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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명상하며 마음을 그리는 박청용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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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탐구에서 비움으로, 비움에서 사랑으로

기도하는 사람들(박청용, 2023)  일부 발췌/아트센터 자인 제공
기도하는 사람들(박청용, 2023)  일부 발췌/아트센터 자인 제공

평창동에 위치한 아트센터 자인에서 6월 28일까지 《내 마음의 우주를 걷다 - '기쁨으로 가는 길'》 개인전을 진행 중인 박청용 작가를 다시 찾았다.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 가능한 매일 전시장에 계속 머무르고 있다는 박청용 작가는 평창동까지 걸음해 온 손님께 한 잔씩 차를 내어드리고 있었다.  그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세밀한 터치감처럼 차를 우리는 능숙한 손길에서 작가의 섬세함이 느껴졌다. 

사진. 강혜영 / 기도하는 사람들 "파랑" (박청용, 2022)
사진. 강혜영 / 기도하는 사람들 "파랑" (박청용, 2022)

기도하는 사람들,  명상하는 사람들을 그리는 박청용 작가의 작품은 그 자체가 기도이고 명상이기도 하다. 무한히 반복되는 이미지를 통해 작가는 존재의 근원을 찾고, 삶의 이유를 발견하고,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작품의 여정을 함께 돌아볼 수 있었다.  

Q1 ) 작가님의 작품 <기도하는 사람들>, <명상하는 사람들> 등 반복적인 동작을 그리는 작품에 이르기까지의 작가님의 여정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하고 이후에 서예를 배웠습니다. 서예 스승님께 붓을 세워서 그리는 법을 배우면서 미세한 움직임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학창 시절의 작품을 보면, 그 형태나 제작하는방식은 다르지만, 언제나 작품의 중심에는 '마음 심(心)'이 있었습니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마음'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고 몰두해왔던 것 같습니다. 

내면에 품고 있던 고민과 혼란스러움을 탐구하고, 순간적으로 알아차림 하고, 때로는 깊은 고요함에 빠져들다가, 비워내고, 또한 간절함을 담아내는 과정이 반복적인 동작으로 표현되었습니다. 그렇게 절을 하거나 기도하고 명상하는 사람을 담아내기 시작했습니다.

Q2 ) 특히 '절을 하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표현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2006년 스님들이 108배를 하시는 모습에 의문을 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하나의 캐릭터로서 절하는 모습을 그려보았던 것이죠. 그러다가 2009년 지금은 사별한 아내가 폐암에 걸리면서, 삶의 근원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됩니다. 같은 시기에 단전호흡이 건강에 좋다고 해서 명상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명상을 배우고 경험하면서, 현실 속의 나와 내적인 나의 존재, 생애의 마감의 순간들, 생과 죽음이 맞닿아 있다는 것에 대해서 깊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기필코 내가 이 땅에 태어난 이유를 알아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교 공부도 시작했고, 한 동안은 작업을 하는 것보다 오히려 책을 탐독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책에서 '문자를 떠나야한다'라는 말이 닿아서, 한동안 글도 그림도 그리지 않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절하는 모습'은 지속적으로 제 안에 내재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팔만사천 '보라' (박청용, 2024) / 아트센터 자인 제공
팔만사천 '보라' (박청용, 2024) / 아트센터 자인 제공

Q3 ) 작가님의 '팔만 사천' 시리즈를 보면, 세밀하고도 끝없이 펼쳐지는 반복적인 붓터치에 경탄스러움을 자아냅니다. 

기술적으로도 많은 시도를 했습니다. '얼마나 작게 그릴 수있을 것인가' 하는 마음에 2~3mm 정도의 크기로 그려보곤 했습니다.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제 내면에는 '나는 왜 태어났는가' 하는 물음이 남아있었습니다. 아무리 궁리를 해도 여전히 모르겠는 겁니다. 이 의문이 극에 달했을 즈음에 '팔만사천' 시리즈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불교에 팔만사천 법문이 있다고 합니다. 그 뜻을 찾아보니, 인도말로는 팔만사천이라는 수가 무한히 많은 수, 즉 무한대를 나타낸다고 하더군요. 우리나라도 팔만대장경이라는 말을 들으면 와닿는 것이 있습니다. 이 무수한 마음, 모든 마음을 그려보면 뭔가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시작한 작품이었습니다. 팔만사천을 다 그리고 나면,  무엇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다 그리고 나니 그저 '다 그렸다'는 끝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2~3일 정도 지나고 나니, 8~9년간 꽉 차 있었던 내 마음이 보였습니다. 그 꽉찬 나를 보면서 '비워낸다는 것'의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팔만사천 끝에 비움이 있었습니다. 더 이상 태어난 이유를 찾지 말고 비우는 방법을 찾아가야겠다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마음을 알고 나니까 마음 속이 비워지면서 힘들고 궁금했던 것에 대한 갈증이 해소되었습니다. 팔만사천 비움을 하게 된 것이죠. 그래서 그 후로 빈 종이에 도장을 찍고 <팔만사천 '여백'>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팔만사천을 그린 후에 비움을 깨닫고 나서야 여백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누군가 부탁을 해도 작품에 여백을 둘 수 가 없었는데, 그 후부터는 작품에 여백도 생겨나고, 다양한 색이 들어간 작업도 하게 되었습니다. 

여백이 생기니까, 정신 못 차리고 있던 나를 도와줬던 사람들이 떠올랐습니다. 눈을 감으니 한 사람, 한 사람이 보였습니다. 기억 나는 사람들은 색으로 표현하고, 기억 나지 않지만 저를 도와줬을 사람들은 먹으로 표현하면서 감사의 마음을 품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명상을 해도 끝없이 번민에 휩싸였다면, 비움을 알고 난 후에는 달라졌습니다. 차분하고 고요함에 머무를 수 있었죠. 꽉 붙잡혀 있던 고민들을 열어버리고 나니 다 비워지고 나만 남은 듯 했습니다. 

 기도하는 사람들(박청용, 2023)  일부 발췌/아트센터 자인 제공
 기도하는 사람들(박청용, 2023)  일부 발췌/아트센터 자인 제공

Q4 ) 꽉 찼던 마음을 비우고 나니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 감동적으로 느껴집니다. 

'감사하게 살아야겠다'는 감사의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작품이 <팔만사천 단비>입니다. 8~9년 비가 오지 않던 마음에, 팔만사천의 궁금증 만큼이나 비움이라는 기쁨의 단비가 내린거죠. 그래서 이 작품은 기쁨을 표현하는 다양한 색상으로 그려졌습니다. 정말 기쁨 가득한 마음으로 그린 작품이에요.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이 기쁨의 단비가 내렸으면 좋겠다고 마음 담았습니다. 나와 같은 마음을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말이예요. 

팔만사천 '단비' (박청용, 2019) / 아트센터 자인 제공
팔만사천 '단비' (박청용, 2019) / 아트센터 자인 제공
마음에 단비 2 (박청용, 2024) / 아트센터 자인 제공
마음에 단비 2 (박청용, 2024) / 아트센터 자인 제공

Q5 )  지금 이 공간에는 50여 점의 작품들이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소개하고 싶은 작품은 무엇인가요?

이 중에 한 작품을 고른다는 게 사실 쉽지가 않습니다. 어느 날은 <자비>를 소개하고 싶고, 또 다른 날은 다른 작품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둘러보고 있으면 제 모든 작품은 넓은 의미에서는 결국 그저 하나의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모든 작품이 하나로 통한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라보자면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라는 작품입니다. 전시장 윗층에 자리잡고 있는 작품입니다.  

무수한 고민 속에 파묻혀 있다가 문득, 세상 어딘가에,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기도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항상 기도 하는 사람은 있습니다. 세계 평화를 바라고, 모든 사람을 위해 기도해주는 사람이 있죠. 그러니, 전 세계 어딘가에서 나를 위해 기도해주는 사람이 있는 셈입니다. 이러한 생각이 미치자, 저도 언젠가는 누군가를 위해서 기도하는 작품을 만들어야 겠다고 마음 먹었고, 그렇게 작업한 작품이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입니다.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20-11 (박청용, 2022) / 아트센터 자인 제공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20-11 (박청용, 2022) / 아트센터 자인 제공

Q6 )  '기쁨으로 가는 길' 이라는 전시 소제목에도 염원을 담았다고 들었습니다.
좋은 인연으로 맺어진 이 공간이 참 좋았습니다. 잘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강해, 한 달에 한 번씩은 와보곤 했어요. 우리가 작품들을 볼 때 기쁨이 있어야, 또한 기쁨을 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이 공간이 기쁨의 공간이 되길 바라게되었습니다. 그렇게 소제목을 '기쁨으로 가는 길'이라고 짓게 되었어요. 

팔만사천 '깊은 보라' (박청용, 2024) / 아트센터 자인 제공
팔만사천 '깊은 보라' (박청용, 2024) / 아트센터 자인 제공

그리고 이번 전시회에 <팔만사천 '깊은 보라'> 작품을 특히 열심히 작업을 했습니다. 보라색은 '우울'의 의미도 있지만 모든 것이 양면성을 지니듯이 동시에 '위로'라는 느낌을 전한다고 합니다. 저도 그간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받으며 살았던 것에 감사하며, 전 세계적으로 힘든 현실에 우리는 부딪히게 되는데, 그 모든 사람들을 위로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보라색의 팔만사천 보라 작품으로 이번 전시 준비를 마무리했습니다.  

전시장 전경 / 사진. 강혜영
전시장 전경 / 사진. 강혜영
해와 달이 있는 길(박청용, 2024) / 아트센터 자인
해와 달이 있는 길(박청용, 2024) / 아트센터 자인

Q7 )  작품 활동 외의 시간에는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시나요?

산책을 하고 차를 즐겨 마십니다. 호흡명상도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108배도 많이 했지만, 최근에는 스트레칭 수준으로만 가볍게 절을 하고 있습니다. 

Q8 ) 사람들에게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사랑받고 사랑 주고 싶은 작가입니다.  오랜기간 동안 작업들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지금의 제가 받은 위로처럼,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어요. 때로는 다른 작가들에게 영감을 줄 수도 있는 그런 작가를 생각해봅니다. 사랑받는 작가이고 싶습니다. 

Q9 ) 앞으로 어떤 작품을 이어갈 계획이신가요? 

어느 날, 텃밭을 지켜보다가 저의 작품이 텃밭의 이랑 고랑 처럼 보였습니다. 단숨에 <마음밭>이라는 작품을 그렸습니다. 우리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사는가'가 중요하죠.  밖에도 밭이 있지만, 내 마음에도 마음밭이 있어서 어떻게 잘 가꿔가느냐를 돌아봐야 해요. 봄이 오면 밭에 씨앗도 심고, 모종도 심듯이 내 성장하는 마음 밭에도 싹이 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앞으로는 내 마음밭이라는 작품을 표현해보고자 합니다. 저는 초록색 완두콩이 가슴에 와닿아서 마음밭에 초록 완두콩이 자라날 것 같습니다.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20-11 (박청용, 2022) / 아트센터 자인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20-11 (박청용, 2022) / 아트센터 자인

Q10 ) 그 밖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올해 계획을 말씀드려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전시에 많은 도움을 주신 아트센터 자인 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수원아트페어, 불교박람회의 부산 및 대구 전시회, 11월 개인전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내년 5월에도 이곳에서 전시가 있을 예정입니다.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지금 이곳 아트센터 자인이라는 공간은 정원도 아름답고 공기도 맑고 주차도 편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 공간을 즐기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작품을 통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내가 받은 위로를 그대로 위로를 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내면을 찾고, 비움을 알게 되고, 기쁨과 감사, 사랑에 이르기까지 가깝게는 가족들 주변의 조력자가 되어주신 많은 선생님들이 계셨기 때문에 제가 이곳에 존재할 수 있었습니다.  단어 그대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정말 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전시장 전경 / 사진. 강혜영
 전시장 전경 / 사진. 강혜영

ㅇ 전시명 : 박청용 개인전 《내 마음의 우주를 걷다 - '기쁨으로 가는 길'》

ㅇ 전시기간 : 2024년 6월 1일 ~ 6월 28일  / 관람비 무료

ㅇ 전시장소 : 아트센터 자인 (서울특별시 종로구 평창34길 27) 

ㅇ 관람시간 : 오전 10시 ~ 오후 6시 (월요일 휴무 / 일요일 오후 5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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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CC2025.05.29 14:23

기사 내용이 굉장히 짜임새 있고 성의가 담겨 있네요. 좋은 기사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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