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활동했던 이상권 작가가 3월 1일부터 3월 24일까지 부산 프랑스 문화원 ART SPACE에서 개인전 ‘Life...삶...La vie’을 연다.
이상권 작가는 부산대 미대 대학원을 졸업한 후 2014년에 프랑스로 넘어가서 유럽에서 활동했다. 삶의 변화를 꿈꾸며 찾아간 프랑스에서 작품 활동을 계속하던 2015년,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등에 매고 파리 갤러리 지구를 돌아다니며, 무작정 갤러리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예술적 앙가주망(engagement)을 드러내던 작가에게 몇 개의 갤러리에서 연락이 왔다. 그중 한 대형 갤러리에서는 작품의 주제를 바꿔서 전시할 것을 제안했고, 다소 규모가 작은 한 갤러리에서는 주제와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전시할 것을 제안했다. 작가는 두 번째 갤러리, 즉 튀이에 갤러리(Galerie Thuiller)의 제안을 받아들여 파리 마레에서 첫 전시를 시작했으며, 이를 기점으로 프랑스, 독일의 여러 지역에서 전시했다.
또한 이상권 작가는 루카스 칸들(Lukáš KÁNDL)이 2004년 프랑스에서 창시한 사실적 환상주의(réalisme magique) 운동, Libellule Renaissance Contemporain(현대 르네상스 잠자리, 이하 잠자리 운동)의 유일한 한국 작가이다. 잠자리 운동은 ‘열림, 공유, 팀 정신, 특질, 테크닉’을 중시하며, 현대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학파로서, 매해 주제를 정해 전시를 여는데, 이상권 작가는 2021년 잠자리 운동의 연례 전시 ‘라퐁텐 탄생 400주년 기념전’에 참여하기도 했었다. 2021년에는 한국으로 돌아와 2022년에는 이스트아틀리에 갤러리, 2023년에는 킹스타운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여는 등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프랑스 생활 초창기, 이상권 작가는 강아지, 앵무새 등의 동물을 귀엽고 예쁘게, 그리고 동시에 풍자하는 방식으로 그리면서 귀여운 동물을 더 이상 귀엽게만 볼 수 없는 역사적, 정치적 현실을 묘사했다. 프랑스를 떠날 즈음부터는 청동 조각상을 그림에 도입하는데, 조각상 자체가 틀을 사용해서 동일한 형태를 만드는 만큼 작가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주관성, 주체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롤랑 바르트가 저서 ‘현대의 신화(mythologie)’에서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이끄는 신화를 적나라하게 묘사했다면, 이상권 작가는 이미지를 사용하여 현대 사회를 비판적으로, 직접적으로 그린다. 즉, 이미지의 많은 부분을 옛 신화, 고전 작품에서 차용한 만큼, 작가는 옛 신화의 신화소(mytheme)를 사용하여 현대의 신화를 묘사한다. 작품에 꾸준히 등장하는 동물들 역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거짓된 신화를 나타내는 신화소로서 등장한다. 결국, 작가의 작품은 우리의 삶을 묘사하면서, 그 삶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작가는 우회적으로 ‘지금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것인가‘라는 윤리적이며 도덕적인 동시에 정치적인 질문을 던진다.
전시 ‘Life...삶...La vie’에서는 이상권 작가가 프랑스를 떠나기 1년 전인 2020년부터 작년까지 한 작품 25점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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