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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잇는 리옹 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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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공간 활용해 임시 에코 뮤지엄 조성

올해 제17회 리옹 비엔날레에서 가장 독특했던 전시는 레 그랑드 로코(Les Grandes Locos)에서 열린 행사였다.

폐건물을 활용하는 것은 리옹 비엔날레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현대 미술 전시가 이런 장소에서 자주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이제는 익숙한 방식일 수 있다.

이번 레 그랑드 로코 전시는 단순히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 장소의 역사까지 소개했다는 점에서 독특함이 돋보였다.

일반적으로 이런 전시는 공간의 특성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인시투(In-situ) 작품을 선보이지만 이번 전시는 아예 공간의 역사를 대놓고 소개하며 관객의 시선을 끌었다.

레 그랑드 로코 내부에 있는 장소 역사 소개 글 (사진=이소이 기자)
레 그랑드 로코 내부에 있는 장소 역사 소개 글 (사진=이소이 기자)

리옹 비엔날레는 1991년에 처음 시작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다. 그 시작은 1983년을 마지막으로 중단된 파리 비엔날레를 대체하고, 베니스 비엔날레와 카셀 도큐멘타에 필적하는 국제적인 현대 미술제로 자리 잡으려는 목표에서 비롯되었다.

더불어 리옹시는 비엔날레를 통해 프랑스 제2의 도시로서 리옹의 위상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로, 비엔날레는 버려진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를 통해 폐건물을 임시적인 에코뮤지엄, 곧 생태박물관으로 재탄생시키는 독특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레 그랑드 로코 건물 모습 (사진=이소이 기자)
레 그랑드 로코 건물 모습 (사진=이소이 기자)

에코뮤지엄은 전통적인 박물관과 달리 특정 지역의 고유한 문화, 자연환경, 역사적 유산을 전시하고 보존하는 공간으로, 프랑스 박물관학자 조르주 앙리 리비에르(Georges Henri Rivière)이 처음으로 고안한 개념이다.

한국에서는 다소 낯선 개념이지만,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여러 지역에서는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에코뮤지엄(Écomusée d’Alsace)은 알자스 전통 마을 전체를 복원해 방문객이 과거 알자스 주민들의 생활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 다른 사례로는 파리 근교 프렌(Fresne)에 위치한 그랑 오를리 센 비에브르 에코뮤지엄(Ecomusée du Grand-Orly Seine Bièvre)이 있다. 이곳은 주민 참여를 통해 공업화 이전의 비에브르 전통 문화를 전승하는 장소이다.

알자스 에코뮤지엄 사진 (사진=알자스 에코뮤지엄 홈페이지)
알자스 에코뮤지엄 사진 (사진=알자스 에코뮤지엄 홈페이지)

리옹 비엔날레가 공식적으로 에코뮤지엄 개념을 차용했다고 밝힌 적은 없지만, 창립 이래 꾸준히 버려진 공간을 활용해 에코뮤지엄과 다소 유사한 방식을 적용해 왔다.

대표적 활용 사례로 쉬크리에르(Sucrière –옛 설탕 공장), 파고르 공장(L’usine Fagor-Brandt –전자기기 제조 공장), 리옹 옛 병원(L’Hôtel-Dieu de Lyon) 등이 있다.

리옹 비엔날레의 대규모 전시는 일반적으로 세 곳에서 진행되는데, 이 중 한 곳은 항상 폐건물을 활용한 장소가 포함된다. 나머지 두 공간, 즉 리옹 현대 미술관(MAC de Lyon)과 비외이반 현대 미술 센터(Institut d’art contemporain de Villeurbanne)에서는 전형적인 전시 방식이 주를 이루는 반면, 폐건물을 활용한 전시 장소는 공간의 고유한 특성을 최대한 살려 작품을 배치하고 전시를 구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리옹 현대 미술관 (사진=이소이 기자)
리옹 현대 미술관 (사진=이소이 기자)

흥미로운 점은 2019년부터 쉬크리에르가 맡아오던 역할을 다른 버려진 공간들이 대신하기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대규모 전시 공간이 불과 두 번이나 교체되었다는 것이다. 2019년과 2022년에는 파고르 공장이, 그리고 올해는 역사적으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던 레 그랑드 로코(Les Grandes Locos)라는 옛 공장이 그 역할을 이어받았다.

버려진 공간에서 열리는 전시는 관람객들에게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해당 공간의 역사까지 자연스럽게 알게한다. 일종의 에코뮤지엄을 구성하는 셈이다. 특히 이번에 레 그랑드 로코에서 만난 도슨트는 전시된 작품뿐만 아니라 리옹과 공장의 역사에 대해서도 설명하여, 마치 현대미술관의 도슨트와 에코뮤지엄의 도슨트를 겸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도슨트가 Mona Cara의 작업 Le Cactus를 설명하면서 리옹의 역사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이소이)
도슨트가 Mona Cara의 작업 Le Cactus를 설명하면서 리옹의 역사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이소이)

뿐만 아니라 리옹 비엔날레 측은 최근에 소규모 전시가 열리는 곳을 다양화하면서 관람객이 리옹의 새로운 곳을 방문할 수 있게 한다. 대부분 매번 방문하는 사람이라는 점에 착안해 비엔날레때마다 전시 공간을 다르게 하는 방식이다. 

2022년에 갈로로마 박물관(Musée et Théâtre Romains)에서 열린 전시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전시에서는 작품뿐만 아니라 전시를 둘러싼 공간 자체도 관람의 일부가 되었다. 특히, 리옹을 여러 번 방문했던 사람들조차 이곳에 고대 로마 극장이 있다는 사실을 2022년에 처음 알게 되는 경우도 많았을 것이다.

리옹 고대 로마 극장 (사진=이소이 기자)
리옹 고대 로마 극장 (사진=이소이 기자)

에코뮤지엄의 방식으로 옛 장소를 활용한 리옹 비엔날레의 전시는 과거와 미래를 잇기 위해 아티스트의 작품을 이용하기도 한다. 많은 아티스트들이 공간이 가진 역사적 의미를 예술적으로 해석해 작업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올해 레 그랑드 로코에서 전시된 작품들 중에서는 노동, 인권, 정의 등의 사회적 혹은 정치적 문제의식을 표현한 작업이 많았는데 이는 많은 아티스트들이 전시 장소가 프랑스 철도청과 관련된 공장이라는 점에 착안했기 때문이다. 제레미 델러(Jeremy Deller)의 설치 작업이 대표적으로, 델러는 레 그랑드 로코의 마지막 공간을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깃발로 장식했다.

제레미 델러 전시 전경 (사진=이소이 기자)
제레미 델러 전시 전경 (사진=이소이 기자)

이처럼 리옹 비엔날레는 버려진 공간을 활용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역할을 한다. 아티스트들에게는 새로운 영감을 제공하고, 방문객들에게는 도시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기회를 제공하며, 리옹이라는 도시를 예술과 정체성이 융합된 입체적인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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