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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매일·계속’의 ‘미학’을 ‘자수’에 담다!, 허보리 작가

구글 선호 매체로 추가
사진제공 : 갤러리플래닛, 하얀숲 White Forest, 싱글사이즈 스프레드에 강화소창, 실, 와이어, 바느질, 220x120x8cm, 2024
사진제공 : 갤러리플래닛, 하얀숲 White Forest, 싱글사이즈 스프레드에 강화소창, 실, 와이어, 바느질, 220x120x8cm, 2024
사진제공 : 갤러리플래닛, 하얀숲 White Forest 작품 확대 모습
사진제공 : 갤러리플래닛, 하얀숲 White Forest 작품 확대 모습

허보리 작가는 캔버스 가득 꽃을 그리는 전면 꽃 추상 화가로 잘 알려져 있으며, 스튜디오에서 유화 작업을 못했던 시기에 자수 작업을 시작하면서, 자수기법을 통해 회화의 매체성을 확장하여 지금까지 작업 해오고 있다.

최근 작가는 약 5년간 유화작업에 집중하면서 그동안 자수 작업을 하지 못했는데 지난 7월 6일(토)까지 개최된 갤러리플래닛 전시를 위해 오래간만에 자수 작품, ‘하얀 숲’을 선보였다.  하얀 숲은 일인용 침대사이즈 이불 위에 강화 소창을 이파리와 가지로 겹겹이 바느질 하여-우거진 숲 속에 숨어있는 상상으로-이불 표면을 가려 보이지 않게 작업했다. 소창은 흡수력이 좋아 가제 수건으로 만들어 쓰거나 기저귀 행주 수건 등 여러 용도로 쓰는 천인데 작가는 강화 소창이라는 원단을 삶아 정련하고 다리미질해서 하나, 하나 꽃잎 형태로 만든 후에 작업했다.
작가는 지친 이가 드넓은 풀밭을 보면 쏙 들어가 쉬고 싶은 마음처럼, 다음을 위한 ‘쉼’을 가지고 또 다른 하루를 맞이할 수 있는 힘을 채우는 공간이 되기를 소망하면서 커다란 행주 이부자리를 만들었다.

사진제공 : 갤러리플래닛, 허보리 작가 작업 모습
사진제공 : 갤러리플래닛, 허보리 작가 작업 모습

작가는 이 작업을 매일 자는 방안에서 했다. 자던 이불을 걷어내고 그 자리에 작업용 이불 깔아 바느질을 하고, 하루의 작업이 끝나면 또 작업용 이불을 치우고 그 자리에 잠자리를 깔았다. ‘쉼’과 ‘삶’이 한곳에서 일어나는 것, 그것은 그곳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벗어날 수 없는 각자의 터전이 있기에, 쉼도 그 안에서 이루어 져야만 하는 우리의 삶들, 그래도 그 터전에서 잘 쉬어 보겠노라고 만든 일인용 케렌시아이다. 

허보리 작가는 아이를 가지면서 퀼트 수업을 들었는데 너무 재밌었다고 한다. 한 땀 한 땀 바느질 하는 것이 마치 하염없는 붓질을 할 때의 재미와 비슷했다고 한다. 또 손의 작은 움직임을 통해 무언가 미미한 변화들이 쌓여 어떤 성과물이 되어 것에 큰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바늘을 들고 이불위에 한 잎, 한 잎, 이파리를 올려 쌓는 이 무모한 행위는 그녀에게 마치 수행과 기도와도 같았다.

사진제공 : 갤러리플래닛, 부드러운M4, 중고양복바지한벌, 실, 솜, 나무바느질, 95×28×11cm, 2015
사진제공 : 갤러리플래닛, 부드러운M4, 중고양복바지한벌, 실, 솜, 나무바느질, 95×28×11cm, 2015

허 작가의 작품 중에는 <무기> 시리즈와 <고기> 시리즈가 있는데 이 작품은 ‘부드러운 M4’라는 <무기> 시리즈 중 하나이다. 양복 바지 한 벌, 솜, 나무봉, 바느질을 통해 만든 이 무기는 어떠한 상처도 줄 수 없는 무기력한 ‘무기’들의 질감으로 그 아이러니함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작가는 현대의 직장인들이 양복과 넥타이를 메고 돈을 벌기 위해 직장을 가는 것이 마치 원시시대에 어깨에 창을 메고 ‘고기’를 얻기 위해 사낭터로 나가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경쟁구도에 있다가 모든 기운을 다 빼고 집에 오면 마치 흐느적거리는 것처럼, 흐물거리는 무기를 자수로 탄생시키고자 했다.

사진제공 : 갤러리플래닛, 삼겹살 니들드로잉II, 분홍 넥타이, 와이셔츠, 실, 자수, 90x230cm, 2019
사진제공 : 갤러리플래닛, 삼겹살 니들드로잉II, 분홍 넥타이, 와이셔츠, 실, 자수, 90x230cm, 2019
사진제공 : 갤러리플래닛, 채끝살_니들드로잉, 붉은 넥타이, 실, 자수,  90x220cm, 2016-2018
사진제공 : 갤러리플래닛, 채끝살_니들드로잉, 붉은 넥타이, 실, 자수,  90x220cm, 2016-2018

‘삼겹살 니들 드로잉 II’, ‘채끝살_니들 드로잉 II’ 이 두 작품은 자수 작품의 <고기>시리즈 인데 넥타이와 와이셔츠, 실 그리고 자수로 작업했다. 작가가 어느 날 마트에서 고기를 사려고 보니 고기의 마블링이 너무 예뻐 추상화처럼 보였다고 한다. 그날을 시작으로 허 작가는 집에 사온 마블링된 고기 단면을 스캔하고 거기 나타난 형태에 자수 작업을 진행했다. <고기>시리즈 작품을 자세히 보면 지방질을 수놓은 곳에 여러가지 색깔들이 있다. 작가는 이 작업을 할 때 꼭 연필로 소묘하는 느낌 그리고 물감과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한다. 그래서 허작가는 “니들 드로잉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허보리 작가는 오랫동안 작업하는 노장 작가들을 보면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한다. 그녀는, “꾸준히 작업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이 갖추어 져서, 그냥 오랫동안 길게 작업하는 작가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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