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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의 아트명상] TV 속 자신을 바라보는 백남준의 TV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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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기술의 산물 속에서 우리 인간의 내면은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

2024년 한국인들의 하루평균 스마트폰 사용시간은 5시간으로, 평균 수면시간 7시간을 제외하면 하루의 1/3에 해당된다. 특히 최근 숏폼(short-form) 같은 길이가 짧은 콘텐츠와 알고리즘이 만나, 끊임없이 시청자가 좋아할 만한 자극적인 영상을 제공하다보니 한 번 시청하면 쉽게 멈추지 못하고  미디어 속에 허우적대기 마련이다. 이와 같은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내면을 들여다보고 나만의 중심을 잡기란 쉽지 않다. 

백남준의 미디어 작품 《TV부처》는 현대 기술의 산물 속에서 우리 인간의 내면은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적이면서도 명상적인 질문을 던진다. 

명상의 본질을 꿰뚫은 백남준의 TV부처

 백남준, 《TV부처》/  자료출처 (C)2025. 57STUDIO all
 백남준, 《TV부처》/  자료출처 (C)2025. 57STUDIO all

《TV부처》는 백남준의 대표적인 비디오 설치 작품 중 하나로 전통적인 동양 철학과 서양 현대 기술이 대비를 강렬하게 보여준다. 작품의 구성은 단순하다. 불상은 명상하는 자세로 TV를 응시하며 앉아있다. TV 모니터 위의 카메라는 불상을 정면에서 촬영하고, TV 모니터는 카메라로 촬영한 불상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송출한다. 결국, 불상은 실시간으로 TV 모니터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끊임없이 바라보게 된다. 

TV의 오락적인 성격과 부처의 명상적인 태도는 각 대상의 의미 표현에 있어 대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스스로의 모습을 끊임없이 보여주는 TV의 화면과 자신의 모습을 끊임없이 응시하는 불상을 표현한《TV부처》는 자기반영적이면서도 명상적으로 보인다. 

명상은 지금 이 순간 즉, 현재에 존재하며 끊임없이 매 순간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부처가 매 순간 송출되는 화면에 비추는 자신의 모습을 끊임없이 알아차리는 듯한《TV부처》는 명상의 본질을 꿰뚫는 듯 하다. 실제로 백남준은 TV시청을 선불교 명상에 빗대어 "전자 시대의 선 수행이다."라고 표현한 바 있다. 백남준은 때때로 명상하듯이 《TV부처》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고 한다. 

 백남준, 《TV부처》판화 / 자료출처 (C) 아트스퀘어 
 백남준, 《TV부처》판화 / 자료출처 (C) 아트스퀘어 

미디어를 통해 내면을 알아차리는 방법

이제는 알고리즘이 이끄는 미혹에서 빠져나와 알고리즘 자체를 명상적인 태도로 '알아차릴' 때이다. TV 밖에서 TV 화면 속 나를 들여다보듯이,  알고리즘에 빠지지 않고 알고리즘 자체를 바라보면 놓치고 있던 '나'를 발견할 수 있다. 나의 취향, 웃음코드, 최근 관심사, 고민거리가 축적되어 알고리즘의 형태로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놓치고 있던 현재 나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활용할 것인가, 이용당할 것인가

알고리즘의 기저에는 '나'라는 존재가 내린 선택이 있다. 결국, 내가 내린 선택이 모여 눈 앞에 내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로 나타나는 것이다. 진보된 현대 기술을 내가 활용하고 있는지, 기술이 나를 이용하고 있는지는 지금 내가 보고 있는 화면에 여실히 드러난다. 관성적으로 화면을 터치하며 숏폼을 볼 것인지, 마음 건강을 위한 명상 콘텐츠를 재생할 것인지는 나의 선택에 달린 일이다. 어쩌면 미디어는 제 할 일을 하고 있을 뿐, 그것을 어떻게 이용할 지는 오롯이 사람에게 달린 일이 아니었을까?

스스로의 모습을 계속해서 바라보는《TV부처》를 통해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당장 알아차리라는  메세지로 다가오기도 하다. 

 백남준 <TV부처> 아트명상 현장 / 자료출처 (C) 아트스퀘어
 백남준 <TV부처> 아트명상 현장 / 자료출처 (C) 아트스퀘어

배경자아와 스크린

뇌과학에서 이미 밝혀진 바 있듯, 인간의 자아는 단일하지 않다. 현재를 경험하며 끊임 없이 움직이는 경험자아와 그 뒤에 조용히 공간을 내어주는 배경자아가 있다. 이러한 배경자아는 마치 TV의 화면과도 같다. 경험자아는 화면을 비추는 영상에 비유된다. 화면이 존재해야, 영상이 상영될 수 있듯이, 매 순간 흔들리고 고민하고 애쓰는 우리 내면의 바탕에는 언제나 고요히 그 자리에서 나를 지켜주는 또 다른 내가 있는 것이다. 인간의 고유한 기능 중 하나는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 순간 그 행동을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이 글을 읽고 있는 나를 알아차릴 수있는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우리는 TV를 보는 동시에 TV를 보고 있는 나의 모습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것이 배경자아의 기능이다. 

쏟아지는 정보와 우리를 유혹하는 미디어의 중독 속에서 우리의 내면을 알아차리고, 나만의 중심을 바로 잡는 방법은 우리 안에 모두가 가지고 있는 텅 빈 화면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화면의 비친 나의 모습을 끊임없이 알아차리는 《TV부처》처럼 우리의 일상에서 마주하는 경험들, 내가 표현하는 나의 모습들, 내가 만들어놓은 알고리즘 까지도 알아차림 하다보면 어느새 '나'라는 사람을 잘 바라봐주게 되고, 주도적인 선택을 하며, 진정으로 원하는 모습을 나의 화면에 비추게 되는 것이다. 

백남준의《TV부처》는 끊임없이 바라보는 행위를 보여줌으로써, 시선을 '나'에게로 돌려,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발견하고, 어떤 사람으로 이 현대 사회를 살아갈 것인가를 다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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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지담2025.04.26 07:01

배경자아=불성=본성=무의식 회광반조를 해야 한다. 카메라가 나를 찍어 나를 비추듯이 눈에 들어오는 빛을 밖이 아닌 나에게 비추어야 한다. 백남준선생님도 수행으로써 예술을 표현한거 같다. 멋지시다. '나'를 찾을 수 있게 안내글을 쓴 애리쌤도 멋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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