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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부산국악원, 콜린 진 〈춤추는 레고〉 展 개최

구글 선호 매체로 추가

전통춤이 레고 블록 위에서 되살아나다 콜린 진 작가 특별전 〈춤추는 레고〉, 부산국악원에서 8월 29일 개막

무고(2025), 콜린 진 제공
무고(2025), 콜린 진 제공

눈썹과 눈, 코, 입이 비틀어지고 이까지 빠진 채 웃음 짓는 ‘문둥이’ 탈, 권위적일 것 같으면서도 게으를 것 같은 '원양반' 탈, 콧물을 흘리고 있는 '할미' 탈부터, 도포를 입은 아홉 명의 선비가 우아하게 춤을 추고 있는 '활갯짓 뜀사위', 신나는 소리가 들려올 것 같고 역동성이 느껴지는 '풍물', 화려한 춤사위를 표현한 '무고'까지... 이 모든 것이 딱딱한 레고 블록으로 표현되었다면 믿을 수 있을까?

동래학춤, 활갯짓 뜀사위 (2025) 콜린 진 제공
동래학춤, 활갯짓 뜀사위 (2025) 콜린 진 제공

유려한 몸짓과 깊은 정서가 담긴 우리 춤이 작은 조립 블록 속에서 새로운 예술로 거듭난다. 레고 아티스트 콜린 진(Colin Jin)의 전시 〈춤추는 레고〉가 오는 8월 29일부터 12월 21일까지 국립부산국악원 I·II 전시장과 국악체험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제8회 '영남 춤축제'의 연계전시로, 국립부산국악원 노예리 학예연구사가 기획했다.

1만 5천 개 블록으로 직조한 전통 무용

전시 〈춤추는 레고〉에 출품된 작품들은 1만 5천 개 이상의 레고 블록으로 조립됐다. 블록을 변형하지 않고, 고증에 따라 춤과 무용 장면을 재현한 것이 특징이다. 콜린 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부산 동래 지역에서 전승된 탈춤 '동래야류', 학의 자태를 본뜬 '동래학춤', 대구 달성의 전통 북춤 '금회북춤'을 비롯해 조선시대 궁중무용인 '선유락(船遊樂·배 위에서 노니는 모습을 형상화한 춤)', '무고(舞鼓·북을 치며 추는 춤)', '춘앵전(春鶯囀·꾀꼬리가 노니는 모습을 형상화한 춤)', '보상무(寶相舞·보상화를 들고 추는 춤)' 등을 레고 블록으로 재현했다.

선유락(2025), 콜린 진 제공
선유락(2025), 콜린 진 제공

동래야류 탈의 익살스러운 표정을 표현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춤의 곡선적 아름다움과 순간적 동작을 직선적인 블록으로 표현하는 과정 자체가 도전이었다. 하지만 작가는 블록의 모양과 색상에 어떤 변형도 가하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의 블록으로만 작업했고, 오히려 그 제약을 창작의 묘미로 즐겼다. 그렇게 '할미'의 콧물은 크루아상 블록을, '영반 과장'에 등장하는 모양반의 탈에 있는 개털은 결이 있는 블록을, '활갯짓 뜀사위'에서 선비들이 한쪽 발을 든 모습은 투명 블록을 활용해 묘사했다.

동래야류, 할미탈(2025), 콜린 진 제공
동래야류, 할미탈(2025), 콜린 진 제공

 

"상상력보다 고증에 집중했다"

무엇보다 작가는 작품 제작 과정에서 개인적인 해석이나 상상을 최소화하고, 고전 문헌이나 논문을 찾아보는 등 실제 공연 장면의 고증에 몰두했다. 그는 "조립만큼이나 자료 조사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며 "불필요한 상상이 개입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와 더불어 부드러운 춤사위를 각진 블록으로 표현하고, 상징적인 색채와 문양을 절제된 형태로 담아내는 섬세한 번역 작업이 모든 작품에 녹아있다. 특히 춤의 찰나를 사진처럼 고정시키고, 동적인 균형과 긴장을 정적인 오브제로 재현하는 데 작가가 기울인 노력이 돋보인다.

금회북춤, 풍물(2025), 콜린 진 제공
금회북춤, 풍물(2025), 콜린 진 제공

 

재현을 넘어 춤의 내적 의미까지

작품들은 전통춤의 단순한 재현에 그치지 않고 춤에 담긴 내적 의미까지 표현해낸다. 콜린 진 작가는 동래학춤에서는 절제 속의 자유로운 몸짓을, 금회북춤에서는 목화꽃이 피어나는 듯한 가벼움과 상승감을, 선유락에서는 채선이 잇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동래야류에서는 탈 속에 감춰진 인간의 슬픔과 연민을 각각 표현하고자 했다. 특히 무고에서는 청·백·적·흑의 색을 활용해 동서남북과 우주의 회전, 절기의 조화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무고(2025), 콜린 진 제공
무고(2025), 콜린 진 제공

작가는 "이번 주제가 영남 지역의 특정 춤이다 보니 문화적 독창성과 특색을 작품에 반영해야 했기에 단순히 생소한 것을 넘어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전통 춤의 고증을 바탕으로 한 내적 의미 표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그는 "어느 순간 제 손이 블록을 이어붙이는 손이 아니라 춤을 추는 무용수의 손처럼 느껴졌다"며 "관람객들이 즐겁고 신나게 보고 가셨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콜린 진 초상, 사진 : 허동욱· 콜린 진 제공
콜린 진 초상, 사진 : 허동욱· 콜린 진 제공

한편, 콜린 진은 2023년 모리함 전시관에서의 첫 개인전 〈콜린진의 역사적인 레고〉를 시작으로 2024년 서울 종묘 향대청 전시와 프랑스 주불 한국문화원 전시 등에서 한국 전통문화를 레고로 재현하며 독창적인 예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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