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박사과정생들의 그룹 전시 “홍박사님을 아세요?”전이 오는 3월 11일부터 17일까지 종로의 갤러리 LP 서울에서 개최된다.
“홍박사님을 아세요?”는 시각예술이 대중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방법을 모색하고자 기획된 전시이다. 전시의 기획자이자 참여작가인 신다인에 따르면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코미디언 조훈의 유튜브 영상 ‘홍박사님을 아세요’를 패러디한 제목과 B급 감성을 내세운 포스터로, 여전히 시각예술이 일부 계층만이 향유하는 문화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시각예술을 보다 친숙하게 받아들이고, 부담없이 갤러리나 미술관을 방문하여 작품을 향유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기획된 전시‘이다.
김유정, 그림자 손 한지에 먹 Mixed midea 70 x 140cm2024
홍박사들, 시대의 불안을 그리다.
이재걸 미술평론가는 이번 전시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난감한 현실 속에서 14인의 개성 넘치는 홍박사들은 예술과 삶에서 위선을 걷어내고자 한다. 가벼운 쇼츠(Shorts)의 난립 속에서 무거운 시대정신을 직감하려 하고, 대중의 취향 속에서 동시대의 휴머니즘을 읽어내려 한다. 전시장을 찾은 관객들은 때로는 익살을 부리고, 때로는 근엄한 작품들을 감상하며 삶의 가장 깊은 긴장과 불안을 만나게 될 것이다. 물론, 이 특별한 만남은 우리 삶에 대한 비난이나 냉소(冷笑)가 아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참된 예술작품은 희극을 통해 슬픔의 저변을 일깨우고, 비극을 통해 실패와 고통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라고 밝혔다.
현재 홍익대학교의 박사과정생으로 재학 중인 한국과 중국의 작가 14인이 참여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각 작가들이 출품한 회화, 조소, 판화, 사진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으며 관람료는 무료이다.
김태덕, story and history - mitsumaru seiki 0139x50 디지털 은염 인화 2017
작년 여름인가부터 쇼츠(Shorts) 플랫폼을 중심으로 낯 뜨거운 내용의 노래 하나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짧은 러닝타임에 중독성 있는 가사와 비트를 가진 이 노래는 모두가 몇 번은 들어봤을 “홍박사님을 아세요?”이다. 이 장난스러운 퍼포먼스는 억지 밈(forced meme) 전략과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을 절묘하게 뒤섞어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B급 감성의 심오함으로 무장한 노래의 가사는 이렇다. 어떤 여자가 가슴이 작아 콤플렉스여서 이쪽으로 유명한 홍박사를 찾아간다. 그리고 홍박사는 가슴이 커지는 운동을 알려준다. 어느 날 여자가 버스정류장에서 어깨를 흔들며 이 운동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길 가던 남자가 다가와 어깨를 툭 치며 “그쪽도 홍박사님을 아세요?”라고 묻는다. 그리고 이 남자는 어깨가 아닌 다리를 흔들며 춤을 춘다.
뭐랄까, “홍박사님을 아세요?”는 선정적인 성(性) 관념이나 비뚤어진 외모지상주의 등에 대한 비판과 풍자보다는 과도한 솔직함과 ‘깊이 없는 것’을 향한 열광만을 남긴 느낌이다. 꼰대인 필자로선 난감할 뿐이지만, 이 노래를 챌린지로 따라 하며 ‘가슴과 성기 확대 춤’을 추는 어린 학생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은 이 시대가 만들어 낸 새로운 재미의 형태, 새로운 문화적 권력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의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낮은 수준의 집중력과 지식으로도 얼마든지 흥분의 상태에 도달할 방법에 몰두하고, 진지하고 느린 것에 무감각해지길 종용한다. 우리는 분명 도파민(dopamine) 중독의 시대를 살고 있다. 그리고 도파민 보상 회로라는 기전의 차원에서만 보자면, 이 일차원적이고 문란하기만 한 즐거움이 학문·종교·예술적 성취의 즐거움보다 열등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문화의 발전이 언제나 도덕적 기준의 강화를 불러오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가 대부분이며, 새로운 문화는 언제나 새로운 도덕적 관용을 일깨운다. 오늘날의 문화적 주체가 자유의 기쁨을 느낀다면, 이 말초적인 재미가 불완전 연소(燃燒)하여 우리의 정신에 그을음을 남길지라도, 혹은 그것이 ‘난폭한 평범함’의 결과일지라도, 그 안에는 분명히 특별한 인문학적 주제가 담겨 있을 것이다.
홍박사들, 시대의 불안을 그리다
홍익대학교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 14인의 미술가들이 주목한 동시대의 초상(肖像)도 바로 이런 것이었다. 시대를 읽는 미술가로 거듭나기 위해 창작과 이론을 병행하는 이들은 패러디물인 “홍박사님을 아세요?”를 재차 패러디하여 스스로 우스꽝스러운 홍박사가 되었다. 전시의 딱딱한 진입장벽을 허물고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관객에게 다가간다는 기획의 의도가 돋보인다. 무언가에 대항하거나 많은 이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방법으로 유머만큼 좋은 게 없지 않던가. 물론, 전시의 목표가 순수미술의 대중 친화적 제스처에 그치는 건 아니다. 일상의 철학자로 잘 알려진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1969~ )이 “유머 가운데 많은 부분은 지위에 대한 불안(anxiety)에 이름을 붙이고, 그럼으로써 그것을 억제하려는 시도이다.”라고 말하듯이, 본 전시 기획의 유머 코드는 우리의 정체성과 사회적 성공에 따른 불안감을 펼쳐 보이면서 우리의 정신적인 균형을 잡아주는 데에도 집중되어 있다.
드 보통이 생각하는 예술은 무엇보다도 ‘삶의 비평’이다. 예술작품 안에는 현실에 대한 항의가 배어있을 수밖에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하나의 예술작품은 예술과 예술가를 매서운 자기반성의 장(場)으로 이끄는 ‘예술 자체의 비평’이기도 하다. 초월(超越)을 노래하면서 지독한 현실성을 살고, 무소유를 외치면서 ‘풀소유’를 동경하는 거짓된 예술가들이 넘쳐나는 시대이다. 품격 있는 철학은 익히지 않으면서 대중에게는 형이상학자로 인정받길 원하고, 창의적 삶을 위한 통찰보다는 SNS 유명인이 되는 데에 더 혈안인 예술가들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순수미술가가 ‘난폭한 평범함’을 마치 미술시장에서의 경쟁력으로 떠받드는 경우는 허다하다. 그래서일까, 노래 “홍박사님을 아세요?”가 표방하는 진지함에 대한 무감각이 오히려 정서적으로 맑고 투명해 보일 때도 있다. 인스턴트식 도취와 자본주의적 속물근성은 뻔뻔하기 그지없지만, 적어도 속은 느낌은 아니니 말이다.
이러한 난감한 현실 속에서 14인의 개성 넘치는 홍박사들은 예술과 삶에서 위선을 걷어내고자 한다. 가벼운 쇼츠의 난립 속에서 무거운 시대정신을 직감하려 하고, 대중의 취향 속에서 동시대의 휴머니즘을 읽어내려 한다. 전시장을 찾은 관객들은 때로는 익살을 부리고, 때로는 근엄한 작품들을 감상하며 삶의 가장 깊은 긴장과 불안을 만나게 될 것이다. 물론, 이 특별한 만남은 우리 삶에 대한 비난이나 냉소(冷笑)가 아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참된 예술작품은 희극을 통해 슬픔의 저변을 일깨우고, 비극을 통해 실패와 고통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나인주, Wormhole in Hexahedron
노현정, 하루Acrylic on canvas, 91×65 cm, 2023
박주현, 도깨비 Acrylic on canvas, 116 × 91 cm, 2023
손 진, Digital printing65x65cm2023
신다인, : Mixed midea (acrylic gouache, colored pencil) on canvas, 130.2 x 160.2cm, 2024
왕 답, quartz sand oil on canvas 170cm*130cm2023년
왕제소, Medium: acrylic on canvas , varnishDimensions:1200×1150 mm 2024
왕 충, ,digital printmaking,41 x 60cm,2024
유가성, 아크릴130cm*160cm2023년
임사라, 소호 거리 감성(Soho Street Vibe)Acrylic and oil on painting paper98 x 67.5cm2022
장 푸타오, ‘일광과 모발’, 3D animation
황지영, 복숭아, 학 그리고 물 mixed media (acrylic, hanji on canvas) 60x85 2023