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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환천 개인전, 《영혼은 낙타의 속도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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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공간 사이를 오가는 선의 기록 서울 평창동 아트센터자인, 8월 24일까지 개최

Gallery(K)-The scene of red smokestack, acrylic & oilbar on canvas 90.9cm x 72.7cm, 2025 (제공=아트센터자인)
Gallery(K)-The scene of red smokestack, acrylic & oilbar on canvas 90.9cm x 72.7cm, 2025 (제공=아트센터자인)

오는 24일까지 서울 평창동 아트센터 자인에서 열리는 용환천 작가의 개인전 《영혼은 낙타의 속도로 움직인다》는 현대의 시간성 속에서 ‘영혼이 따라올 수 있는 삶의 속도’에 대해 사유하는 작가의 미학적 응답을 담고 있다.

전시전경 (사진=강혜영)
전시전경 (사진=강혜영)

전시 제목은 아랍의 오래된 속담으로, 작가가 오랜 시간 작업 노트에 적어두고 스스로에게 되새겨온 말이다. “영혼은 낙타의 속도로 움직인다.”라는 이 문장은 사막을 묵묵히 걷는 낙타처럼 서두르지 않고, 빠르지 않지만 단단한 리듬으로 묵직하게 삶의 궤적을 따르겠다는 작가의 태도이자 예술적 신념을 함축하고 있다.

Gallery(K)-The scene of red smokestack , acrylic & oilbar on canvas 90.9cm x 72.7cm, 2025 (제공=아트센터자인)
Gallery(K)-The scene of red smokestack , acrylic & oilbar on canvas 90.9cm x 72.7cm, 2025 (제공=아트센터자인)

용환천의 작업은 기억과 공간, 계측의 우연, 구조와 감성의 긴장 관계 위에 놓여 있다. 그는 도시의 구조적 풍경을 포착하고 그 위에 개인적인 기억의 감각들을 병치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아프리카 체류 중 마주한 마을 벽면의 기하학적 문양과 원색의 색채감, 어린 시절의 굴뚝 연기와 밥 짓는 냄새, 운동장의 흙먼지, 풀밭에서의 낮잠과 같은 시각적·후각적 기억이 섬세하게 얹혀 있다. 유년의 풍경을 정제된 도시 구조와 한 화면에 공존시킴으로써, 작품은 기억과 풍경이 만나는 장소가 된다.

Stairway to somewhere, acrylic & oilbar on canvas, 90.9cm x 60.6cm, 2025 (제공=아트센터자인)
Stairway to somewhere, acrylic & oilbar on canvas, 90.9cm x 60.6cm, 2025 (제공=아트센터자인)

작가는 테이핑 기법을 사용해 수많은 선을 화면에 정밀하게 배치하고, 혼합되지 않은 원색으로 면을 구축한다. 이렇게 계측되고 반복된 선들은 면을 만들고, 면은 다시 공간이 되며, 관람객에게 일상의 감각을 새롭게 환기시킨다.

Layer 202507, acrylic & oilbar on canvas, 40cm x 40cm, 2025 (제공=아트센터자인)
Layer 202507, acrylic & oilbar on canvas, 40cm x 40cm, 2025 (제공=아트센터자인)

멀리서 보면 우연히 섞인 듯 보이는 색의 배열은, 사실 무수한 측정과 반복의 결과다. 이처럼 정제된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예측 불가능한 색의 충돌은 삶의 계획과 우연이 교차하는 방식과 닮아 있으며, 작가가 말하는 ‘기억의 중첩’이자 ‘계측되지 않은 우연’이다.

Layer-Triangle2506, acrylic & oilbar on canvas 55cm x 110cm, 2025 (제공=아트센터자인)
Layer-Triangle2506, acrylic & oilbar on canvas 55cm x 110cm, 2025 (제공=아트센터자인)

특히 눈에 띄는 요소는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삼각형과 직육면체로 확장되는 구조적 형상들이다. 가장 최소한의 면을 이루는 삼각형은 균형과 긴장이 공존하는 도형으로, 화면 전체를 리드미컬하게 구성하며 작가만의 리듬을 만들어내고 반복을 통해 입체적인 감각으로 확장된다.

전시전경 (사진=강혜영)
전시전경 (사진=강혜영)

작품 속에 간헐적으로 등장하는 하얀 삼각형은 책의 귀퉁이를 접어 표시해두는 ‘도그지어’를 연상케 한다. 이는 되짚고 싶은 장면, 기억해두고 싶은 감정을 위한 시각적 여백이자, 작가가 스스로 작업의 흐름을 정리하고 성찰하는 지점이다. 동시에 관람자에게는 멈춰 서서 ‘영혼이 따라올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게 해주는 쉼표로 작용한다.

용환천의 작업은 차분하지만 강력한 힘을 가진다. 빠른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기억과 시간을 자신만의 리듬으로 정제하며, 얇지만 무수한 선의 집적과 정제된 면들을 통해 삶의 농도를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용환천 작가 (사진=강혜영)
용환천 작가 (사진=강혜영)

그는 “관람객들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생각이나 경험을 투영하면서 자유롭게 해석해보면 좋겠다. 처음엔 선과 도형이 다소 차갑고 단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구조 속에서 관람자 자신의 따뜻한 감정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이 이 전시가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감응일 것 같다.”고 전했다.

 전시장 입구 및 포스터 (사진=강혜영)
 전시장 입구 및 포스터 (사진=강혜영)

내면의 감각을 환기시키는 용환천 작가의 개인전 《영혼은 낙타의 속도로 움직인다》는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전시는 8월 24일까지 아트센터 자인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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