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계 미국인 작가 카트야 사벨
인간 경험, 기억, 본질에 대한 질문을 담은 신체의 단편
용산구 인가희갤러리에서 9월 10일까지 개최
Katya Savel,
Katya Savel, One shape over all the others (arm) (2025), 3D-printed oak wood and PLA composite, 40 × 35 × 20cm / 인가희갤러리 제공, 최철림 사진
정전된 손가락으로 당신을 향해 뻗는다
거리와 기억, 그리고 인간적 친밀함과 기술이 교차하는 불안정한 지점을 사유하는 전시이다. 카트야 사벨은 조부모의 렌티큘러 초상과 파트너의 신체 단편을 결합하여, 오직 디지털 매개를 통해서만 유지되는 사랑과 존재가 어떻게 재구성되는지를 추적한다.
조부모의 초상 연작은 전쟁과 국경의 제약, 그리고 노화의 취약성이 드리운 순간 속에서 어렵게 이루어진 재회의 영상 기록으로부터 출발한다. 이러한 영상은 신경망 과정을 거치며 파편화되고 재조합되어,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깜박이고 해체되는 불안정한 표면으로 드러난다.
단일하고 고정된 이미지를 거부하는 이 작업은 오히려 끊임없이 이동하는 기억의 지형을 구현한다. 그것은 불완전하고 균열되어 있으면서도, 여전히 소중하고 지속적으로 남아 있는 기억의 성질을 체현한다. 태양빛을 머금은 레진은 초상을 가리고 드러내며, 기억이 결코 투명하거나 완전하지 않음을 은유한다.
Katya Savel, Portrait of Grandpa in Antalya, on the boat (2025), Polystyrene, archival pigment, resin, plaster, acrylic, 53 × 53 × 4cm / 인가희갤러리 제공, 최철림 사진
작가의 파트너 신체를 중심으로 한 조각 작업은 ‘떨어져 있음’에서 비롯된다. 포토그래메트리로 포착된 신체는 목재–PLA 복합재로 다시 물질화되며, 손으로 샌딩과 염색을 거쳐 완성된다. 때로는 작가 자신의 신체를 주조한 금속 파편과 결합되면서, 팔과 어깨, 귀와 같은 단편적 형상으로 나타난다.
이 조각들은 기계적 정밀성과 인간적 손길 사이에 매달린 하이브리드적 존재를 이루며, 온전한 신체를 재현하지 않는다. 오히려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유지되는 친밀성, 부재 속에서도 지속되는 밀착이라는 역설을 구현하며, 기술을 매개로 한 새로운 친밀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Katya Savel, Something that almost belongs to you (2025), 3D-printed teak wood and PLA composite, copper-plated brass, 54 × 36 × 25cm /인가희갤러리 제공, 최철림 사진
두 연작은 기술이 인간의 사랑과 기억을 어떻게 재편하는가를 집요하게 질문한다. 기술은 중립적 도구가 아니라, 연결을 심화시키면서 동시에 왜곡하는 편재적 힘이다. 전시는 디지털 시대의 친밀성을 단편적이고 불안정하며 스며드는 상태로 제시한다. 그러나 그 불완전성 속에서도 여전히 깊이 인간적인 것이다.
《정전된 손가락으로 당신을 향해 뻗는다》는 관객을 그 경계로 초대하며, 사랑과 기억, 존재를 고정된 확실성이 아닌 불안정하고 빛나는 형상으로 경험하도록 이끈다.
카트야 사벨(Katya Savel, 1993)
인간 경험, 기억, 그리고 현실의 본질을 질문하는 장으로서 신체를 탐구하는 작가이다. 그녀는 신체적 불편, 신체 이형증, 그리고 육체에 갇힌 영혼이라는 보편적 현상을 작업의 핵심 주제로 삼는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매체를 넘나들며, 신체가 변형되고 확장되는 포털을 구축하고, 정체성과 언어의 고정된 경계를 전복한다. 최근에는 기술의 여성적·영적 차원을 탐구하며 인간, 자연, 기계의 경계가 흐려지는 지점에서 자아의 진화를 사유한다. 코넬대학교에서 미술학과 미술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작업은 설치, 조각, 영상, 뉴미디어, 퍼포먼스로 확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