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트센터 도암갤러리는 지난 10일(금)부터 오는 6월 8일(토)까지 박현호 작가 개인전 《불타오르는 살갗 Flaming Skin》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신작 〈생생 활활-생의 기쁨, 불타오르는 살갗〉(2024)을 포함해 지난 3-4년 간 집중적으로 작업해 온 작품 약 22 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의 주제 ‘불타오르는 살갗’은 신작 제목 〈생생 활활-생의 기쁨, 불타오르는 살갗〉에서 따왔다. 붉은색과 푸른색의 인조가죽 두 장을 바느질로 이어 붙인 위에 유화로 채색한 작품이다. 작가는 지난겨울 처음으로 동남아 여행을 다녀왔는데 추운 계절에 더운 지역으로 여행을 다녀오며 느낀 인상과 감각을 표현했다고 한다. 마치 얼음으로 이루어진 칼 산의 동굴에서 이제 막 불을 내려 받은 인류가 생의 기쁨을 만끽하며 숲으로 날아가는 듯한 장면이다. 작가는 작품을 방사형으로 재단하였고 와이어를 이용해 갤러리 공간 내에 사방으로 펼쳐 매다는 방식으로 설치하였다. 납작한 표면이 공간 안에서 생생히 살아났다.
어린 시절부터 회화를 전공해온 박현호 작가는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무엇인가를 ‘그리는’ 행위와 밀접한 삶을 살아왔다. 한때 오브제 조각이나 설치, 영상 매체로 관심이 뻗어 나가기도 했으나 다시 돌아 회화다. 그는 회화를 통해 이미 왔다가 사라진, 혹은 사라짐이 예고된, 아니면 언젠가 사라질 대상에 대한 인상을 붙잡아 두려고 한다. 지금까지 그 대상은 자신이 거주하던 지역의 풍경이기도, 혹은 지난날의 상처와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떠올랐던 이미지이기도 했다.
한때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왔지만 곧 휘발되어 버리고 마는 순간의 기억은 유약하기 짝이 없고 말로 풀어낼 수 없는 복잡한 감정으로 덩어리진 채 망각의 바다 위에 부유한다. 그렇게 영영 사라져 버린 줄 알았던 인상은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도중에도 문득문득 떠올라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고, 그러면 작가는 어쩔 도리 없이 그것을 물감으로 붙잡아와 물질로 남긴다.
어떤 사건을 경험하거나 특정한 대상을 인식한 이후 불분명한 이미지의 형태로 불현듯 날아가 버리는 인상을 붙잡아두려는 욕구. 그렇지 않고서는 도무지 내가 나 자신인 채로 존재할 수 없게 되어버리는 불안정한 순간의 연속. 마치 작가로서의 숙명이라고도 갈음할 수 있는 이 과정에 대해 박현호 작가는 그것이 그림의 재미이자 붓과 물감으로 이루어진 회화의 세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림을 통해 불투명하게 부유하던 것들이 비로소 형태를 갖고 현실 세계에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