터 1990년대에 시작된 대형 〈밀실(Cell)〉연작, 말년의 패브릭 작업, 그리고 시적인 드로잉부터 실내를 가득 채우는 대형 설치작에 이르기까지 전시는 70여 년에 달하는 작가의 작업 여정을 따라가며 의식과 무의식을 넘나드는 방식으로 연출된다.

이 중에는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을 비롯하여 삼성문화재단 소장품 13점과 해외 주요 기관 및 개인 소장품이 포함된다. 이는 국내에서 열리는 루이즈 부르주아의 최대 규모 미술관 회고전으로 회화, 조각, 설치 등 총 106 점의 작품을 아우른다.

아버지의 파괴(The Destruction of the Father), 1974-2017, 보존용 폴리우레탄 수지, 목재, 천, 붉은 조명237.8 x 362.3 x 248.6 cm, 글렌스톤 미술관 소장, 포토맥, 메릴랜드, 미국 © The Easton Foundation / Licensed by SACK, Korea [사진= 크리스토퍼 버크, 호암미술관 제공]
아버지의 파괴(The Destruction of the Father), 1974-2017, 보존용 폴리우레탄 수지, 목재, 천, 붉은 조명237.8 x 362.3 x 248.6 cm, 글렌스톤 미술관 소장, 포토맥, 메릴랜드, 미국 © The Easton Foundation / Licensed by SACK, Korea [사진= 크리스토퍼 버크, 호암미술관 제공]

프랑스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안 부르주아는 자전적 서사와 감정의 구조를 탐구하는 조형 언어로 20세기 전위미술의 맥락에서 출발해 현대미술의 흐름을 뒤흔들었다. 작가는 페미니즘, 정신분석, 젠더, 신체, 기억, 트라우마 등을 횡단하며 오늘날 동시대 미술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전체 작업 기간 동안 설치, 퍼포먼스, 드로잉, 회화, 판화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었으나, 무엇보다 조각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82년 뉴욕 현대미술관 회고전을 기점으로 비평적 위치를 확립했으며,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과 테이트 모던의 대표작 〈엄마(Maman)〉설치를 통해 세계적 명성과 대중적 인정을 동시에 얻은 작가는 지난 세기를 대표하는 예술가이자 오늘날까지 영향력 있는 상징적 존재로 평가받고 있다. 

전시 제목 《덧없고 영원한》은 부르주아가 생전에 쓴 글에서 차용한 것으로, 그가 일생동안 탐구해온 기억, 트라우마, 신체, 시간과 관련된 내면 심리의 지형도를 반영한다. 전시는 '사라지는 것과 영원한 것'이라는 시간의 양극 개념을 통해 남성과 여성, 과거와 현재, 무의식과 현실 사이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정체성과 감정을 포착한다. 

작가의 작품과 그 이면의 서사는 상당 부분 어머니 조제핀과 아버지 루이와의 관계에서 비롯되었다. 자신을 양육하고 보호했으나 경쟁과 질투의 대상이 되었던 어머니, 강렬한 욕망의 초점이자 성적 혼란의 근원이었던 아버지의 대비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어린 시절의 기억, 사랑, 두려움, 버려짐 등 가족 내 긴장과 갈등, 그리고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내면의 균열은 부르주아의 복합적이면서도 작가의 생애 전 작업을 관통한 핵심 주제였다. 부르주아의 예술 언어 속에서 유기적과 기하학적, 추상과 구상, 내부와 외부, 수직과 수평 같은 대립적 요소들은 균형을 이루며 심리의 '야누스적' 이중성을 보여준다. 그녀는 재료와 제작 방식에도 상징성을 부여했는데 아버지를 연상시키는 단단한 재료와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부드러운 재료 사이를 무의식적으로 오가곤 했다. 

전시는 '의식과 무의식'의 이중 구조로 연출되어 이분법적 대립이 만들어내는 역동성을 보여준다. 1층은 의식을 상징하는 밝은 공간으로, 이성과 질서의 세계를 드러내며 선형적 내러티브로 전개된다. 이에 비해 2층은 무의식을 상징하는 어두운 공간으로, 취약함·우울·질투·공격성과 같은 주제로 구성되어 관람자가 다양한 동선을 따라 경험할 수 있다. 또한 2층에는 밝고 몰입감 있는 환경 속에서 숨을 고를 수 있는 여백도 마련되어 있으며, 두 공간의 구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커플(The Couple), 2003, 알루미늄, 365.1 x 200 x 109.9 cm, 개인 소장, 뉴욕 © The Easton Foundation / Licensed by SACK, Korea [사진=조너선 라이언후브우드, 호암미술관 제공]
커플(The Couple), 2003, 알루미늄, 365.1 x 200 x 109.9 cm, 개인 소장, 뉴욕 © The Easton Foundation / Licensed by SACK, Korea [사진=조너선 라이언후브우드, 호암미술관 제공]

 전시 기간 중에는 부르주아의 작품 세계를 폭넓게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오는 10월 30일 부르주아 연구와 해석에 중요한 목소리를 내 온 프랜시스 모리스(Frances Morris) 전 테이트 모던 관장이 호암미술관에서 작가의 내면 세계와 창작 변화를 주제로 특별 강연을 진행한다. 그 외에도 이진아 리움미술관 큐레이터의 작품 해설 토크를 비롯하여 강연과 글쓰기 워크숍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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